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룡산(1,491m). 덕유능선에는 야생화 천지.

 

 버스는 영각사 앞을 지나 남령고개를 넘어 황점매표소 부근에 세우고 잠시 후 모여서 99-88을

외치고 입산한다.(11.15분)  마을 안으로 나있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고 곧 잔돌이 깔려 있는

산판 길이다. 삿갓골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완만한 오름 길을 걷는다.

 

 계곡에 걸려있는 나무다리, 철다리, 또 나무다리를 건너니 왼쪽에 와폭이 보인다. 배낭을 벗어놓고

잠시 쉰다.(11.40분) 쉬기 좋은 장소이고 적당한 시간인 듯하다. 차안에서 6~7월 산행일정표가

배부되고 앞으로는 날씨가 더워지므로 코스를 조금 짧게 하고 산행 속도도 조금 늦출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때문에 조금 천천히 운행해도 될 듯싶다.

 

 우수위험(=빗물조심)이라 표시되어있는 계류을 건너고, '쉬어 가는 곳'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진 곳

(삿갓재 대피소 0.8k 지점)에서 또 쉬면서 물 한 모금 마신다. 잠시 후 '계단조심' 팻말을 부쳐둔

통나무 계단 길을 만난다. 굵은 통나무계단이 보폭과는 전혀 무관하게 만들어져 있어 그 옆으로 새 길이

나있다. 계단조심 안하고 갈 수 있는 안전한 계단을 만들던가, 아니면 계단을 만들지 말던가.

 

 삿갓재 샘터를 만나고 물 두 병을 꼭꼭 눌러 담는다. 이렇듯 산행 후 1시간 반쯤 되어 샘이 있음은

물을 조금만 가지고 올라도 되기 때문에 산행이 한결 수월하다. 멋지게 설치된 나무계단을 오르니

삿갓재 대피소이다.(12.37분) 왼쪽으로 삿갓봉이 보인다. 오른 쪽으로 간다.

백두대간, 덕유능선 길이다. 북쪽 �향으로 걷게 되므로 햇빛을 피할 수 있어 좋다.

 

 헬기장 너머 무룡산이 보이고, 바위 전망대에서 오산님이 조망을 즐기고 있다. 보호색을 띈 나비(?)를

강송님과 또 한 분이 디카에 담고 있다. 길가에는 멋있게 자란 나뭇가지들이 산행의 운치를 더해준다.

왼쪽으로 진안군 오른 쪽으로 거창군의 산과 들이 눈에 들어온다. 뒤돌아보니 남령을 넘어오는 고갯길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남덕유산과 장수덕유산도 조망된다. 금원 기백 월봉 황석산도 어림된다.

 

 등산로 주변의 야생화를 찍는 산님들이 보인다. 산행하면서 야생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디카에 담는

진지한 모습들이 무아지경인 듯이 보인다. 사진을 잘 찍을 수만 있다면 사진 찍는 모습들을 찍어도

좋을 듯하다. 큰 나무나 바위는 아무나 볼 수 있지만 야생화는 세심한 관찰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야생화 찍은 찍사님들, 좋은 작품 올려 같이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찍는 고행(?)에 보는 즐거움이 더해질 때 작품은 더 빛을 낼 듯 합니다.]

 

 곧 무룡평원에 도착하고. 오른 쪽으로 암릉이 나타난다. 등산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길 주위에 나무

울타리를 박아 두었지만 옆엔 새 길이 자연스레 만들어져 있다. 등산로에 계단을 만들 때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여 산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하여야 할 것이다. 이곳은 원추리 군락지인데

8월경 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고 하는 곳이다.

 

 13.45분 무룡산(舞龍山, 1,491m) 정상이다. 오늘 산행 중 최고봉이다. 헬기장이 설치되어 있다.

이정표엔 남덕유 6.4k, 향적봉 8.4k, 삿갓재 2.1k, 동엽령 4.2k라고 쓰여 있다.

무룡산은, 운무에 가렸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마치 용이 춤추는 듯 보인다는데---,

그러나 오늘은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 멀리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이 보인다.

 

 몇 걸음 내려서니 먼저오신 분들이 군데군데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빈자리 한 곳에 끼어들어

도시락을 편다. 이 높은 산에 왠 파리? 파리를 �으며 식사를 마친다. 산이 깨끗하니 파리도 깨끗할까??

어느 산님이 가져오신 참외까지 먹고 제법 여유를 가진다. 식사시간 35분 걸린 셈이다.

꼬랑지로 출발한다.

 

 조금 후에 남행하는 덕유종주팀을 만난다. 그들은 06.30분 쯤 삼공리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덕유종주는 지리종주에 버금가는, 거리가 짧다고 만만히 볼 수 없는 힘든 코스이다.

수고의 격려를 보낸다. 우리는 지금 종주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허겁지겁 달리지 않아도 된다.

능선 곳곳에 피어있는 철쭉을 감상하고 야생화도 보면서 걷는다. 새소리도 들린다. 평온, 그 자체이다.

 

 오른 쪽 멀리 돌탑봉에 산객들이 어른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작은 바위를 넘고 길 왼쪽에 주목과

단풍나무의 연리지(連理枝)인 듯한 나무가 보인다.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나무가 합쳐서 한 개의

줄기로 자라는 것, 연리지는 두 나무의 가지가 이어져 자라는 나무를 말함인데 연인이나 부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고 함]

 

 14.50분 돌탑봉우리에 도착한다. 자연석 위에 잔돌 몇 개가 얹어져 있는 곳이다. 주변에 별다른

특징있는 지형지물이 없기 때문에 지형도에 그리 표시되어 있는 듯하다. 후미 대장을 만났으니 제일

후미인 모양이다. 한 분이 천천히 가고 있다. 몇 번 산행에 참석한 분인데 처음 보다는 걷는 속도가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봉우리를 내려가는 중에 올라오는 산객 한 분이 삿갓재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길을 묻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엽령에서 칠연폭포 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갈림길을 지나친 듯하다. 오후 6시까지 하산해야

된다고 한다. 등산지도를 꺼내어 현 위치를 설명하고 동엽령까지 되돌아가서 좌측으로 하산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는 마산에서 왔다고 한다.

