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흘산

 

 버스는 새로 개통된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을 빠져나와 문경 시내를 지나서 11.55분 하늘재에 도착한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다. 정면에는 미륵리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보인다. 계립령 유허비가 세워져 있는 곳이다.

하늘재는 죽령, 조령보다 먼저 신라초기에 열린 길이라고 한다.

 

 간단한 준비운동과 인사를 나누고 입산한다. 오솔길이 시작되는 지점의 왼쪽(남쪽)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른다.

5분쯤 올라 뒤돌아보니 하늘재 너머 포암산이 성채처럼 보인다.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제법 등산의 기분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소나무와 바위들이 나타난다.

 

 30여분 후 무명봉의 북사면을 가로질러 능선에 올라서니 남쪽으로 주흘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고사목

가지 사이로 주흘 영봉과 주봉이 아름답다. 천천히 걷는 분들을 뒤따라가려니 더 추운 것 같아 앞지른다.

 

 12.50분, 삼(蔘)이 많이 난다고 하여 삼봉인 월항삼봉(일명 탄항산)을 지나고 13.00분 미륵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다.

[미륵리 미륵불이 선 자리는 남북으로 주흘산과 월악산을 잇고 동서로 포암산과 신선봉을 잇는

십자로의 중심에 위치하는 천심십도(天心十道)의 명당터라고 한다. 지리학자 최창조 교수]

 

 내리막길이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뒤따라오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평천재에 내려서자 다시 급경사 오르막이다. 15분쯤 오르니 긴 밧줄이 메어져 있다. 힘들게 붙잡고

올라서니 영봉과 부봉이 나뉘는 삼거리이다. 이정표엔 주흘산 2.6k 1시간 30분, 부봉 1.3k 1시간 40분,

3관문 4.7k 3시간이라 쓰여 있다. 13.30분, 남쪽 주흘산방향으로 간다.

 

 [실은 오늘 부봉으로 가려고 했으나 눈 때문에 암릉 타는 것이 위험하고 또 바람이 심하게 불어

부봉의 암릉미를 즐길 수 없을 듯해서이다. 전에도 비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여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왜 부봉은 자꾸만 나를 못 오게 하는 걸까? 나는 부봉을 좋은 산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차가운 날씨인데 바람이 세차게 부니 쉴 만한 곳도 없고 쉬고 싶은 생각도 없다. 점심때가 되었지만

배고픈 줄도 모르겠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니 바람을 막아주는 적당한 장소가 있는지 살펴본다.

왼쪽은 급경사이고, V자 계곡의 끝 부분을 오르내리면서 걷는다. 오른 쪽은 새재 너머 조령산인데

고개를 들기가 괴롭다. 찬바람이 얼굴을 때리기 때문이다. 그냥 걷는다. 눈 위의 발자국만 보고.

 

 13.50분, 선두 팀으로 가던 몇 분이 식사하는 곳이 보인다. 바람을 막아주는 오목한 곳이다. 내려가서

한 쪽에 앉아 급히 식사를 마치고 물병을 꺼내니 얼어서 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보온 물통을 꺼내어 물을 마신다.

손이 시려 커피도 생략한다. 옆에서 식사중인 부부는 반찬을 꺼내 놓으니 언다고 한다.

식사를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분들도 보인다. 억수로 추운 날씨이다.

 

 체감기온은 바람의 세기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이날 서울은 밤 최저 영하 12도 인데 체감기온은

영하 24.5도라는 예보가 있었다. 문경은 낮 최고 영하 7.4도 인데, 높은 산이고 바람도 심하게 부니

아마 체감기온은 아마 영하 20도 이하일 것이리라. (영하 30도 정도일까? 글쎄.)

 

 아이젠을 착용하고 일어선다.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다.

14.30분, 영봉이다. 정상에 오르니 오히려 바람이 좀 잦아진다. 몇 분이 올라온다. 주봉 원경을 카메라에 담고 내려선다.

주흘산의 높이는 영봉 1,106m, 주봉 1,075m, 부봉 920m이다. 그러나 경치는 역순이다.

내 느낌엔 10점 만점에 부봉7, 주봉 2, 영봉 1 정도이다.

 

 몇 발자국 내려서니 주봉과 2관문 갈림길이다. 2관문 방향으로 내려간다. 몇 분이 뒤 따라 내려온다.

오늘 원래 코스는 영봉~ 주봉~꽃밭서들~2관문인데 대부분은 주봉을 포기하는 것 같다. 날씨 탓인가?

 

 산죽밭을 통과하고, 오른 쪽으로 부봉의 여섯 봉이 보인다. 주봉에서 내려오는 계곡과 합수지점 직전의

계곡물이 얼어 계곡이 온통 얼음이다. 곧 합수 지점을 건너고 꽃밭서들이다. 서들은 너들의 사투리라고 하는데

돌을 세우고 그 위에 잔돌을 얹어 만들어 놓은 작은 돌탑들이 많이 보인다.

 

 길바닥이 얼음인 길은 산 쪽으로 피해서 통과하고 주변의 고드름을 구경하며 2관문에 내려오니 16.10분이다.

약수터에 가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새재 길을 걸어 내려온다.

중간 중간에 남아있는 옛 과거 길도 걸어보고 다양한 볼거리를 기웃거려 보기도 한다.

이 새재 길은 동래와 한양을 잇는 영남대로이다.

 

 문경새재의 문경(聞慶)은 들을 문, 경사 경자를 쓰는데 이는 위쪽에서 내려올 때 이 고개를 넘으면

경상도 말을 처음 듣는다고, 또 영남선비들의 경사스러운 과거급제 소식을 듣는 곳이라고 풀이하는

이도 있고, 새재=조령(鳥嶺)은 고개가 높아 새들이 쉬어 넘는 고개, 새로 난 고개, 조령산과 주흘산

사이의 사잇길 (샛길)에 있는 고개, 또 억새가 많이 자라든 고개라고 풀이하기도 하는데

 

 지금은 괴나리봇짐 대신에 배낭을 메고 걷고 있는 것이다. 죽장에 삿갓을 쓰고 걸으면 제격이겠지만

--- ----.

 

 왕건교를 넘어서 드라마 세트장 담장을 끼고 내려와 용사교를 건너 1관문 성문을 통과한다.

소원성취 장승마당을 지나서 주차장에 도착하니 17.10이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라면 국물이 끝내준다.

 

 버스는 17.40분 출발한다. 차창도 얼어있고, 물병의 물은 아직도 얼어있다.

혹한의 날씨에 바람과 함께 한 주흘산 산행이었다.

                                                                     

                                                                               2005. 02. 01. 유산.

 

 

 

 

 

조곡교

 

 

 

부봉

 

주흘산

 

 

 

포암산

 

교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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