만복대 가려다가 다름재에서 내려서다

 

 11.35분 밤재터널 입구에서 차를 내려 바로 입산한다. 어제 밤부터 내리든 비는 조금 전 그치고

날씨가 맑아진다. 구름 걷히고 하늘이 파랗게 들어나니 기분이 좋아서 인가? 모두들 보무도 당당히

행군하듯 걷는다. 오후에는 비가 그칠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햇살이 비칠 줄은

기대하지 않았으니---. 기분 좋은 출발이다.

 

 30여분 걸어 밤재에 도착한 후에 간단한 입산식을 한다. '구구. 팔팔'을 외치고 능선으로 오른다.

99살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이란다. 지나온 길은 양옆으로 소나무가 시원하게 자라는 임도를

이리 돌고 저리 돌아 수월하게 왔지만 눈앞에는 급경사 오르막이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직등 길을 버리고 옆으로 난 길로 둘러서 올라가니 두 분이 "앞서 가는 분들의 걸음이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힘들다"고 하면서 천천히 걷고 있다. 이제 산행 시작인데---.

 

 능선 길을 따른다. 왼쪽은 남원 땅이고 오른쪽은 구례 땅이니 전·남북 경계선을 걷고 있는 셈이다.

왼쪽(북쪽)으로 멀리 남원시가지가 내려다보이고 발아래에는 조금 전 우리가 타고 온 19번 도로가

들어난다. 등산로 오른쪽에는 철망이 높고 길게 설치되어 있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자 몇 분이 길이 아니라면서 되돌아온다.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등산로를 만나고

작은 도랑을 건너 또 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등산로라고 말할 수도 없는 묵은 길이다. 진달래와 철쭉

등의 나뭇가지가 얼굴을 때리고 가시덩굴이 옷깃을 붙잡는다. 뒤에서는 배낭을 끌어당기기도 한다.

(실지로 반들반들 다져진 길보다는 이런 길을 걷는 것이 더 재미있고 등산하는 맛이 난다.)

 

 왼쪽어깨를 잡는 듯해서 오른쪽으로 피하면 오른쪽에서 잡고 또 피하면 왼쪽에서 잡고, 도대체 바로

걸을 수 없는 길이다. 손으로는 눈앞에 드리워진 가지를 헤치고, 좌우에 늘어져 길을 막고 있는

나뭇가지를 피하거나 넘어서 가야하니 오늘은 하체운동 뿐 아니라 상체운동도 엄청 많이 될듯하다.

 

 열심히 걷는데도 별로 속력이 나지 않고 더디게 나아가고 있다.

뒤에 오는 산우를 위해서 거추장스럽게 드리운 나뭇가지를 꺾어 보기도 하지만 역부족이고 그런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다. 그냥 걷는다. 적당한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길이다. 안전거리 유지가 상책이다.

 

 점심때가 되었으니 식사할 만한 장소가 있는지 살피며 걷는다. 곧 능선에 올라서고 도시락을 편다.

두 시간을 부지런히 걸었으니 밥맛이 꿀맛이다. GDS님의 매실주도 칡차도 꿀맛이다. 천천히 오는 팀을

기다리느라 출발이 좀 늦어진다. 강정님이 늦게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아마도 길을 놓친 듯하다.

아직도 뒤에 오는 이들이 몇 분 더 있다고 한다.

 

 13.50분 출발한다. 오름길이다. 산죽을 헤치고 나갈 때는 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되는 곳도 있다.

3~4m 앞에 가는 산우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무명봉의 북사면을 가로질러 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동남쪽으로 전망이 확 터진다. 노고단이 보이고 그 옆으로 반야봉이 운무에 반쯤 가려있다.

 

 15.25분 영제봉(靈帝峰)이다. 1,050m라고 하는데 등산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정면으로 만복대가 보이고 그 왼쪽으로 정령치와 고리봉의 모습이 들어난다. 만복대까지는 쉬지 않고

두 시간은 족히 가야할 거리인 듯하다. 하산 시간 한 시간 반을 감안한다면 너무 늦을 듯하다.

다름재에서 바로 내리기로 작정하고 출발한다.(15.30분)

 

 반월형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간다. 온통 진달래와 철쭉, 또 싸리나무와 씨름하는 길이다.

15분쯤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어 내려가니 선두팀이 되돌아오는 것이 보인다. 만복대까지 오르기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하산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름재까지 가야 하산길이 열린다.

되돌아오든 선두팀은 다시 다름재를 향하여 걸음을 재촉한다.

 

 10여분 후 봉우리에 올라서니 다름재가 내려다보이고 곧 재에 도착(16.15분), 상위마을에서 출발하여

만복대를 거쳐 온 대구산악회원을 만난다. 만복대에서 내려오는 길이 굉장히 미끄러워 고생했다고 한다.

우리는 만복대를 포기함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 서둘러 내려갈 필요가 없다. 후미팀를 기다리며 짬을

내어 커피 한 잔씩 마시고 억새 사이로 파랗게 들어나는 하늘을 보면서 20여분쯤 쉬었다 출발한다.

 

 하산길 주변에는 고로쇠물 채취용 호스가 나무에 꽂혀 있는 것이 더러 보인다. 어제 내린 비 때문에

미끄러운 길을 20여분 내려오니 입산통제 입간판이 보인다. "이곳은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공간

이므로 영구적으로 출입통제하고 있으며 무단출입하면 과태료처분을 받게 된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그 많은 고로쇠물 채취호스는 어떻게 설치할 수 있는지? 기이한 일이다.

 

 계곡 물이 불어나서 건너기 까다로운 몇 군데를 건너 내려오는데, 한 줄 두 줄 보이든 ‘고로쇠 호스’는

내려올수록 수 십 가닥으로 늘어나 전선줄처럼 이어진다. 사용하지 않는 호스도 수없이 방치되어있다.

생계용이라 하더라도 자연훼손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도 살고 사람도 살아야 하는데---.

 

 산수유는 필동 말동이고 (어쩌다 노란 꽃망울을 반쯤 터트린 것도 있었음)

17.40분 도로변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야생화를 디카에 담아보기도 하고, 무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잠시 어릴 때를 회상하기도 한다. 산에 가면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만 들으면

된다고 하는데 오늘은 새소리 대신 개구리 소리를 듣는다.

 

 늦게 내려온 산님들을 기다리며 라면과 하산주를 한다. 산골이라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19.00경

차를 이용하여 도착하는 분이 보인다. 그분은 저혈당(?)이라든가, 어쨌든 힘든 산행을 한 것 같다.

버스는 19.15분 출발하여, B코스로 하산한 두 분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한다.

 

 산수유꽃도 이르고,시간이 늦어 처음에 예정했든 지리산 온천에 들리지 못하고---.

오늘은 후미대장과 총무가 참석하지 못해 진행에 약간의 차질이 생긴 듯하다.

                                                                                                 2005. 03. 22 유 산

 

 

 

 

 고사목의 형해

 

 다름재에서

 

 밤재에서

 

  전망대에서 본 노고단 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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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비산 - 평범한 야산

 

 오늘 산행은 불암산~쫓비산~갈미봉을 지나 매화마을로 하산하는 코스이므로 매화마을 탐방객이

일부 포함되어 버스는 2대로 출발한다. 산 대장의 산행관련 설명 중 ‘각자의 취향대로 산행을 하되

눈을 즐겁게 하려면 쫓비산에서 매화마을로 하산하고(B팀), 다리에 힘을 올리려면 갈미봉을 지나

오른쪽으로 하산하는(A팀) 것이 나을 것’ 이라는 설명이 더해진다.

 

 10.55분, 산행은 해발 170m인 탄지재에서 시작한다. 많은 인원이 모일만한 장소가 없어 도로변에서

간단히 인사하고 출발한다. 도로를 건너 언덕으로 올라서자 밤나무밭이다. 곧 산길로 접어드니 가시

덩굴과 싸리나무 진달래 등의 나뭇가지가 걸치적거린다. 명색이 호남정맥 길인데 덜 다져진 듯하다.