 

 15.35분, 동엽령이다. 선두팀들이 쉬고 있다. 쉴 때는 잠깐 만이라도 앉아서 쉬는 것이 좋다고 한다.

덩달아 풀밭에 앉아 쉰다. 커다란 길 안내판에는 우리가 가야할 병곡리에 대한 표시가 없다.

잠시 쉬었다가 동쪽으로 또렷이 나있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온다.

 

 새소리도 즐겁다. 새 이름은 모른다. 휘이익 쪼르르 쪽쪽쪽 이렇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면 휘파람새인가? 휘파람새는 홀아비 귀신새라고 하든데 그래서 호올애비 ㅈ ㅈ ㅈ 이렇게

들리기도 한다고 어느 책에서 읽어본 적이 있다.

 

 25분쯤 내려오다 갈 지(之)자 길을 만나고 곧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몸이 앞으로 쏠리는 길이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천천히 가는 것이 더 어렵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것이 상책이지 싶다.

 

 길 오른쪽 아래로 계곡이 이어지고 있다. 나무 가지 사이로 제법 널따란 계곡의 바위들이 하얀 속살을

들어내듯 보인다. 등산로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 인간들로부터의 오염은 덜할 듯하다. 또 20여분 내려와

몇 분이 쉬고 있는 합수 지점을 통과하고 산판도로를 15분쯤 따라 내려오니 송어양식장이다.

 

 아래쪽 축사 안에는 큰 뿔 달린 큰사슴이 보인다.

곧 시멘트 포장길을 만난다. 출입금지(병곡리~동엽령 4.2k. 과태료 50만원) 입간판이 보인다.

이 길로 올라가면 안 되는 듯하다. 계곡으로 내려가 땀을 씻고 병곡 횟집을 지나 17.20분에 주차장에

도착하여 간만에 컵라면을 먹고 하산주를 한다.

 

 오늘도 강송님의 문제는 아무도 풀지 못한다. 정답은 7년산 찔레꽃 술, 역시 주류 초보자들 인듯.

몇 가지 술을 조금씩 마시게 된다. 술에 취하는 것은 짬뽕 때문인가? 도수인가? 의견이 분분하다.

오늘은 안주도 거하다. 오늘의 자원봉사자의 작품이다. 고맙습니다. 버스는 18.00분 출발한다.

                                                                                           2005.05.31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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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부드러운 능선을 보다.

 

 산행버스는 단양 나들목을 빠져나와 충주호를 따라 단양시내로 들어간다. 고수교를 건너 고수동굴,

천동동굴 앞을 지나고 천동주차장에 세운다.(12.10분) 하차하여 10여분 쯤 걸어서 한일 유스호스텔

앞길에 모여 간단한 입산식 후 산행 시작한다.

 

 다리안교 입구에는 비로봉 6.6k, 국망봉 9.7k라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다리 아래에는 맑은 물이 흘러 내려오고 있다. 옛 시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 나는 산으로 들어가는데 너는 왜 산에서 나오는가"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돌길이 이어진다. 천동쉼터까지 공원관리차량이 다니는 길이라고 한다.

오른쪽 계곡에서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완만한 오름 길이다. 많은 등산객들이 올라가고 있다.

야외학습 나온 학생들까지 합해져 길이 복잡하다. 학생들의 인솔자는 줄을 맞추라고 소리 지른다.

 

 줄을 맞추어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군대의 행군훈련도 그리하지 않는데, 인솔자의 과잉지도로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학습효과가 줄어들지 않을까? 고함소리는 등산객들에게도 소음이다.

 

 한 시간 20여분쯤 지나 해발 1,035m라는 천동쉼터에 도착한다. 물을 두 병 가득 담고 쉼터 위쪽의

공터에서 싱글님 부부, 산경님 등과 함께 도시락을 편다. 이미 식사를 마친 분들도 보인다.

식사 중 몇 분이 합석하고 식사를 마칠 즈음 땀이 식으니 추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서둘러 출발한다. 14.00분이다.

 

 잠시 후, 소백산 옹달샘 옆에는 산도님 강송님 등 몇 분이 식사를 하고 있다. 옹달샘에서 물 한

모금 마신다. 종이컵이 아닌 조롱박 모양의 바가지가 놓여 있다면 샘 이름과 더 어울릴 것인데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관심이 아쉽다. 입장료만 받을 일이 아닐 성싶다.

 

 나무계단을 한참 오르니 죽은 주목 한 그루가 버티고 서 있다. 천년을 더 서 있을 듯 당당하다.

뒤돌아보니 조망이 트인다. 많은 등산객들이 내려오고 있다. 한 분이 정상이 멀지않으니 힘내라고

격려하기에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그 분은 10시 반경 비로사 주차장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주목 몇 그루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주변의 여러 잡목 속에서 더욱 당당한 모습이다. 이곳은 눈이

내릴 때 설경이 한 경치 하는 곳이기도 하다. 디카에 담아 보기도 한다. 곧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오른쪽은 연화봉, 왼쪽은 비로봉 가는 길이다. 정면으로는 풍기읍 삼가리 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소백산이 초행인 듯한 분에게 희방사 가는 길을 가리켜주고 비로봉으로 향한다.

