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산 에서 빙화를 보다.

 

 등산버스는 산행 들머리 우두령에서 정차한다. 이 우두령은 경남 거창과 경북 김천의 경계선에

위치하는 곳으로 해발 580m라고 하는데 고개 남쪽 거창으로 가는 길은 2차선 포장이 끝나고,

북쪽 김천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 상태인 채로 남아있다. 김천 시내로 흘러가는 ‘감천의 발원지

2km →’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차에서 내려 각자 장비를 점검하고, 간단한 준비운동과 입산식 겸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11.20분이다. 도로 옆 등산로로 올라가려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온 산불감시원이 산불을 조심하란다.

당연히 산불은 조심해야 하지만 온 산과 들에 눈이 쌓여있고 오늘도 눈이 조금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는데 오늘 같은 날은 일부러 불을 내려고 해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능선으로 올라가니 잡목가지와 가시덩굴이 어깨를 붙잡는다.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걸어야 할 길이다.

15분쯤 오르니 눈 덮인 헬기장이 나타난다. 아이젠을 착용할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눈이 깊지 않으니

일단은 그냥 가기로 한다. 왼쪽 비탈은 소나무 숲이고 오른쪽은 전나무 조림지역인 능선길이다.

 

 20여분쯤 오르니 작은 봉우리이고 삼거리이다. 오른쪽 길을 따른다. 몇 명이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다.

조금 내려선 다음 다시 능선에 올라선다. 뒤돌아보니 덕유삼봉산이 흰 눈에 덮여있다. 그 옆의 덕유산은

운무에 가려있다. 계속 오르막이다. 눈이 내려 미끄러운 길, 조심조심 걷는다. 산행속도가 느려진다.

 

또 20여분을 올라 바위전망대에 선다. 정면으로 눈 덮인 수도산의 모습이 들어난다. 바위전망대에서

내려와 짧은 암릉 구간을 통과하고, 앞서 간 산우들의 발자국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한다.

 

 13.15분 빙화(氷花)가 보인다. 보기 드문 진귀한 볼거리이다. 얼음꽃이다. 보고 또 본다. 나뭇가지에

얼음이 달려있는 모양이 신기하기도 하다. 오늘 산행에 참여한 회원들은 복 받은 산 꾼들 인 것 같다.

빙화는 겨울 산행의 백미이지만 설화와는 달리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설화나 상고대는 흰색이지만 빙화는 색이 없다. 투명하다. 때문에 나 같은 초보들은 사진으로 담아 낼 재간이 없다.

그러나 무작정 디카를 들여 대 본다. 찍히든 말든, 필림값 드는 것 아니므로 셔트를 자꾸만 누른다.

 방울방울 맺힌 빙화가 아니고 또 햇빛이 비치지 않아 아쉽기도 하지만 빙화에 취해서 걸음이 나아가지 않는다.

 

 13.25분 양각산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나가서 전망대에서 양각산 흰대미산을 바라본다.

이 길을 계속 따른다면 끝자락엔 거창의 명산인 보해산 금귀산으로 이어진다. 되돌아 나와 주 등산로로 복귀한다.

박대장이 후미가 걱정이라면서 되돌아오고 있다. 박대장의 모습을 설경과 함께 카메라에 담아본다.

 

 후미대장을 만났으니 내 위치는 거의 꼴찌인 듯하다. 그러나, 그러나 이 좋은 설경을 두고 빨리 가면

뭐 할까? 정상에서 수도암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을 따를 생각으로 천천히 걷는다.

 

 몇 분이 식사를 하고 있는 곳에 도착한다. 전망 좋은 곳이다. 바람 불지 않으니 이럴 때는 전망 좋은

곳이 명당자리이다. 식사하면서도 설경을 즐길 수 있으니 좋다. 회원들 대부분이 앞서 간 줄 알았는데

가경신선팀이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아래쪽에서 식사를 하고 오는 중이라고 한다.

 

 식사 후에 스페츠와 아이젠을 착용한다. 정상에 먼저 올라간 일부 회원들의 모습이 돌탑 주변에 보인다.

등산로 주변엔 눈과 얼음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진 나뭇가지도 보인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눈꽃터널도 지나고 눈 덮인 바위를 타고 넘기도 하면서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5.20분이다.

 

 수도산은 불령산(佛靈山) 또는 선령산(仙靈山)이라 불리기도 했다는데 수도암 때문에 수도산이란

이름을 얻은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지리산도 보이고 소백산 덕유산 가야산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가까운 가야산조차도 구름 속에 가려있다.

 

 잠시 후 갈림길에서 왼쪽 수도암으로 가는 길을 따라 내려온다. 주변은 온통 눈꽃천지이다. 리비님

일행이 설경을 디카에 담고 있다. 청암사 갈림길 두 곳을 지나니 오른쪽 아래로 수도암 지붕이 보이고 16.00분 수도암에 닿는다.

 

 수도암은 이름 그대로 수도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하는데 그는 이곳에 절터를 잡은 후

너무 좋아 사흘 밤낮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대웅전 앞에 있는 동서탑(보물 297호)에서 보는 가야산 상왕봉의 모습은

흡사 한 송이 연꽃과 같다고 하는데 날씨 탓으로 볼 수가 없다. [약사전의 석불좌상과 대적광전의 비로자나불상도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임)

 

 수도암에서 제설작업이 아주 잘 되어있는 시멘트 도로를 따라 25분쯤 내려오니 수도리 마을이다.

조금 후 단지봉으로 간 A팀이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6.40분.

따뜻한 � 라면과 하산주 한 잔으로 설경과 빙화가 아름다운 수도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2005.02.22 유 산.

 

* 하루 산행하면서 한가지만이라도 보거나 듣거나 느끼거나 배우면 된다는 말도 있는데 오늘은 그

귀한 빙화를 보았으니 이만하면 만점 산행 아닐까? 고로쇠 물 구경 못 해도 마음만은 부자인 듯하다.

 

 

 

 

 

 

 

 

 

 

 

 

 

 

 

 

 수도산 정상

 

 수도암에서 본 가야산 상왕봉  (산행 두 달 전에 맑은 날 산행 때 찍은 사진임)

 

 당겨보니 한 송이 연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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