 

 10여분 올라 작은 봉우리 하나 넘고 또 10여분 올라 작은 봉우리 하나 넘으니 정면에 바위전망대가

보인다. 10여분 후 바위전망대에 올라서니 동쪽으로는 섬진강이, 서쪽으로는 수어지가 들어난다.

진행방향 정면으로 보여야 할 백운산은 운무에 가려있고 간간히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 전망대 옆

조금 넓은 터가 불암산 정상인 듯하다. 아무런 표시가 없다.

 

 이어지는 등산로에도 주변에 온통 진달래나무 군락지이고 산길은 덜 정비되어있는 느낌이다.

목장용인 듯한 철조망이 길 왼쪽으로 보이고 봉우리 한 개를 넘어서 내려가니 소나무를 길게 잘라내어

임도를 개설중인 것처럼 보인다. 조금 후 누가 뭐라고 해서 자세히 보니 유실수가 심어져 있는 밭이다.

입구를 막아두든가 아니면 길 표시를 해두면 서로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2.00분 2차선 포장도로가 가로지르는 토끼재를 지나고 다시 산길을 찾아 오른다.

토끼재는 해발 280m인데 지도를 보면 여기서부터 쫓비산까지는 작은 봉우리 6개를 넘어서야 한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 쫓비산 정상인 듯한 곳에 올랐지만 표시판이 없고, 지도를 꺼내 보아도 확인할 길이 없다.

 

 내려서면서 보니 나무에 쫓비산이라는 작은 표찰이 붙어 있다. 이름이 특이하다.

조금 내려와 뒤돌아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온 산이 제법 뾰족하게 보인다. ‘뾰족하다=쪼뼛하다’이니

산 이름 쫓비의 어원은 산 모양에서 나왔을까?

산 이름에 관해서 쪽빛(남색) 섬진강 물에 비친 이 산의 모양이 쪽빛이라서

그리 부른다는 설명을 읽어보았지만 정설은 없는 듯하다.

 

 조금 내려와서 몇 분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옆에서 같이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잔 씩 마신다.

두 분이 먼저 출발한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두 시간 쯤 걸어서, 거의 반을 왔으니 이대로 진행하면

시간이 많이 남을 듯하다. 몇 분이 지나가고 있다. 배낭을 메고 일어선다.(13.30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또 몇 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앞서가든 분이 낭떠러지라면서 되돌아선다.

길은 왼쪽으로 열려있는데 좌우도 살피지 않고 걷기 때문인 듯하다. 짧은 암릉 구간인데 아마도

오늘 산행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길인 듯하다. 전국의 명산을 두루 다닌 분과 이런 저런 산 이야기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덧 마지막 봉우리인 갈미봉에 올라선다.(14.20분)

 

 역시 정상 표지판은 없고 삼각점이 박혀있다. 오른쪽으로 나가서 섬진강을 보려고 해도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린다. 되돌아 나와 10여분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매화마을 가는 삼거리를 지나 5분 쯤 더

간 후에 다시 나오는 두 번째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온다.

 

 낙엽길이다. 움푹 패인 길에 바람에 날려 온 낙엽이 수북이 쌓여 무릎까지 덮일 지경이다. 앞에 가든

분이 낙엽 속에 묻힌 돌에 걸려 넘어진다. 이른 봄 산행에서 낙엽 밑 얼음에 미끄러져 발목을 삐는 일이 더러 있어

조심해야 하는데 이곳엔 얼음은 없는 듯하다. 회원 여러분들이 낙엽 속에 빠져 딩굴기도 한다.

볼거리가 별로 없는 길을 몇 시간 걸어온 후에 이런 낙엽 길을 만나는 것도 마냥 즐겁다.

 

 밤나무밭 가운데를 가로질러 내려오다 임도를 따라 비스듬히 오른쪽 사면 길을 따른다.

활짝 핀 매화도 보이고, 꽃샘추위에 봉우리만 맺은 채 움츠리고 있는 꽃망울도 보인다.

옛날 평양 기생 매화가 지었다는 시조 한 수가 생각난다.

 

  매화 옛 등걸에 춘절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마을에 닿을 무렵 같이 걷든 한 산님이 개울에 걸린 삼단 실폭포를 가리키므로 디카에 담는다.

관동마을을 지나고 다압주유소 옆 버스가 세워져 있는 곳에 도착하여 조금 기다리다가

곧 이어 내려온 회원들과 함께 매화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15.45분이다.

 

 가게에서 사 먹은 매실동동주는 술맛보다는 차라리 음료수 맛인 듯하고, 행사장을 한 바퀴 돌면서

추억의 풀 빵 한 봉지를 사고,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는 술잔 한 개 산다.

시간은 17.00분, 매화마을 구경을 마친 회원들을 싣고 버스는 예정대로 출발한다.

                                                                                       2005.03.15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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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기암예술관을 보러

 

 월출산은 신라 때는 월나산, 고려 때는 월생산이라 했는데 조선시대에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름대로 달이 두둥실 떠오를 무렵의 월출산이 가장 월출산답다고 하지만 길이 멀어 그런 호사를 다

누릴 수는 없는 일이고 당일 산행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그리하여 오늘도 월출산

종주 산행에 나서는 산악회 버스를 탄다.

 

 버스는 섬진강 휴게소에 한번 쉬고 부지런히 달려 천황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오늘 산행 코스는 천황사~구름다리~정상~도갑사 주차장이지만 나는 산성대 능선 길을 가려고

 미리 양해를 구했으므로 내리지 않고 기다린다. 버스가 하산지점인 도갑사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길목인 영암 실내체육관 앞에서 동행하기로 한 김사장과 같이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 12.30분이다.

 

 도로를 건너 남쪽으로 난 농로를 따라가다 무덤 몇 기가 있는 오른 쪽 길로 산자락에 붙는다.

등산로는 완만하게 이어진다. 10여분 올라 뒤돌아보니 영암읍내가 환히 내려다보인다. 갈림길이 거의

없고 능선을 따라 뚜렷하게 길이 나있지만 오가는 이는 아무도 없다.(주 등산로에 닿을 때까지 거의

두 시간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이므로 좌우로 시야가 넓다. 천왕봉 북사면의 능선과 계곡이 거의 다 들어 난다.

왼쪽으로는 장군봉이, 오른쪽으로는 천왕봉이 보이고 그 옆으로 구정봉의 모습이 들어난다.

바위 전망대가 곳곳에 나타나고 주변 조망도 좋다. 고인돌바위를 통과하고 경치 좋은 바위 전망대에서 식사를 한다.

 

 14.05분 식사 후에 천왕사 주차장에서 출발한 회원들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전화를 해보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산행 중에는 전화 받을 여유가 없을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김사장은 늘 가경의

선두그룹으로 달리는 걸음이고 나도 열심히 걸었으니 시간 조절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커피 한잔 마시고 일어선다.

 

 암릉길 곳곳에 밧줄이 메어져 있고 밧줄 사다리도 있다. 바위 구멍을 통과하기도 하고, 밧줄을 잡고

내릴 때, 걸쳐놓은 나무를 발판 삼아 딛고 내려서는 곳도 있다.

바위 사면을 가로지르는 낭떠러지 구간에는 밧줄이 수십m에 이르는 곳도 있다.

바위를 안고 돌고, 앉고 내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 후에 바람골에서천왕봉으로 가는 주등산로를 만난다.

그 곳에 등산로 아님이란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14.35분이다.

 

 맞은편에 사자봉이 우뚝하고 저 아래 월출산 명물 구름다리가 내려다보인다.

구름다리는 높이 120m, 길이 52m 라고 하는데 이 구름다리를 건너는 것도 재미있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들이 건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장면이다.

어쨌든 이럴 때 느끼는 긴장감은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길이 달라 구름다리를 건너지도, 재미있는 장면을 보지도 못한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오름 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경포대 갈림길을 지나고 통천문 아래에서 회원들이 몇 분 보인다.