곧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 길을 따른다. 왼쪽은 주목감시초소를 지나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은 소백산의 부드러운 능선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만치 오산님 부부가 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나무계단이 비좁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14.55분 비로봉 정상. 오늘은 바람이 거의 없다. 많은 분들이 "왔노라 보았노라 찍혔노라"의

증명사진을 남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정상석 뒷면에 새겨진 글을 읽어본다.

"태백산에 이어진 소백산 / 백리에 구불구불 구름 사이 솟았네. ---"

서남쪽으로 연화봉과 천문대가 보인다. 동북쪽으로 가야할 국망봉을 바라본다.

이정표에는 3.1k인데 먼 거리인 듯 느껴진다.

 

 앞 봉우리까지 이어진 계단을 내리고, 다시 오르니 어의곡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왼쪽으로 보인다.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작은 바위봉을 우회하고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 한다. 나물 채취하는 주민들로

부터 참나물 한 개 얻어 풀밭을 살펴보지만 나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철쭉은 꽃봉오리만 맺었을 뿐

활짝 피려면 한 열흘은 지나야 할듯하다.

 

 국망봉 조금 못 미쳐 비로소 몇 개의 바위들이 모습을 들어나고, 하늘엔 뭉게구름이 떠있다.

국망봉 0.3k, 초암사 4.1k라는 이정표가 보인다.(이 길을 내려가면 초암사에서 버스 주차장까지 약 5k의

시멘트포장도로를 더 걸어야 하는 재미없는 길이다.)

 

 곧 국망봉에 닿는다. 안내판의 국망봉 이름 유래에 대한 몇 가지 중

"--- 마의 태자는 망국의 한을 달래며 소백산으로 들어와 이곳에 올라 멀리 옛 도읍 경주를 바라보며---"

즉 나라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국망봉이라 부른다는 설명이 있다.

학교 다닐 때 국어교과서에서 배운 정비석의 금강산 산행기 '산정무한'이 떠오른다.

(산정무한은 한국의 명문장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 태자의 몸으로 마의를 걸치고 스스로 험산에 들어온 것은 천년 사직을 망쳐버린 비통을 한 몸에

짊어지려는 고행이었으리라. 울며 소매귀 부여잡는 낙랑공주의 섬섬옥수를 뿌리치고 돌아서 입산할

때에, 대장부의 흉리가 어떠했을까? 흥망이 재천이라, 천운을 슬퍼한들 무엇하랴만 사람에게는 스스로

신의가 있으니, 태자가 망국지한을 고행으로 창맹에게 베푸신 두터운 지혜가 천년 후에 따습다.

천년사직이 남가일몽이었고, 태자 가신지 또다시 천년이 지났으니, 유구한 영겁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던가!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하다가 한 웅큼 부토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 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히 수수롭다.」

 

 상월봉으로 간다. 상월암(岩)에는 구인사 창건주인 상월조사와 관련된 글이 새겨져 있다는데 바위를

이리 저리 둘러보아도 확인하지 못하고 1272봉에 올라간다. 뒤돌아보니 상월봉으로 올라오는 이 아무도

없다. 아마 A코스의 제일 후미 인 듯하다.

 

 조금 빨리 걸어, 늦은맥이재에 도착한 시간은 17.00분이다.

을전(乙田=새밭)과 어의곡은 6.1k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곳이다. 왼쪽으로 내려간다.

개울물 졸졸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깊은 산골짜기이다. 한참을 내려가니 몇 분이 보인다.

 

 쓰러진 나무둥치를 타고 넘기도 하고, 밑으로 기기도 하고, 밟고 넘기도 한다. 그러기를 여러 번,

왼쪽 계곡엔 물이 제법 많아지고 작은 폭포도 걸려있다. 강송님은 계곡에 취한 듯 디카에 담기 바쁘고,

조금 후 리비님, 마울님이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계류를 건널 때 징검다리 건너듯 바위를 건너뛰는 재미도 있다. 선녀탕도 신선탕도 보인다.

그러나 물속에 들어가기에는 아직 물이 차다. 손이 시리다. 임도를 만나고 10여분 걸어 내려오니

버스가 보인다. 18.35분이다.

 

 개울에 내려가 땀을 씻고, 리디님의 맥주에다 오산님의 복분자술을 보태어 하산주를 나누고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선두는 한 시간 전에 내려왔다고 하고, 후미는 이제 막 도착한다.

산행시간 거의 7시간쯤 걸린 셈이다. 버스는 19.10분 출발한다.

                                                                                    2005.05.24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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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팔랑치~바래봉, 멋진 능선 철쭉이 반겨주고

 

 출발한지 3시간 반쯤 걸려 버스는 11.30분 정령치에 도착한다. 정령치는 해발 1172m라고 하니

어지간한 산꼭대기 정도의 높이이다. 때문에 고리봉~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산행은 지구력만 있으면

되고 별로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될듯하다. 차에서 내리니 동쪽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펼쳐지고 천왕봉과 반야봉이 눈에 들어온다.

 

 정령치 휴게소 옆에서 간단한 입산식을 마치고 산행을 시작하여 계단을 올라서니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분다. 오늘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이 바람이 비구름을 몰고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왼쪽으로는 남원 쪽에서 정령치로 올라오는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10여분 후 마애불상 가는 갈림길이다. 왼쪽길이 정상 등산로이지만 마애불상을 보러 오른쪽으로 간다.

보물 1123호로 지정된 이 마애불은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되지만 정령치의 주인공인 정장군(鄭將軍:

마한 왕이 달궁에 머무를 때 정장군은 이 고개에서 방어 임무를 수행하였다 함)을 새긴 것이라는 얘기도

전해온다. 안내판에 의하면 12구의 불상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마모되고 몇 구만 남았다고 한다.

