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봉

 

 버스는 부산을 출발하여 부항을 지나 삼도봉터널 입구에 정차한다. 팔각정이 세워져 있는 소공원이다.

잠시 차림을 점검하고 산행 시작한 시간은 11시 45분이다.

 터널입구 오른쪽에 대간종주 구간 출발 지점 답게 많은 산악회의 리본이 보인다. 8분 후 부항령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능선 길을 따른다. 소나무 숲 속인데 길은 뚜렷하게 나있다. 육산이라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철쭉나무들이 길옆에 도열해 있다. 봄철엔 꽃길이 열릴듯하다. 12시 20분 첫 봉우리에 도착해서

배낭을 벗어놓고 물 한잔 마시면서 조금 쉰다. 오른쪽으로 도면상의 1,030봉이 보인다.

 

 잠시 후에 또 하나의 봉우리에 올라서고, 내려가는 길 북쪽 비탈은 음지라서 눈이 많이 붙어 있다.

스페츠와 아이젠을 착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남에서 북쪽으로 진행하면서 여러 개의 봉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남쪽 비탈엔 눈이 없고 북쪽 비탈엔 눈길이다.

즉 반은 눈 없는 길이고 반은 눈길이니 아이젠을 신고 벗기를 반복할 수도 없고, 어찌할거나?

무릎 관절을 조심해야 하니 일단은 그냥 가기로 한다.

 

 미끄러운 길이라 조심조심 내려간다. 다시 오르막길이다.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니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 능선이 보인다.

잠시 후 헬기장인 1,030봉을 넘고 또 내리락 오르락 하면서 걷는다.

길옆에는 참나무등 활엽수들이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들이 모습을 들어내고 있다. 카메라에 몇 장 담아본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할 적당한 장소를 살피면서 걷는데 마땅한 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은 13시 45분, 앞서가든 몇 분이 식사를 하고 있는 곳에 도착한다.

양지쪽이긴 하지만 비탈이다. 아래쪽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니 손이 시리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다.

 

 5분쯤 오르니 1,170봉이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물론 표지석도 없다.

정면으로 끝이 뾰족한 석기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시 내리막길이다.

눈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와서 난간이 설치된 나무계단을 건너고, 별 의미가 없을 듯한 능선 길을 버리고 임도를 따른다.

작은 봉우리를 넘으니 눈이 많이 쌓여있다. 스페츠를 꺼내어 착용한다.

 

 등산로 오른쪽 북향의 비탈에는 꽤 깊은 눈이 쌓여있고 더러 설경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흥미가 덜하다.

지난주에 본 설경, 그 황홀경의 잔상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탓인가? 그래도 기념사진을 한 장 남겨 둔다.

온 길을 되돌아보니 눈 덮인 산들이 겹겹이 펼쳐진다.

 

 15시 10분, 삼도봉 0.5k라고 쓰여진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오른쪽은 해인산장, 왼쪽은 안골로 내려가는 사거리이다.

한 분이 수첩에 메모를 하고 있다. 산행기록은 필요한 것이다. 훗날 보면 산행을 다시 하는 느낌이 들 것이고,

다시 산행할 때 생생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이정표 옆에 비상약품 보관함이 보인다. 열어보니 말 그대로 응급 처치에 필요한 몇 가지 약품 등이

들어있고 사용일지가 놓여있다. 김천소방서에서 설치한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직진하여 삼도봉으로

오른다. 15.25분, 삼도봉이다.

 

 이 삼도봉은 나라의 행정구역을 8도로 나눌 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경계선에 위치하므로 삼도봉이라 불렀다고 한다.

지금은 경북 전북 충북의 경계지점이다. 그 후에 각 도가 남북으로 나뉘면서 삼도봉은 몇 군데 더 생겨나게 되었으니

이 삼도봉이 전국 삼도봉의 원조인 셈이다.

 

 그런데 삼도봉의 조형물은 이리 크게 만들어야 했을까?

자연 경관을 헤치는 듯한 느낌이고, 산꼭대기에 육중한 대리석을 올려놓았으니 삼도봉이 힘들어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삼도의 화합이 아니라 오히려 삼도의 구분을 더욱 뚜렷이 하는 것이 아닌지?

품에 안길 듯 말 듯한 지리산의 천왕봉 표지석이 훨씬 더 정감이 가는 알맞은 크기라는 생각이 든다.

 

 삼도봉에서 서쪽으로 석기봉~민주지산~각호봉으로 뻗어나간 능선이 보인다.

이 능선은 백두대간에 못지않은 장쾌한 능선으로 인기 있는 등산길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삼도화합탑 옆의 바위전망대에 올라서 해인리 쪽을 조망한 후 곧장 삼마골재로 내려선다.

 

 눈발이 조금 날리기 시작한다. 빨리 움직인다. 어느 새 눈발을 그치고 15.40분 삼마골재에 도착한다.

후미 팀이 오는 것이 보이지 않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될듯하다. 억새밭에서 10여분 쉰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쉴만하다. 이럴 때 담배 맛이 끝내 주는데 괜히 담배를 끊었나? 따뜻한 물 한잔 마시고 일어선다.

 

 신사장님이 혼자 내려가고 있다. 연세가 많은 분인데 산행은 젊은이 못지않게 잘 하시는 분이다.

아직까지 당당하게 산행할 수 있음이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한참을 내려오는데 앞쪽에 이상한 물체가 보인다. 처음엔 경운기가 올라왔나? 이리 생각을 했다.

가까이 가보니 바퀴가 달려있고 안에는 엔진처럼 보이는 복잡한 구조인데 녹이 잔뜩 썰어있다.

이름이나 용도를 모르겠고, 왜 산중턱에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채석용일까?

 

 16.30분경 산불감시초소 옆이다. 세수하기도 손이 시리다. 간단히 세수를 한다.

해인산장 앞을 지나서 해인예술랜드 입구에는 나라 안에서 제일 크다는 장승이 보인다.

17.00분, 버스정류소에 도착한다.

 

 먼저 내려온 분들이 ‘하산주’를 하고 있다. 고사장님이 소주를 권한다. 배낭을 맨 채로 한 잔하니 바로

꿀맛처럼 느껴진다. 이게 바로 ‘하산주’ 이다 . 배낭을 차안에 올려놓고 작은 소주병을 들고 내린다.

고사장님과 소주 한 잔씩 나누니 생각나는 시가 있다.

 

 어느 회사의 소식지에 출처불명이라면서 실려 있었는데 제목은 ‘자네 보게’ 이다.

 

내말 들어보게 자식도 품안의 자식이고

내외도 이부자리 안에 내외지.

야무지게 산들 뾰족할 거 없고

덥덥하게 살아도 밑질 것 없네

속을 줄도 알고 질 줄도 알게나.

니 주머니 든든하면 날 술 한잔 받아주고

내 돈 있으면 너 한잔 또 사주고

너요 나요 그럴게 뭐꼬

거물거물 서산에 해지면

자넨들 지고 갈래 안고 갈래.

 

선두그룹은 16.10분 경 하산했다고 하며, 후미팀은 17.40분쯤 도착한다.

                        

                                                                            2005. 01. 18.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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