통천문을 통과하여 조금 내려섰다가 오르니 이내 정상이다. 14.55분.

정상에서는 일부 회원들이 식사 중이다. 오늘은 평일이고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정상은 한가하다.

휘둘러보니 사방 경치가 좋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정상표지석에 ‘월출산 천황봉 809m’ 라고 새겨져 있다. 그러나 국립지리원 지도과 관계자에 의하면

천황봉 높이는 812.7m라고 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고쳐져야 할 것이다. (‘월간 산’지에 의함)

월출산 정상석의 모양과 재질은 명산 월출산의 명성에 조금 못 미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15.00분 구정봉으로 향한다. 월출산 산행은 산행이 아니고, 온갖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상상을 절한

자리에 놓인 기암예술관을 관람하는 예술행위라는 표현도 있다.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다.

남근석을 지나고 15.40분 바람재 삼거리에 내려선다. 약간 오르막길을 올라 배틀굴을 구경하고

16.00분 구정봉에 올라선다.

 

 구정봉은 9개의 샘이 있다고 해서 그리 부른다는데 이곳에서 보는 경관은 천황봉보다 나을 듯하다.

GDS님, 강정님, 또 한 분, 모두 사방 경관을 디카에 담기 바쁘다. 가장 큰 샘에는 얼음이 얼어있다.

 

 마애불 500m라는 이정표 부근 풀밭에 배낭을 벗어놓고 마애불 쪽으로 내려가는 도중에 마애불을 관람하고 되돌아오는 분들을 만난다.

근엄한 표정의 마애불상이지만 이 높은 산에서 만나니 반갑다.맞은 편에 있는 삼층석탑을 둘러보고 원 위치하는데 30분이 소요된다.

가고 오는 길 주변 경관이 일품이다.

 

 주 등산로로 복귀하여 조금 가니 리비님 일행이 쉬고 있다. 한 분이 다리에 쥐가 내려 응급처치를 하였다고 한다. 1

6.45분이니 오래 지체할 시간은 없을 듯하다. 곧 출발한다. 지금부터는 힘든 오르막길이

없으니 다행이랄까? 그러나 향로봉 서사면 길은 얼음이 녹아 미끄러운 상태이므로 조심하며 걷는다.

 

 임산부 바위(?)를 통과하고, 영암에서 왔다는 어느 산 꾼의 월출산 자랑을 들으면서 걷는다.

억새밭을 지나 17.20분 미왕재에 도착하고 우회전하여 도갑사로 내려온다.

해 떨어지기 전에 내려와야 문화재가 많다는 도갑사에 닿아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을 듯하다.

곧 박대장을 만나고, 뒤에 천천히 내려오는 분들이 있다는 얘기를 전하고 조금 빨리 걷는다.

 

 17.50분 도선국사비, 17.55분 미륵전(법당의 석조여래좌상은 보물 89호)에 들렀다가, 도갑사 마당에

있는 석조 앞에 도착하여 물 한 바가지 퍼 마신다. 물이 차서 코가 찡하다. 맑은 물이 찰랑찰랑 넘치는

이 석조 옆에는 1682년 제작되었고 길이 467, 폭 116, 높이 85cm라고 쓰여 있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국보 제 50호인 도갑사 해탈문을 통과하면서 계단 난간에 있는 태극무늬를 카메라에 담고,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8.10분이다. 먼저 하산 한 분들이 하산주를 하고 있는 데 덩달아 쇠주 한 잔 걸치고

고산의 옛시조 한 수를 떠올리며 기암 예술관이라는 월출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2005. 03. 08. 유 산

 

           월출산 높다더니만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왕 제일봉을 일시에 가리외라

           두어라 해 퍼진 후면 안개 아니 걷으랴.     - 고산 윤선도 -

 

 

 

 

 

 

 

 

 

 

 

 

 구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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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룡산~주작산에는 바위꽃이

 

 버스는 08.00 출발한다. 버스 이동할 때 산대장의 설명 중 “오늘 산행에 참석한 분들은 2.2 : 1의 경쟁률에 당첨되었다”는 멘트를 들으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덕룡~주작은 좋은 산이고, 알찬 산행을 자랑하는 산악회인데다 때는 춘삼월,

산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계절이 돌아왔으니---,

 

 버스는 거의 4시간여를 달려 덕룡산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는 소석문 공터에 도착한다.

(석문산의 남쪽 계곡은 소석문, 북쪽 계곡은 대석문 이라 부른다고 한다)

간단한 입산식을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12.00분이다. 봉황천이라는 작은 개울의 징검다리를 건너자마자 급경사 오르막길이다.

 

 10여분 오르니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뒤쪽에는 석문산이 버티고 있다.

또 10여분을 올라 봉우리에 닿으니 왼쪽으로 너른 들판너머로 강진만이 길에 펼쳐진다.

마음 같아서는 쉬었다 가고 싶지만 갈 길이 멀어 눈길 한 번 주고 간다. (강진만은 산행 끝날 때까지 거의 대부분을 따라 다닌다.)

 

능선에 올라선 후 본격적인 암릉 산행이다. 암봉을 타고 넘기도 하고 둘러 가기도 한다. 바위를 두 팔로

안기도 하고 바위에 엉덩이를 걸치기도 하면서 조심조심 나아간다. 바위를 오르고 내리고 또 올려다보고, 굽어보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온통 바위 바위이다. 바위꽃이라고 해야되나? 저 멀리 앞서가는 산님들이 벌처럼

나비처럼 이리 저리 바위꽃을 옮겨다니는 듯 하다. 자신도 그러하다. 바위 틈새로 들락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암릉은 만덕산에서 석문산을 거쳐 지금 밟고 있는 덕룡능선에 이어지고 또 주작능선을 지나 오소재 에서 다시 두륜산을 넘어 달마산,

급기야는 땅끝 마을로 이어진다. 바위턱을 잡고 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흡사 공룡능선에 온 듯하다. (덕룡이나 공룡이나 용아릉이나 모두 용자 돌림이다.)

 

 왼쪽엔 강진만이 오른쪽엔 봉황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데 뒤쪽의 암봉은 등을 떠밀고 앞쪽의 암봉은

어서 오라 손짓하는 듯하다. 날씨가 맑아 강진만의 고금도와 작은 섬들이 다 보인다.

 

 오늘은 산악회 최고의 찍사인 리비님과 마울님 또 산행재미가 쏠쏠하다면서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천천히 가는 젊은 부부 산님, 또 자녀를 데리고 산행하는 가족팀과 산행속도가 비슷하다.

물론 후미대장도 일정한 속도로 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미래의 예비 산님에게 격려의 뜻으로 사탕

몇 개를 꺼내준다. 덕분에 귀한 딸기도 맛보면서 걷는다.

 

 밧줄을 잡고 올라 동봉(420m)에 도착한 시간은 13.50분이다. 서봉 0.28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암릉을 조심조심 내려온다. 몇 분이 식사중이고 총무님도 gds님도 보인다. 늘 앞서 달리든 분들인데

오늘은 덕룡의 바위꽃에 취했는지 천천히 가는 듯하다. 도시락을 꺼내어 강진만의 풍광을 반찬 삼아

즐거운 식사시간이다. 갈 길이 바쁘지만 산상 커피 한 잔도 빼 놓을 수 없다.

 

 14.40분 덕룡산 최고봉인 서봉(432m)에 도착한다. 동봉에서 서봉까지의 거리는 0.28km인데 식사시간

20여분을 빼면 약 30여분이 걸린 셈이다. 암릉 산행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서봉 너머에도 멋진 암봉들이

도열해 있고 청명한 날씨로 월출산도 조망된다. 뒤돌아보니 용이 꿈틀거리는 듯하다.

 

 서봉을 내려서니 지나온 길보다 더 재미있는 산행길이 이어진다. 15.40분 암릉이 거의 끝날 때쯤엔 억새 밭이 나타나고

몇 개의 봉우리를 더 오르내린 후에 눈앞에 주작산이 날개를 펴고 있다.