 

 10여분 후 등산로로 복귀하고 작은 바위전망대에 올라 뒤돌아본다. 정령치 남쪽으로 노고단 방향

으로는 만복대가 우뚝하다. 바람이 세게 불어 사진 찍기가 불편할 정도이다. 모자 끈을 단단히 졸라

매고 바위를 내려선다.

 

 12.00분, 고리봉(1,304m)에 올라선다. 만복대 너머에도 고리봉(1,248m)이 있지만 이곳은 오늘 산행 중

최고봉이다. 산행 시작 30여 분만에 최고봉에 올라왔으니 다른 때의 산행에 비하면 엄청 수월하다.

20여분 걸어 ‘새걸산 1.2km, 고리봉 1.2km’의 이정표를 지난다. 10여분 후 작은 암릉을 지나고 오른쪽의

지리산 주능선을 보기도 하고, 등산로 주변의 드문드문 피어있는 철쭉을 감상하기도 하면서 걷는다.

 

 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한 천왕봉 또 반야봉을 리비님과 마울님이 카메라에 담는 모습이 보인다.

두 분은 늘 좋은 작품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려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좋은 작품을 많이 담아오기를

기대하면서 앞서 나간다.

 

 12.55분 등산객들이 밀린다. 정체구간이다. 길 양쪽으로는 키 작은 떨기나무들이 빽빽하여 앞서 나갈

수도 없다. 13.08분 세걸산(1,207m)에 오르고 13.15분 세동치를 지난다. 이곳은 전북학생수련원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산객들이 등산로 주변 군데군데 모여 앉아 식사하는 모습들이 보이지만

전국의 많은 산 꾼들과 철쭉 탐방객들이 모였으니 가경 회원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

 

 13.55분 부운치를 지나고, 14.00분 1,123m봉에 올라선다. 제법 너른 장소이고 많은 분들이 식사중이다.

적당한 곳에서 도시락을 편다. 산상 뷔페식당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겉보리님의 막걸리도 한잔 보탠다.

식사를 마치고 조망을 즐기며 잠시 쉬었다가 gds님과 함께 내려선다. 14.30분이다.

 

 나무 가지가 휘어져 개선문처럼 생긴 곳을 통과하니 철쭉이 활짝 피어있다. 탐방객들과 산객들이

어울려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곳 팔랑치는 바래봉 최대의 철쭉군락지이다. 철쭉꽃들이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있기도 하고 또 함께 어울려 피어 있는 모습은 바래철쭉의 특징일 것이다.

색깔이 화려하고 곱다. 말 그대로 산상화원이다.

 

 15.10분 팔랑치를 통과하고 바래봉 가는 길목에서 박대장을 만난다. 뒤에 몇 분이 오고 있다고 한다.

주목 조림지를 지나고 바래봉 갈림길에서 다시 마울님을 만난다. 15.50분 바래봉(1,165m) 정상이다.

바래봉은 바람봉인가? 바람이 세차게 분다. 어느 산님이 부탁한 사진 한 장 찍는데도 카메라가 너무

심하게 흔들려 사진이 바로 나오지 않을 듯하다.

 

 헬기장에서 잠시 쉬고, 16.20분 덕두봉(1,149m, 인월까지 1시간 30분이라 쓰여 있다)에 오른다.

하늘이 잔뜩 흐려지고 곧 빗방울이 떨어질 듯하다. 조금 빨리 걷는다. 천천히 걷고 있는 한우산님,

또 몇 분의 산우들이 내려가고 있다. 16.50분 갈림길에서 쉬고 있는 가경 산님들을 만나고 조금

쉬었다가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간다.

 

 17.25분, 구인월 마을회관 옆 수도에서 땀을 씻고 버스가 세워진 도로에 도착하여 강송님의 4년산

박하주와 오산님의 복분자술을 보태어 하산주를 나누고 오늘의 철쭉산행을 마무리한다.

버스는 18.00분 출발한다.

                                                                                                2005.05.17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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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감암산~부암산, 일품 산행로

 

 버스는 산청군 차황면 법평리로 넘어가는 고개 마루에 세운다. 도로변에는 황매화가 활짝 피어 있다.

황매산 가는 길목이라 황매화를 심었을까? 간단한 입산식- 구구~팔팔(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을

외치고 도로를 가로질러 산으로 오른다.

 

 벌써 동작 빠르고 눈썰미 있는 분들은 산나물을 뜯고 있다. 산나물=약초이니 산행하면서 약초를 뜯는

것은 건강을 두 배로 증진시킬 수 있을 듯하다. 산행 잘하고 또 보약을 챙기는 셈이니 일거양득 아닌가?

고사리는 이미 너무 자랐고 취나물 비비추 다래순이 적당한 채취시기라고 한다.

가경회원 중에는 약초전문가도 있으니 나물산행도 한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소나무 숲 속 철쭉이 간간히 피어있는 산길을 따라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거의 한 시간을

걸은 후 바위 전망대에 도착한다. 산불 감시초소가 세워져 있다. 아마 국사봉인 듯하다.

동쪽으로는 영화주제공원 뒤쪽 황매산 주능선의 산등성이를 철쭉이 붉게 물들이고 있다.

오늘 가야할 감암산~부암산 능선이 황매산 남쪽으로 멀리 이어진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서고 (오른 쪽에 우회길이 있었지만), 작은 봉우리 한 개를 넘어가니 임도가

나타난다. 승용차가 지나간다. 이럴 때 힘이 좀 빠진다. 맑은 공기가 오염될까봐 걱정되기 때문일까??

임도를 건너 오래된 묘 몇 기를 지나고 곧 샘터이자 쉼터에 도착한다. 간이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물 한 병 가득 채운다. 오늘도 선두가 더러 쉬면서 시간을 조절하고 있는 듯하다. 13.00분이다.

 

 10여분 올라 장박리에서 올라오는 능선길과 만나고 황매봉 1.3k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으로는 합천호의 파란 물이 굽이굽이 펼쳐지고 있다. 곧 그늘에서 식사중인 선두팀을 만나고 식사를

마친다.(13.35분) 조망이 별로 되지 않는 곳이고 장소가 조금 비좁다.

선입선출이다. 먼저 식사를 마치면 먼저 일어서야 한다.

 

 잘 생긴 바위를 지나고 정상아래 헬기장을 닿는다. 정면으로는 정상과 중봉 하봉이 병풍처럼 앞을

가로막는다. 오르막이다. 20여분 올라가니 정상 직전 봉우리이다.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고 가야산도

어림된다. 곧 정상에 닿고(14.05분) 정상 바위 아래에서 황매평전을 내려다본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장소라고 하는 곳이다. 온통 철쭉으로 붉게 타오르는 듯하다.

 

 평원으로 내려가는 길은 많은 산꾼들로 붐빈다. 길이 비좁다. 천천히 내려간다. 능선의 서쪽엔 황매산

영화주제공원이 내려다보이고 그 옆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하다. 또 동쪽의 목장 축사 주변 빈터에도

많은 차들이 올라와 있다. 소문난 철쭉명산답게 많은 이들이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배틀봉 아래 철쭉군락지 군데군데 탐방객들이 앉아 쉬고 있다. 등산하는 이들은 늘 바쁘게 움직이므로

차분히 감상할 시간이 없다. 철쭉나무 아래에 앉거나 누워서 하늘을 배경으로 화려한 꽃을 쳐다보는

잠시의 여유만이라도 가진다면 또 다른 꽃의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불감시초소 부근에서 후미팀을 기다린다. 오산님이 산행지도를 펼쳐보고 있다. 철쭉재단 너머

모산재가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누룩덤과 칠성바위가 저만치 보인다. 그 옆으로 감암산이, 남쪽으로

부암산이 모습을 들어낸다. 잠시 막간을 이용하여 gds님의 매실주를 한 잔 하는 여유도 있다.

 

 15.25분, 감암산 쪽으로 내려간다. 뒤돌아보니 황매산이 잘 가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지금부터 오늘 산행의 핵심구간이다. 철쭉밭을 내려서자 곧 작은 암릉을 만나고 이후 전망대가 곳곳에

나타나는 기분 좋은 산길이 이어진다. 소나무와 철쭉이 어울려 피어 한결 운치를 더해준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줄지어 서있기도 하고, 가파른 낭떠러지를 타고 가기도 한다. 밧줄도 쇠줄도 있고

철계단도 있다. 아기자기한 등산길이다. 황매산 공룡길이라 이름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간간히 나타나는 암봉으로 지루하지 않다. 힘들면 전망바위에 올라 조망을 즐기면 된다.

 

 바위 틈새에 피어있는 철쭉이 소중해 보인다. 꽃이 많으면 많은 대로 좋고 적으면 적은 대로 좋다.

절벽에 가부좌 틀고 앉은 소나무도 볼품 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벽한 등산로이다.

너무나 깔끔한 등산로이다. 아마도 근교산 최고의 등산로 중의 하나이지 싶다.

[다만 오늘 산행 초반에 준비운동을 너무 많이(정상까지 약 3시간 정도) 하여 피로가 조금 쌓여

알뜰살뜰히 살펴보기엔 시간이 쬐끔 모자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5.50분 천왕재, 16.05분 누룩덤 갈림길(감암산 828m)을 지나고, 16.50분 새터마을 갈림길(707m)를

지난다. 이곳엔 부암산 1.5km라는 이정표가 있는 곳이다. 30여분 걸어 부암산 0.3km, 황매산 7km 라는

이정표가 있는 동곡마을 갈림길에 닿는다. 여기서 15분 걸려서 부암산 정상에 올라선다.

 

 그러니까 300m 걷는데 15분이 걸린 셈이다. 물론 사진 찍는 시간까지 포함된 것이지만 오르고 내리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이 험하고 먼 길인 감암~부암 능선길을 신나게 달린 가경산님들은 정말 산사람인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감암산~부암산 산행 중 자주자주 뒤돌아본다. 황매산 정상쪽으로 보는 경치가 멋지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황매산이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다. 저 멀리 정상에서 예까지 걸어온 자신이 대단하기도 하고

내 발이 고맙기도 하다. 마음대로 산에 다닐 수 있는 것 이것만으로도 복 받는 일인지도 모른다.

 

 부암산(695m) 정상에는 1998년 창립된 이름없는 산악회가 세운 정상석이 보인다. 무슨 깊은 뜻이

있는지 몰라도 산악회의 이름이 '이름없는' 인지? 산악회가 이름이 없다는 뜻인지? 조금 헷갈린다.

잠시 쉬었다가 내려선다.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18.00분 절터 옆 바위굴에서 나오는 석간수를 한 병 가득히 채우고 한 모금 마신다. 물맛이 꿀맛이다.

새보리님도 수통에 물을 담는다. 맑은 공기 마시고 때로는 맑은 물을 듬뿍 마실 수 있는 것,

이것은 산 꾼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 싶다. 오산님 일행이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이교마을의 한 농가에 들어가서 맘씨 좋은 주인댁의 배려로 땀을 씻고 나와 18.30분 마을회관 앞

주차장에 도착한다. 선두팀은 한 시간 전에 내려왔다고 한다.