그 오른쪽엔 주작능선이 꿈틀거리고 있고 그 너머엔 두륜산이 웅자를 들어낸다.

 

 16.40분 양란 재배장 비닐하우스 앞에 내려서고 시멘트 포장 임도를 따라 수양관광농원으로 내려선다.

주작산으로 올라가든 몇 분이 되돌아 내려와서 후미팀에 합류하고 모두 17.10경에 주차장에 도착한다.

버들개지가 피어있는 개울가에서 세수를 하는 중에 주작산까지 완주한 선두팀들이 내려오고 있다.

 

 하산주 한잔하면서 나눈 오늘의 산행 소감

“덕룡산 암릉 멋있다. 암릉산행 재미있다. 가경천지 좋은 산악회이다”

버스는 18.00 출발한다. 처음 예정했든 다산초당 관람은 시간이 늦어 다음으로 미루고---.

                                                                                                   2005. 03. 01 유산.

 

* 몇 시간동안 암릉 길을 걸었으니 그 많은 바위가 구분이 잘 안 된다. 이 바위가 저 바위 같고 저

바위가 그 바위 같다. 그래서 산행기는 오히려 바위! 바위! 바위! 세 단어로 끝내는 것이 정답일지 모른다.

 

 주작 능선 너머 두륜산

 

 덕룡 오르면서 뒤돌아본 석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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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산 에서 빙화를 보다.

 

 등산버스는 산행 들머리 우두령에서 정차한다. 이 우두령은 경남 거창과 경북 김천의 경계선에

위치하는 곳으로 해발 580m라고 하는데 고개 남쪽 거창으로 가는 길은 2차선 포장이 끝나고,

북쪽 김천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 상태인 채로 남아있다. 김천 시내로 흘러가는 ‘감천의 발원지

2km →’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차에서 내려 각자 장비를 점검하고, 간단한 준비운동과 입산식 겸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11.20분이다. 도로 옆 등산로로 올라가려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온 산불감시원이 산불을 조심하란다.

당연히 산불은 조심해야 하지만 온 산과 들에 눈이 쌓여있고 오늘도 눈이 조금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는데 오늘 같은 날은 일부러 불을 내려고 해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능선으로 올라가니 잡목가지와 가시덩굴이 어깨를 붙잡는다.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걸어야 할 길이다.

15분쯤 오르니 눈 덮인 헬기장이 나타난다. 아이젠을 착용할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눈이 깊지 않으니

일단은 그냥 가기로 한다. 왼쪽 비탈은 소나무 숲이고 오른쪽은 전나무 조림지역인 능선길이다.

 

 20여분쯤 오르니 작은 봉우리이고 삼거리이다. 오른쪽 길을 따른다. 몇 명이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다.

조금 내려선 다음 다시 능선에 올라선다. 뒤돌아보니 덕유삼봉산이 흰 눈에 덮여있다. 그 옆의 덕유산은

운무에 가려있다. 계속 오르막이다. 눈이 내려 미끄러운 길, 조심조심 걷는다. 산행속도가 느려진다.

 

또 20여분을 올라 바위전망대에 선다. 정면으로 눈 덮인 수도산의 모습이 들어난다. 바위전망대에서

내려와 짧은 암릉 구간을 통과하고, 앞서 간 산우들의 발자국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한다.

 

 13.15분 빙화(氷花)가 보인다. 보기 드문 진귀한 볼거리이다. 얼음꽃이다. 보고 또 본다. 나뭇가지에

얼음이 달려있는 모양이 신기하기도 하다. 오늘 산행에 참여한 회원들은 복 받은 산 꾼들 인 것 같다.

빙화는 겨울 산행의 백미이지만 설화와는 달리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설화나 상고대는 흰색이지만 빙화는 색이 없다. 투명하다. 때문에 나 같은 초보들은 사진으로 담아 낼 재간이 없다.

그러나 무작정 디카를 들여 대 본다. 찍히든 말든, 필림값 드는 것 아니므로 셔트를 자꾸만 누른다.

 방울방울 맺힌 빙화가 아니고 또 햇빛이 비치지 않아 아쉽기도 하지만 빙화에 취해서 걸음이 나아가지 않는다.

 

 13.25분 양각산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나가서 전망대에서 양각산 흰대미산을 바라본다.

이 길을 계속 따른다면 끝자락엔 거창의 명산인 보해산 금귀산으로 이어진다. 되돌아 나와 주 등산로로 복귀한다.

박대장이 후미가 걱정이라면서 되돌아오고 있다. 박대장의 모습을 설경과 함께 카메라에 담아본다.

 

 후미대장을 만났으니 내 위치는 거의 꼴찌인 듯하다. 그러나, 그러나 이 좋은 설경을 두고 빨리 가면

뭐 할까? 정상에서 수도암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을 따를 생각으로 천천히 걷는다.

 

 몇 분이 식사를 하고 있는 곳에 도착한다. 전망 좋은 곳이다. 바람 불지 않으니 이럴 때는 전망 좋은

곳이 명당자리이다. 식사하면서도 설경을 즐길 수 있으니 좋다. 회원들 대부분이 앞서 간 줄 알았는데

가경신선팀이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아래쪽에서 식사를 하고 오는 중이라고 한다.

 

 식사 후에 스페츠와 아이젠을 착용한다. 정상에 먼저 올라간 일부 회원들의 모습이 돌탑 주변에 보인다.

등산로 주변엔 눈과 얼음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진 나뭇가지도 보인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눈꽃터널도 지나고 눈 덮인 바위를 타고 넘기도 하면서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5.20분이다.

 

 수도산은 불령산(佛靈山) 또는 선령산(仙靈山)이라 불리기도 했다는데 수도암 때문에 수도산이란

이름을 얻은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지리산도 보이고 소백산 덕유산 가야산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가까운 가야산조차도 구름 속에 가려있다.

 

 잠시 후 갈림길에서 왼쪽 수도암으로 가는 길을 따라 내려온다. 주변은 온통 눈꽃천지이다. 리비님

일행이 설경을 디카에 담고 있다. 청암사 갈림길 두 곳을 지나니 오른쪽 아래로 수도암 지붕이 보이고 16.00분 수도암에 닿는다.

 

 수도암은 이름 그대로 수도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하는데 그는 이곳에 절터를 잡은 후

너무 좋아 사흘 밤낮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대웅전 앞에 있는 동서탑(보물 297호)에서 보는 가야산 상왕봉의 모습은

흡사 한 송이 연꽃과 같다고 하는데 날씨 탓으로 볼 수가 없다. [약사전의 석불좌상과 대적광전의 비로자나불상도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임)

 

 수도암에서 제설작업이 아주 잘 되어있는 시멘트 도로를 따라 25분쯤 내려오니 수도리 마을이다.

조금 후 단지봉으로 간 A팀이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6.40분.

따뜻한 � 라면과 하산주 한 잔으로 설경과 빙화가 아름다운 수도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2005.02.22 유 산.

 

* 하루 산행하면서 한가지만이라도 보거나 듣거나 느끼거나 배우면 된다는 말도 있는데 오늘은 그

귀한 빙화를 보았으니 이만하면 만점 산행 아닐까? 고로쇠 물 구경 못 해도 마음만은 부자인 듯하다.

 

 

 

 

 

 

 

 

 

 

 

 

 

 

 

 

 수도산 정상

 

 수도암에서 본 가야산 상왕봉  (산행 두 달 전에 맑은 날 산행 때 찍은 사진임)

 

 당겨보니 한 송이 연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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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산

 

 버스는 새로 개통된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을 빠져나와 문경 시내를 지나서 11.55분 하늘재에 도착한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다. 정면에는 미륵리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보인다. 계립령 유허비가 세워져 있는 곳이다.

하늘재는 죽령, 조령보다 먼저 신라초기에 열린 길이라고 한다.