오산님이 준비한 복분자술이 오늘의 히트작품이다.

버스는 18.45분 출발한다.

                                                                             2005.05.10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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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재암산, 철쭉 밭에서

 

 늘 그렇듯이 산행버스는 08.00 정시에 출발한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오늘 자원봉사의 중책은

들꽃님과 리디님이 맡는다. 산행지도와 뱃지를 배부하고 또 회비를 받는,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안전산행을 위한 봉사활동, 복 받을 일입니다.)

 

 또한 산행에 동참하는 회원님들 모두 산행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잘 협조함으로 산악회는

더 알찬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늘 조용하고 쾌적한 차내 분위기, 좋은 산에 열심히 다니는 ]

것이 산꾼들의 진정한 모습이라면 가경산님들은 거기에 가장 근접한 분들일 성싶다.

 

 12.00분, 한치에 도착하여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은 철쭉산행이지만 한치~

일림산~ 삼비산~사자산~곰재산~(재암산)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호남정맥 길이기도 하다.

능선에 올라서니 이미 핀 철쭉 꽃잎이 마르기 시작한다. 시들기 시작하는 순간 꽃은 그 가치가

반감되고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능선을 따라가며 작은 봉 몇 개를 오르내린다. 왼쪽으로는 남해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농촌 풍경이 아늑하게 모습을 들어낸다. 꽃은 시들고 등산로 주변엔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조금 빨리 걸어본다. 천천히 걷는 몇 분을 앞서 나간다.

 

 13.05분, 일림산(626m) 정상. 넓은 헬기장이 만들어져 있는 곳이다. 철쭉은 조금 이르고 2~3일 후면

만개 될듯하다. 막 터지기 직전인 꽃봉오리들이 있고 이미 핀 꽃도 더러 보인다. 많은 산님들이

철쭉을 디카에 담고 있다. 오른쪽 길에는 용추폭포 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만개(滿開)란 군락지의 80% 정도가 피었을 때를 말한다고 한다. 같은 산이라도 고도에 따라 위치에

따라 개화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일시에 활짝 핀 꽃을 다 볼 수는 없다. 이 철쭉꽃들도 일주일 후엔 이미

지기 시작할 것이다. 산행 시작할 때 산자락에서 본 시드는 꽃과 정상부의 피기 직전의 꽃을 대비해보면 그 느낌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정면으로 삼비산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솟아있다. 여유롭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교행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등산로는 넓게 잘 다듬어져 있고 길은 키 큰 산죽 밭 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가는

산객들이 한가로이 보이고 뒤돌아 봐도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올라오고 있다. 전형적인 육산이고

또 비 온 뒤라 먼지 한 점 날리지 않으니 쾌적한 산행조건이다.

(배낭을 메고 줄줄이 또는 띄엄띄엄 가고 있는 그 평화로운 모습은 산행 후에도 눈에 선하다.)

 

 봉수대 갈림길을 지나고 13.35분 삼비산(三妃山,664m) 정상에 선다. 하늘의 세 왕비가 내려와

놀다갔다는 전설에 따라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전에 일림산이라는 정상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철거되고, 정상석 앞에 있든 철쭉제단도 받침대 4개만 남아있고 대리석 판석은 흔적이 없어졌다.

삼비산에 일림산이란 표지석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다. 등산객과 탐방객들이 마구 섞여있는 듯하다.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거침없이 조망이 터진다. 큰 나무가 없으니 그늘도 없다. 왼쪽에 보이는 소나무

아래로 가서 도시락을 편다. 햇빛이 쨍쨍하고 더운 날씨이니 그늘을 찾게 된다. 회원 몇 분이 보이고

다른 산악회원들도 보인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정상에 오니 회원 몇 분이 식사 중이고 어느 산님이

가지고 온 두견주를 gds님과 조금씩 거들고 오른 쪽 급경사 길로 내려선다.

 

 철쭉 군락지이다. 방울방울 맺혀있는 모습이 신선하다. 상상해본다. 이 많은 꽃망울이 일시에 터진다면

가히 산상화원이리라. 막 터지기 직전의 꽃봉오리도 일품이다. 능선을 뒤돌아보면서 디카에 담는다.

곧 골치산(614m)에 닿는다. 꽃망울이 방금 터질 듯이 충만하고, 보이는 것은 5월의 신록과 철쭉뿐인데

이름은 왜 골치산일까?? 골치 아픈 것은 아무데도 없는데---.

 

 15.10분 사자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오른쪽으로 곰재산 또 재암산이,

그 아래쪽엔 하산지점인 자연휴양림 시설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내리막을 내려서서 고개에 닿으니

두 분이 오른쪽 샛길로 내려가서 임도를 따를까 의논 중이다. 임도를 따라 휴양림으로 가는 것은 너무

많이 둘러가는 길이며 보이는 것 없이 지루하기만 할 뿐 가능하면 피해야 하는 길이다.

능선 길 따라 사자봉을 넘어 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한마디 거들고 진행한다.

 

 삼거리에서 방향표시판을 따라 올라가니 선두팀들이 쉬고 있다. 사자미봉 오르기 직전 조금 평평한

곳이다. 선두가 쉬면서 후미와의 간격을 줄이거나 시간을 조절하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오늘은 꽃에

취한 건지 산세가 유순해서 인지 산행에 조금 여유가 있는 듯하다. 후미가 도착한 후에 출발한다.

 

 지금까지 육산(肉山)만 걸었는데 한차례 급경사 바위틈으로 올라붙는다. 뒤돌아보니 조망이 시원하다.

사자 두봉(머리봉)이 눈앞에 펼쳐지고 작은 암릉을 오르면서 모두들 열심히 주변 경치를 둘러본다.