 

 간단한 준비운동과 인사를 나누고 입산한다. 오솔길이 시작되는 지점의 왼쪽(남쪽)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른다.

5분쯤 올라 뒤돌아보니 하늘재 너머 포암산이 성채처럼 보인다.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제법 등산의 기분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소나무와 바위들이 나타난다.

 

 30여분 후 무명봉의 북사면을 가로질러 능선에 올라서니 남쪽으로 주흘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고사목

가지 사이로 주흘 영봉과 주봉이 아름답다. 천천히 걷는 분들을 뒤따라가려니 더 추운 것 같아 앞지른다.

 

 12.50분, 삼(蔘)이 많이 난다고 하여 삼봉인 월항삼봉(일명 탄항산)을 지나고 13.00분 미륵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다.

[미륵리 미륵불이 선 자리는 남북으로 주흘산과 월악산을 잇고 동서로 포암산과 신선봉을 잇는

십자로의 중심에 위치하는 천심십도(天心十道)의 명당터라고 한다. 지리학자 최창조 교수]

 

 내리막길이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뒤따라오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평천재에 내려서자 다시 급경사 오르막이다. 15분쯤 오르니 긴 밧줄이 메어져 있다. 힘들게 붙잡고

올라서니 영봉과 부봉이 나뉘는 삼거리이다. 이정표엔 주흘산 2.6k 1시간 30분, 부봉 1.3k 1시간 40분,

3관문 4.7k 3시간이라 쓰여 있다. 13.30분, 남쪽 주흘산방향으로 간다.

 

 [실은 오늘 부봉으로 가려고 했으나 눈 때문에 암릉 타는 것이 위험하고 또 바람이 심하게 불어

부봉의 암릉미를 즐길 수 없을 듯해서이다. 전에도 비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여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왜 부봉은 자꾸만 나를 못 오게 하는 걸까? 나는 부봉을 좋은 산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차가운 날씨인데 바람이 세차게 부니 쉴 만한 곳도 없고 쉬고 싶은 생각도 없다. 점심때가 되었지만

배고픈 줄도 모르겠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니 바람을 막아주는 적당한 장소가 있는지 살펴본다.

왼쪽은 급경사이고, V자 계곡의 끝 부분을 오르내리면서 걷는다. 오른 쪽은 새재 너머 조령산인데

고개를 들기가 괴롭다. 찬바람이 얼굴을 때리기 때문이다. 그냥 걷는다. 눈 위의 발자국만 보고.

 

 13.50분, 선두 팀으로 가던 몇 분이 식사하는 곳이 보인다. 바람을 막아주는 오목한 곳이다. 내려가서

한 쪽에 앉아 급히 식사를 마치고 물병을 꺼내니 얼어서 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보온 물통을 꺼내어 물을 마신다.

손이 시려 커피도 생략한다. 옆에서 식사중인 부부는 반찬을 꺼내 놓으니 언다고 한다.

식사를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분들도 보인다. 억수로 추운 날씨이다.

 

 체감기온은 바람의 세기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이날 서울은 밤 최저 영하 12도 인데 체감기온은

영하 24.5도라는 예보가 있었다. 문경은 낮 최고 영하 7.4도 인데, 높은 산이고 바람도 심하게 부니

아마 체감기온은 아마 영하 20도 이하일 것이리라. (영하 30도 정도일까? 글쎄.)

 

 아이젠을 착용하고 일어선다.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다.

14.30분, 영봉이다. 정상에 오르니 오히려 바람이 좀 잦아진다. 몇 분이 올라온다. 주봉 원경을 카메라에 담고 내려선다.

주흘산의 높이는 영봉 1,106m, 주봉 1,075m, 부봉 920m이다. 그러나 경치는 역순이다.

내 느낌엔 10점 만점에 부봉7, 주봉 2, 영봉 1 정도이다.

 

 몇 발자국 내려서니 주봉과 2관문 갈림길이다. 2관문 방향으로 내려간다. 몇 분이 뒤 따라 내려온다.

오늘 원래 코스는 영봉~ 주봉~꽃밭서들~2관문인데 대부분은 주봉을 포기하는 것 같다. 날씨 탓인가?

 

 산죽밭을 통과하고, 오른 쪽으로 부봉의 여섯 봉이 보인다. 주봉에서 내려오는 계곡과 합수지점 직전의

계곡물이 얼어 계곡이 온통 얼음이다. 곧 합수 지점을 건너고 꽃밭서들이다. 서들은 너들의 사투리라고 하는데

돌을 세우고 그 위에 잔돌을 얹어 만들어 놓은 작은 돌탑들이 많이 보인다.

 

 길바닥이 얼음인 길은 산 쪽으로 피해서 통과하고 주변의 고드름을 구경하며 2관문에 내려오니 16.10분이다.

약수터에 가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새재 길을 걸어 내려온다.

중간 중간에 남아있는 옛 과거 길도 걸어보고 다양한 볼거리를 기웃거려 보기도 한다.

이 새재 길은 동래와 한양을 잇는 영남대로이다.

 

 문경새재의 문경(聞慶)은 들을 문, 경사 경자를 쓰는데 이는 위쪽에서 내려올 때 이 고개를 넘으면

경상도 말을 처음 듣는다고, 또 영남선비들의 경사스러운 과거급제 소식을 듣는 곳이라고 풀이하는

이도 있고, 새재=조령(鳥嶺)은 고개가 높아 새들이 쉬어 넘는 고개, 새로 난 고개, 조령산과 주흘산

사이의 사잇길 (샛길)에 있는 고개, 또 억새가 많이 자라든 고개라고 풀이하기도 하는데

 

 지금은 괴나리봇짐 대신에 배낭을 메고 걷고 있는 것이다. 죽장에 삿갓을 쓰고 걸으면 제격이겠지만

--- ----.

 

 왕건교를 넘어서 드라마 세트장 담장을 끼고 내려와 용사교를 건너 1관문 성문을 통과한다.

소원성취 장승마당을 지나서 주차장에 도착하니 17.10이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라면 국물이 끝내준다.

 

 버스는 17.40분 출발한다. 차창도 얼어있고, 물병의 물은 아직도 얼어있다.

혹한의 날씨에 바람과 함께 한 주흘산 산행이었다.

                                                                     

                                                                               2005. 02. 01. 유산.

 

 

 

 

 

조곡교

 

 

 

부봉

 

주흘산

 

 

 

포암산

 

교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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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향적봉

 

 덕유산 향적봉은 높이 1,614m로, 나라 안에서는 한라 지리 설악산 다음인데 향적봉 옆 덕유평전의

설경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는 곳이다. 오늘은 송계사~덕유평전~향적봉~삼공리 코스로 눈 조금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으니 설경에 푹 빠져보는 산행이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눈은 조금 내린다는 예보를 믿고, 우의는 차안에 두고 가도 될듯해서 꺼내 놓는다.

버스에서 내린 후 가벼운 준비운동과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11.05분이다.

산악회의 일일 회비는 만원이다. 대신에 입장료는 각자가 내야하는데 총무가 거두어 일괄 매표를 하니 한결 수월하다.

물론 총무는 번거롭기도 하겠지만 그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당일회비는 실비 만원. 거기에다 산행코스 좋으니 얼마나 매력적이고 파격적인가?

산을 좋아하는 등산인의 입장에서는 가경천지 일일회원임을 자랑해도 좋을 듯하다.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다.

사실 시내의 어느 산악회에서도 이만큼 알차고 빡시게 열심히 산행하는 곳이 없지 싶다.

 

 매표소를 지나 길 옆에는 크고 잘 생긴 소나무들이 보인다. 송계계곡, 송계사란 이름에 어울리는 소나무들이다.

잠시 후 송계사는 오른쪽으로 300m지점에 있다는 안내판이 있지만 대부분 그냥 통과한다.

절은 좋은 조망 터에 자리하므로 올라가 본다.

천년 고찰이고 원효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오지만 아무런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비구니 사찰이라고 한다. 고즈넉한 분위기이다.

 

 되돌아 나와 삼거리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를 본다. 횡경재 2.9k, 향적봉 8.1k라고 쓰여 있다.

철망 문 안 쪽으로 들어간다. 길에는 눈이 덤성덤성 붙어있다. 5분쯤 올라가니 수리덤 이라는 암봉이

왼쪽으로 보인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면서 천천히 걷고 있는 몇 명을 앞질러 간다.

 

 지봉 갈림길을 지나고 개울을 건너니 급경사 오르막길이다. 땀이 뚝뚝 떨어진다. 20여분 후에 지능선

안부에 올라 스페츠와 아인젠을 꺼내어 착용한다. 눈발이 조금 날리기 시작한다. 덕유평전의 설경을

제대로 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그 사이 많은 산우들이 앞서 간다. 계속 오르막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힘들게 올라간다.

눈 위에 눈이 또 내리니 설상가설이다. 진눈깨비가 아니고 함박눈이 펑펑 내려야 제대로 된 설경을 볼 수 있을 터인데,

함박눈을 내리기를 속으로 기원하면서 걷는다.

 

 12.35분, 하산하는 등산객 한 분을 만난다. 그는 아침 6시에 삼공리를 출발하여 칠봉을 거쳐서 오는

길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 길을 역순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5분 후 횡경재에 도착한다. 대간 길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눈이 바람에 날려 얼굴을 때린다. 마스크를 올린다.

 

 등산로 주변엔 잎 떨어진 나무 가지가 눈을 잔뜩 올려놓고 있다. 나뭇가지들이 자신의 능력껏 눈옷을

입고 있다. 모두 흰색이지만 보기는 좋다. 등산로엔 약 1km 마다 향적봉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길 헷갈릴 염려 없고 현 위치를 알 수 있으니 안심인데 눈길도 잘 다져져 있다.

 

 진눈깨비는 계속 내리고 길 옆에서 몇 분이 식사를 하고 있다.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그냥 통과한다.

조금 더 가서 바위를 병풍 삼아 도시락을 꺼낸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 잔 마신다.

쉬지 않고 걸어 왔으니 조금 여유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많은 산우들이 지나간다.

눈이 거치지 않으니 차안에 두고 온 우의가 생각난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배낭 커버를 덮어씌우고 출발한다.

 

 14.05분, 이정표에 향적봉 2k라고 쓰여 있는 송계삼거리이다. 백암봉이라고 하지만 눈보라 때문에 지척을 분간할 수가 없다.

대간 길은 여기서 남쪽으로 이어지고 향적봉은 오른쪽(북쪽)이다.

 

 14.30분 향로봉 1k라고 쓰여진 중봉을 지나 곧 덕유평전으로 내려선다. 죽은 주목이 보인다.

사진 한 장 찍으니 카메라 밧테리에 경고등이 들어온다. 오늘은 실수 연발이다. 우의도 그렇고, 예비 밧테리 충전도 안 하고 왔으니.

 

 그런데 예상했든 만큼의 덕유평전의 설경이 없다. 상고대도 없다.

덕유산은 겨울 내내 상고대가 피어 있어 눈이 오지 않더라도 때 묻지 않은 순백의 미를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아쉽다.

상고대는 습기를 머금은 구름과 안개가 급격한 추위로 나무에 엉겨 붙어 만들어진 서리꽃을 말한다.

이 서리꽃은 해발 1,000m 이상 고지에서 영하 6도 이하, 습도 90% 이상일 때만 핀다고 한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14.55분, 향적봉 정상이다. 많은 등산객들이 보인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 왔을 듯한 한 이들도 더러

보인다. 설천봉으로 내려간다. 대장이 하산 길을 찾고 있다. 눈에 덮혀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길을 찾아 내려가다 길을 놓치고 길 없는 길을 눈 설매 타듯 미끄러지면서 내려가기도 한다.

눈이 너무 깊어 길을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용하게 길을 내면서 앞서간다.

 

 스키장에 올라섰다가 스키장 울타리 그물 망 옆길을 따라 내려가서 등산로를 찾았다.

그 길을 지날 때는 휴전선 철책선을 지키는 군인처럼 망을 잡고 조심조심 걷는다.

한 분이 미끄러졌지만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덕유산 신령님의 가호가 있었는가? 큰 덕(德), 넉넉할 유(裕)이니,

 

 16.20분, 표지석은 없지만 칠봉인 것 같다. 인월담 갈림길이 나오고, 잠시 쉬었다가 내려간다.

오르락내리락 하기를 여러 차례, 산 속에는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다. 설경이 펼쳐지지만 어둠 때문에,

또 갈 길이 바쁘기 때문에 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18.10분경 삼공리의 네온사인이 시야에 들어오고 18.20분 경 도로변에 닿는다. 버스가 보이지 않아 잠시 헤맨다.

 

 곧 버스가 도착하고 급하게 김치라면과 하산주 한 잔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잠시 후 늘 산행에 참석하여 선두그룹으로 달리든 한사장님이 어둠 속에서 걸음이 늦은 두 분을 가이드해서 내려온다.

등산인의 모범이 되는 분 같다.

차는 19.05분 출발한다. 캄캄한 밤, 차창 밖에는 눈이 퍼붓고 있다.

                   

                                                                                  2005. 01. 25. 유산.

 

※오늘 산행은 겨울철 눈 산행으로는 조금 무리인 것 같다.

산을 잘 타는 산 꾼들이지만 산을 보고 즐기는 맛도 있어야 하니 말이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는 말이 있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알뜰히 산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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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

 

 버스는 부산을 출발하여 부항을 지나 삼도봉터널 입구에 정차한다. 팔각정이 세워져 있는 소공원이다.

잠시 차림을 점검하고 산행 시작한 시간은 11시 45분이다.

 터널입구 오른쪽에 대간종주 구간 출발 지점 답게 많은 산악회의 리본이 보인다. 8분 후 부항령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능선 길을 따른다. 소나무 숲 속인데 길은 뚜렷하게 나있다. 육산이라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철쭉나무들이 길옆에 도열해 있다. 봄철엔 꽃길이 열릴듯하다. 12시 20분 첫 봉우리에 도착해서

배낭을 벗어놓고 물 한잔 마시면서 조금 쉰다. 오른쪽으로 도면상의 1,030봉이 보인다.

 

 잠시 후에 또 하나의 봉우리에 올라서고, 내려가는 길 북쪽 비탈은 음지라서 눈이 많이 붙어 있다.

스페츠와 아이젠을 착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남에서 북쪽으로 진행하면서 여러 개의 봉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남쪽 비탈엔 눈이 없고 북쪽 비탈엔 눈길이다.

즉 반은 눈 없는 길이고 반은 눈길이니 아이젠을 신고 벗기를 반복할 수도 없고, 어찌할거나?

무릎 관절을 조심해야 하니 일단은 그냥 가기로 한다.

 

 미끄러운 길이라 조심조심 내려간다. 다시 오르막길이다.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니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 능선이 보인다.

잠시 후 헬기장인 1,030봉을 넘고 또 내리락 오르락 하면서 걷는다.

길옆에는 참나무등 활엽수들이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들이 모습을 들어내고 있다. 카메라에 몇 장 담아본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할 적당한 장소를 살피면서 걷는데 마땅한 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은 13시 45분, 앞서가든 몇 분이 식사를 하고 있는 곳에 도착한다.

양지쪽이긴 하지만 비탈이다. 아래쪽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니 손이 시리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다.

 

 5분쯤 오르니 1,170봉이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물론 표지석도 없다.

정면으로 끝이 뾰족한 석기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시 내리막길이다.

눈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와서 난간이 설치된 나무계단을 건너고, 별 의미가 없을 듯한 능선 길을 버리고 임도를 따른다.

작은 봉우리를 넘으니 눈이 많이 쌓여있다. 스페츠를 꺼내어 착용한다.

 

 등산로 오른쪽 북향의 비탈에는 꽤 깊은 눈이 쌓여있고 더러 설경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흥미가 덜하다.