16.20분 사자미봉(꼬리봉,668m), 16.40분 재암산 주차장 갈림길 삼거리, 17.00분 재암철쭉제단석이

세워진 철쭉평원에 올라 철쭉을 감상한다. 철쭉꽃과 꽃봉오리가 수두룩 빽빽하게(?) 붙어 있다.

17.30분 곰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오다 땀을 씻고 18.00분 주차장에 도착한다.

 

 버스는 18.10분 떠난다. 붓재에서 보성차밭 구경을 하기 위해서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보성 차밭

이므로 멀리서 관광하러 오는 곳인데 등산을 마치고 귀가 길에 짬을 내어 볼 수 있다면 이 아니 좋은

일인가? 다향각(팔각정)에 오르면 차밭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도 감상할 수 있는데 버스는 다향각

조금 지나서 세운다. 관람 시간은 30분, 보는 복도 복인데 산행하면서 덤으로 얻는 복이다.

 

 한우산님의 솔잎 동동주와 강송님의 피로회복주로 하산주를 나누고, 유사장님 등과 함께 차를

마시고 차를 탄다. 하산주도 녹차도 잘 마셨습니다. 고맙습니다.

                                                                                                   2005.05.03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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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琵瑟山 1,083). 산이름 좋고 참꽃 좋고.

 

 비슬산 이름은 정상부근의 바위들이 비파(琵)나 거문고(瑟)을 타는 신선의 모습이라는 데서 유래한다고

하기도 하고, 원래 우리말 닭 벼슬처럼 생겨서 벼슬산→비슬산인데 한자로 표기하다보니 그리 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부르기 좋고 듣기 좋은 이름이다.

 

 비슬산은 진달래 명산으로 소문난 산인데 오늘은 개척산행 코스로 비슬산에 오른다.

이번 주부터는 기존 총무 대신에 산행에 참석한 회원 중에서 한 분이 산행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실비로 운영되는 산악회이므로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있어야 할듯하다.

일종의 자원봉사제도 일 것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리디님이 중책을 맡게 된다.

 

 출발 후 두 시간 쯤 지나 현풍면 부리 도로변 산행 들머리에 하차한다.(10.05분) 구마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굴다리 앞이다. 통행차량이 많아 꽤 시끄럽다. 덜 시끄러운 곳으로 자리를 옮기려다 소나무

몇 그루가 서있는 산자락으로 접어든다. 달리는 차량의 소음이 심해 입산식 없이 산행시작이다.

 

 20여분 후에 임도를 만나고 왼쪽으로 꺽어 나가다 곧 오른 쪽으로 능선으로 올라붙는다.

등산로라고 할 수 없는 묵은 길이다. 사실 길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길을 만들면서 가고 있다.

선두가 치고 나갔는데도 진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잡목이 팔다리를 붙잡고 배낭을 끌어당기기도 한다.

모자를 낚아채기도 하고 가시덤불이 얼굴을 할퀴기도 한다.

 

 쓰러진 나무를 피해서 돌고 넘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서로 엉켜있는 나뭇가지 밑을 장애물 경주하듯

빠져나가기도 한다. '가경'만이 갈 수 있는 산길이다. 길 주변에는 피어있는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자꾸 눈길을 끈다. 사진 찍는 연습이라도 하고 싶지만 바쁘기도 하고 역부족이라 그냥 구경만 하고 간다.

(그래도 산행 중에 짬을 내어 몇 장 찍었다. 물론 꽃 이름은 모르지만)

 

 40여분 만에 첫 봉우리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입산식을 하느니 마느니 하다가 생략한다. 뒤돌아보니

현풍면 소재지가 보이고 그 너머 낙동강이 펼쳐지고 있다. 위쪽으로 눈을 돌리니 고령교와 88낙동교가

걸려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이 산나물 채취하는 모습이 보인다. 고사리와 취나물을 뜯는다고 한다.

 

 등산로 우측으로는 경지정리가 잘된 시골풍경이 아늑하게 펼쳐지고 있고 좌측으로는 논공공단의

공장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구마고속도로엔 차들이 줄을 이어 달리고 있다.

작은 오르내림이 있지만 크게 보아 오르막이다. 땀이 흐른다. 잠시 쉬면서 물 한 모금 마신다.

 

 오늘 이곳 최고기온 26도라는 예보가 있었고 산행시간은 7시간으로 예정되므로 물 한 병 더 준비해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 한 모금 더 마시고 사탕 한 알 입안에 넣고 일어선다.

12.10분경 대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서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시야에서 공장건물들이

사라지고 소음도 줄어든다. 비로소 산 속에 들어온 듯 안온한 느낌이 든다.

 

 산딸기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곳을 지나기도 하고 낙엽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네 발로 기어 오르듯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성말댕이 능선이 갈라지는 지점이다.

선두팀이 식사중이다. 급히 도시락을 꺼내어 20여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다.(12.55분)

 

 능선의 우측 사면 길을 따르다가 임도를 만나 임도를 건너 소나무 숲 속으로 난 길로 들어간다.

조금 후 갈림길을 만나고 좌측 오름 길을 따른다.(14.15분)

작은 고개에 내려서서 갈림길 중 왼쪽 비탈길로 15분쯤 가서 능선에 오르고

다시 오른쪽으로 꺽어 15분만에 용연사에서 오는 길과 만난다.

 

 오른쪽 정상으로 가는 쪽으로 '방향표시판'이 놓여있고 가경님과 김사장님이 쉬고 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쉰다. 대구에서 온 산님들이 방향표시판을 보고 '가경천지'이름 좋다고

한마디씩하고 지나간다.