지난주에 본 설경, 그 황홀경의 잔상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탓인가? 그래도 기념사진을 한 장 남겨 둔다.

온 길을 되돌아보니 눈 덮인 산들이 겹겹이 펼쳐진다.

 

 15시 10분, 삼도봉 0.5k라고 쓰여진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오른쪽은 해인산장, 왼쪽은 안골로 내려가는 사거리이다.

한 분이 수첩에 메모를 하고 있다. 산행기록은 필요한 것이다. 훗날 보면 산행을 다시 하는 느낌이 들 것이고,

다시 산행할 때 생생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이정표 옆에 비상약품 보관함이 보인다. 열어보니 말 그대로 응급 처치에 필요한 몇 가지 약품 등이

들어있고 사용일지가 놓여있다. 김천소방서에서 설치한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직진하여 삼도봉으로

오른다. 15.25분, 삼도봉이다.

 

 이 삼도봉은 나라의 행정구역을 8도로 나눌 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경계선에 위치하므로 삼도봉이라 불렀다고 한다.

지금은 경북 전북 충북의 경계지점이다. 그 후에 각 도가 남북으로 나뉘면서 삼도봉은 몇 군데 더 생겨나게 되었으니

이 삼도봉이 전국 삼도봉의 원조인 셈이다.

 

 그런데 삼도봉의 조형물은 이리 크게 만들어야 했을까?

자연 경관을 헤치는 듯한 느낌이고, 산꼭대기에 육중한 대리석을 올려놓았으니 삼도봉이 힘들어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삼도의 화합이 아니라 오히려 삼도의 구분을 더욱 뚜렷이 하는 것이 아닌지?

품에 안길 듯 말 듯한 지리산의 천왕봉 표지석이 훨씬 더 정감이 가는 알맞은 크기라는 생각이 든다.

 

 삼도봉에서 서쪽으로 석기봉~민주지산~각호봉으로 뻗어나간 능선이 보인다.

이 능선은 백두대간에 못지않은 장쾌한 능선으로 인기 있는 등산길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삼도화합탑 옆의 바위전망대에 올라서 해인리 쪽을 조망한 후 곧장 삼마골재로 내려선다.

 

 눈발이 조금 날리기 시작한다. 빨리 움직인다. 어느 새 눈발을 그치고 15.40분 삼마골재에 도착한다.

후미 팀이 오는 것이 보이지 않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될듯하다. 억새밭에서 10여분 쉰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쉴만하다. 이럴 때 담배 맛이 끝내 주는데 괜히 담배를 끊었나? 따뜻한 물 한잔 마시고 일어선다.

 

 신사장님이 혼자 내려가고 있다. 연세가 많은 분인데 산행은 젊은이 못지않게 잘 하시는 분이다.

아직까지 당당하게 산행할 수 있음이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한참을 내려오는데 앞쪽에 이상한 물체가 보인다. 처음엔 경운기가 올라왔나? 이리 생각을 했다.

가까이 가보니 바퀴가 달려있고 안에는 엔진처럼 보이는 복잡한 구조인데 녹이 잔뜩 썰어있다.

이름이나 용도를 모르겠고, 왜 산중턱에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채석용일까?

 

 16.30분경 산불감시초소 옆이다. 세수하기도 손이 시리다. 간단히 세수를 한다.

해인산장 앞을 지나서 해인예술랜드 입구에는 나라 안에서 제일 크다는 장승이 보인다.

17.00분, 버스정류소에 도착한다.

 

 먼저 내려온 분들이 ‘하산주’를 하고 있다. 고사장님이 소주를 권한다. 배낭을 맨 채로 한 잔하니 바로

꿀맛처럼 느껴진다. 이게 바로 ‘하산주’ 이다 . 배낭을 차안에 올려놓고 작은 소주병을 들고 내린다.

고사장님과 소주 한 잔씩 나누니 생각나는 시가 있다.

 

 어느 회사의 소식지에 출처불명이라면서 실려 있었는데 제목은 ‘자네 보게’ 이다.

 

내말 들어보게 자식도 품안의 자식이고

내외도 이부자리 안에 내외지.

야무지게 산들 뾰족할 거 없고

덥덥하게 살아도 밑질 것 없네

속을 줄도 알고 질 줄도 알게나.

니 주머니 든든하면 날 술 한잔 받아주고

내 돈 있으면 너 한잔 또 사주고

너요 나요 그럴게 뭐꼬

거물거물 서산에 해지면

자넨들 지고 갈래 안고 갈래.

 

선두그룹은 16.10분 경 하산했다고 하며, 후미팀은 17.40분쯤 도착한다.

                        

                                                                            2005. 01. 18.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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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한지 세 시간 쯤 지나 버스는 육십령식당매점 앞에 도착한다.

육십령은 옛날 산적이나 호랑이 때문에 60명이 모여서 넘어가는 고개라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매점 출입구만 빗자루로 썰어낸 흔적이 있고 앞마당엔 어제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있다.

산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에도 온통 흰 눈 뿐이다. 오늘 산행 예감이 좋다.

 

 내리자마자 산행장비를 점검하고 스페츠를 착용한다. 아이젠을 착용하는 산우들도 더러 보인다.

11시경 인사하고 출발한다. 도로 건너편에 리본이 많이 달려있는 들머리가 보인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모자가 날려갈 지경이다. 모자 끈을 야무지게 고정시키고 능선에 올라붙는다.

 

 10여분 오르니 오른 쪽으로 채석장이 보인다. 산 하나를 절단 내버린 흉측한 모습이다. 기계소리도 요란하게 들린다. 백두대간능선이 아님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20여분 뒤 작은 고개에 올라서니 정면에 할미봉이 나타난다. 인자한 할미(=할머니)의 모습과는 반대로

여러 개의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그 너머엔 구름인지 눈발인지 허옇게 보인다. 등산로 주변에 온통 눈꽃이다. 눈 구경하며 천천히 걷는다. 11시 50분, 할미봉을 통과한다. 그 앞에 세워져 있는 조망도에도 할미봉의 이름 유래에 관한 설명은 없다. 지리산이 조망된다.

 

 능선을 하나 올라서는가 싶더니 밧줄을 잡고 내려야 할 급경사 구간이 나타난다. 젊을 때 유격훈련 안 받은 분들의 통과시간이 더디다. 주변설경을 감상하며 기다린다. 모두 다 내려간 후에 마지막 후미대장

앞 순서로 내려간다. 눈이 내려 미끄럽기도 하지만 바위 사이가 너무 좁아 발 디딤이 까다로운 곳이다. ‘조심=안전’이고 ‘방심=사고’ 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10여분 걸으니 오른쪽으로 리본이 여러 개 달려있는 샛길이 보인다. 이정표는 없지만 아마도 청소년

교육원 쪽으로 갈 수 있는 탈출로인 것처럼 생각된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할미봉이 또 다른 모습이다.

13시 ‘교육원 1.6k, 육십령 5.2k, 남덕유 3.6k’ 라고 쓰여진 삼거리에 통과하여 조금 올라가니 한 분이 다리에 쥐가 나서 교육원으로 바로 간다면서 내려오고 있었다. 경사가 조금 심해지고 몸에 땀이 밴다.

체온 조절을 위해서 윗옷의 자크를 조금 내리고 걷는다.

 

 헬기장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마땅히 쉴 곳이 없어 눈길을 거의 두 시간 그냥 걷기만 했으니 피곤하다.

등산할 때는 목마르기 전에 물 마시고, 배고프기 전에 간식 먹고, 피로하기 전에 쉬어야 한다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다. 마침 점심시간쯤 되었고 쉬었다 갈만한 장소이니 도시락을 꺼낸다. 몇 사람이 식사 중

이었고 뒤 따라 올라온 분들도 합류한다. 눈밭이므로 모두들 편안하게 앉아 식사할 형편은 아니다.

 

 점심시간만이라도 조금 여유가 있으면 좋으련만 안내등산은 항상 바쁘게 움직인다.

산행속도도 빠르고, 식사도 빨리 하고, 정상에 올라서면 조망의 즐거움은 아랑곳없이 내려가기 바쁘다.

오늘은 추워서 그런지 더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다. 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에 대부분 출발하고

꼬랑지로 출발한다.

 

 경사가 가팔라진다. 주변엔 온통 눈꽃 잔치하는 것 같다. 산죽 잎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고 소나무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눈을 싣고 있다. 14시 30분쯤 한 줄기 바람에 구름이 걷히고 정상이 모습을 나타 내더니 순식간에 사라진다.

 

 설경의 진면목이 나타난다. 걸음은 자꾸만 더뎌지고, 눈은 눈 구경하느라 바빠진다. 아름다운 설경을

카메라에 담아 보려하지만 역부족이다. 비슷한 속도로 가고 있는 산우들과 설경을 감상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다.

 

 14.55분, 해발 1,510m인 서봉이다. 남덕유산 서쪽에 있다고 서봉인데, 장수군에 있다고 장수덕유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덕유능선은 말할 것도 없고 지척에 있는 남덕유산도 보이지 않는다. 후미대장의 무전기에 선두대장의 남덕유 정상이라는 연락이 온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30여분

거리이지만 오늘은 눈길이라 가늠하기 어렵다.

 

 서봉을 내려서는 순간 구름 속에서 순식간에 남덕유산 정상이 보였다가 가려진다. 잠시 걸음을 멈춘다.

겨울산행의 진면목을 본다. 안부로 내려서는데 한 분이 다리 근육통이라면서 천천히 가고 있어 안티푸라민을 꺼내준다.

 

 15.50분, 1,507m인 남덕유산 정상이다. 이 무슨 조화인가? 하늘이 새파랗게 들어 난다.

새로 설치된 정상석 옆에 서 있는 분의 부탁으로 카메라 셔트를 누르고, 나도 한 컷을 부탁한다.

구름이 조금 걷히고 햇빛이 비치니 주변 산들이 들어 나기 시작한다. 서봉도 월봉도 보인다.

아! 좋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마스크는 얼어있지만 겨울산행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음이 마냥 즐겁다.

 

 겨울 산행의 백미는 눈꽃산행인데 완벽한 눈꽃을 감상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이번 겨울은 눈이

귀하다고 하는데 오늘 남덕유산에서 홈런을 친 것과 같다. 동참하신 회원 모두가 자연을 사랑하고

산을 좋아하기 때문이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파르게 설치된 철 계단 몇 군데를 내려선다. 발판이 좁고 기울기가 심한데다 눈까지 붙었느니 조심

조심 내려온다. 철거된 구름다리 교각부근에서 카메라 밧테리가 소진된다. 놓친 고기가 커 보인다고

했던가? 눈꽃이 천지 삐까리로 피어있고 더구나 구름 속으로 햇살이 비쳐 나오니 아쉬움이 남는다.

 

 남강의 발원지, 참샘 200m지점을 통과하고 한참을 내려오다 너들 길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는다.

귀찮아서 아이젠을 사용 안 한 탓인가? 다행히 내린지 얼마 지나지 않은 눈이라 얼지 않아 산행하는데

별 어려움 없다.

 

 매표소 앞 약수터에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영각사 앞 주차장에 도착하니 17.20 분이다.

선두는 약 1시간 전에 도착했다고 하며, 후미는 30여분 후에 도착한다.

눈꽃천지 눈꽃잔치에 빠진 남덕유산행은 행복이다.

                                                                                              2005.01.11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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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등산버스는 풍기읍을 지나 영전고개를 넘어 삼가리 매표소 앞 주차장에 11시 40분에 도착한다.

      주차장은 텅 비어 있는데 소백산 주능선에서는 흰 눈들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 듯하다.

      모두들 모여서 인사하고 출발한다.

 

       30여분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비로사 앞 삼거리이다. 30여분 걸었으니 조금 쉬었다

      가도 될 듯한데 쉬는 이 별로 없다. '주차장 1.8k, 비로봉 3.7k'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사실상 산행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다리를 건너자 오르막길이고 곧 달밭골 입구에 닿는다.

       직진 길은 달밭재를 넘어 초암사로 가는 길이고 정상인 비로봉으로 가는 길은 왼쪽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답게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다.

 

        비로봉으로 향한다. 능선에 올라서니 오른쪽으로 눈 덮인 국망봉이 하얗게 들어 난다.

       13.00분 '비로사 갈림길(쉼터), 해발 1000m' 라고 쓰여진 이정표 앞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비로사로

        바로 가는 길은 사유지이므로 폐쇄되어 입구엔 나무가지와 철조망으로 길을 막아둔 것이 보인다.

 

         키 큰 소나무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쉬기 좋은 장소인데 추운 날씨 탓인지 쉬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소나무 두 그루가 씨름하듯 잡고 있는 듯하다.

 

         조금 후 식사중인 산우들이 보이지만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통과하여, 양지 바른 곳에서 도시

        락을 편다. 늘 일정한 속도로 끝까지 산행하는 신사장이 도착하고, 이어서 명당 터라고 하면서

        몇 분이 옆에서 자리를 편다.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일어선다. 더 머물기에는 차가운 날씨이다.

 

         14.05분, 소백산 정상 비로봉(1,439m)이다. 비로봉은 오대산 속리산 금강산에도 있는데

        '비로'란 이름은 비로자나불에서 온 말로 빛나는 존재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정상답다.

         오른 쪽엔 국망봉, 왼쪽엔 연화봉을 거느리고 있으니 이름에 손색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사방을 휘둘러보니 남쪽 사면엔 눈이 거의 다 녹았고, 북쪽사면에 설경이 펼쳐진다.

         설화 만발이다. 바람이 매섭다. 주목감시초소 쪽으로 난 계단을 내려설 때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핥이는 듯하다. 소백산 능선는 서북풍을 직각으로 받는 위치이므로 바람이 세기로 예부터 익히

         알려져 있는 곳이다. 오죽하면 산의 남쪽 고을 이름을 풍기라고 지었을까?

         (근래엔 소백산 풍력발전소 건설 계획안이 나오기도 했다.)

 

          주목 감시초소 안에 들어간다. 실내엔 바람기가 없어 훈훈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유리 창문안

         쪽에도 얼어 있다. 조끼를 꺼내 입고 스페츠를 착용한다. 아이젠은 배낭 제일 위쪽에 올려놓느다.

 

           연화봉 가는 길은 온통 눈꽃이다. 눈꽃터널도 지나게 된다. 마침 바람이 잦아지니 춥지도 않고

         눈 구경하기 안성맞춤이다. 체온조절이 적당하게 되니 쾌적한 산행이다.

 

         천동골 갈림길을 지나고 (14.30분),

         제 1 연화봉을 지나고 (15.10분)

         연화봉 전망대에 올라설 때(15.40분)까지 능선 길 북사면을 걸을 때는 눈꽃을 보며 눈길을

         걸었으니 소백산 설경의 반은 본 셈이다. 아마도 소백산 신령이 도와 준 덕분이리라.

 

          전망대에 올라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비로봉~제1연화봉~연화봉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이 능선의 남쪽은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지(난을 피해 살 수 있는 열 곳)중 으뜸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즉 풍기읍 금계리~삼가리 일대가 바로 그 땅인데 범인의 눈에는 길고 좁은 골짜기만

         보일 뿐이다.

 

          연화봉 정상엔 시설물이 너무 많아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그런데 정상표석도 1982년 영주군에서 설치한 것과, 1987년 단양군에서 설치한 것이 나란히

         서 있으니 산인들 좋아할까?

 

          16.25분 희방사, 폭포, 야영장을 지나서

         16.50분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따끈한 컵 라면 한 개, 하산 주 한 잔이면 이 순간 무엇을 더 바랄까?

 

                                                                                       2005. 01. 04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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