 

 정상 직전에 진달래가 활짝 피어있다. 비슬산 정상은 해발 1,083m 인데 비슬산 참꽃을 보러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평일인데도 말이다. 진달래 명산임을 실감하게 한다.

15.00분 드디어 정상이다. 산행 시작한지 거의 4시간 50분 만에 정상에 올랐으니 중산리에서 지리산

천왕봉 오르는 시간보다 더 걸린 셈이다.

 

 오늘 A코스는 정상~대견사지~유가사, B코스는 정상~수성골~유가사인데 나는 홀로 병풍듬 길로

내려갈 생각이므로 시간이 좀 남을 듯하다.

대견사지 쪽 진달래 군락지에는 꽃이 활짝 피어 온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정상부근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산상화원을 즐기다가 gds님을 만난다.

 

 역시 병풍듬 길로 내려갈 생각이라고 한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쉰다. 위로는 행글라이드가 날고 있다.

싱글벙글님이 보인다. 발목부상으로 몇 개월 쉬다가 오랜만에 산행에 참여하였지만 이 힘들고 먼 길을

탈 없이 걸었으니 평소 산에 대한 내공이 많이 쌓여진 결과인 모양이다. 한우산님 등 여러 회원님들의

보인다. 먼 길에 지친 듯 모두들 병풍듬 길로 하산하려고 한다. 잠시 합류할 분이 있는지 찾아본다.

 

 15.30분 하산 시작이다. 밧줄을 잡고 내리기도 하고 바위를 타고 돌면서 협곡을 빠져 나온다. 30여분

만에 바위 틈새로 흐르는 계곡을 만나 물을 마시고 물병을 가득 채운다. 조금 내려와서 도성암으로 가는

도로를 만나고 또 너덜에 만들어진 돌탑군을 지난다.

 

 수도암 앞에서 활짝 핀 홍도를 디카에 담고 개울에서 땀을 씻는다. 유가사를 둘러보고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7.00분이니 7시간 산행한 셈이다. A팀의 후미를 기다리면서 주문한 막걸 리가 나오기

전에 강송님의 7년산 두견주를 한 잔씩 나눈다. 술맛이 일품이다.

두견화 실컷 보고 두견주 마시니 안성맞춤이지 싶다.

 

 대견사지를 둘러오는 A팀의 후미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주차장의 그 많든 버스는 이미 다 떠났고

우리가 타고 온 버스 한 대만 달랑 남아 있다가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18.40분이다. 입산한지 무려 8시간 반이 지나고---.

                                                                                       2005.04.26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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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 2005.04.19

어디  : 마이산, 참꽃도 활짝 벗꽃도 활짝

 

 08시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11.25분 등산 들머리에 세운다. 도로 건너편에 등산 안내도가 보이지만

여럿이 모여 설만한 빈터가 없다. 5분쯤 올라가서 길이 조금 넓은 곳에서 간단한 입산식을 하는데

한우산님이 좋은 산이니 좋은 산행을 위해서 다 같이 박수를 치고 출발하자고 한다.

힘찬 박수소리가 산골짜기에 울려 퍼진다.

 

 '내가 남을 좋아하면 남도 나를 좋아한다.' 이 말은 산에도 적용된다. '내가 산을 좋아하면 산도 나를

좋아한다.' 때문에 입산하기 전 ‘○○산 좋은 산이다‘라고 크게 말하면 되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므로 마음속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것은 안전산행을 위한 자기 최면이 될 수 있다.

또 산행 중 경치가 좋은 곳이나 전망대에서 ‘아! 좋다’라며 가볍게 읊조리는 것도 좋은 한 방법일 것이다.

 

 5분쯤 올라 능선에서 길은 왼쪽으로 이어진다. 등산로 옆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어있다. 꽃잎 몇 개를

따서 입안에 넣는다. 어릴 때 먹든 그 맛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이 참꽃들은 마이산 탑사에 닿을 때까지

거의 전 구간을 산객들을 따라다니며(?) 피어 있어 기분 좋은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작은 암릉을 오르내리고 큰 바위는 둘러 가며, 철계단의 난간을 붙잡고 오르고 군데군데 나타나는

전망대에서 쉬기도 한다. 오늘 산행은 암마이봉에 오를 수 없으므로 그리 서두를 것 없을 성싶다.

첫 봉우리에서 부터 보이기 시작한 암마이봉은 숨바꼭질하듯 숨었다 들어 나기 여러 번, 드디어 확연히

그 모습이 들어난다.(12.55분) 사진작가 리비님이 포토존이란다. 모두들 디카에 담기 바쁘다.

 

 통상 사진으로 보는 두 귀가 쫑긋한 말의 귀를 닮은 모양이 아니고 흡사 풀숲에 숨어있는 나비의 살포시

접은 날개? 그 신기한 모습을 뭐라 형용할 수 없다. 어쨌든 올망졸망한 산 능선 너머에 우뚝 솟아오른

암마이봉에서 눈을 떼기가 아쉽다. 자꾸만 쳐다봐진다. 주변의 참꽃도 활짝 웃고 있는 듯하다.

 

 13.00분 광대봉에서 오는 길과 만나고 길바닥에 놓인 방향표시판이 왼쪽을 가리키고 있다.

삼거리에서 잠시 내려서고 다시 오르막이다. 앞에는 발목을 다친 한 분을 옆에서 부축하여 힘들게

올라가고 있다. 서울에서 온 산악회원인데 발목을 삐었다고 한다. 가경회원 한 분이 응급조처를 해준다.

그 산악회 회원중 한 분이 119에 신고하는 것을 보고 능선에 올라선다.

 

 암마이봉이 눈앞에 훤히 보이는 명당터이다. 먼저 온 회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거의 식사를 마칠

즈음인 듯하다. 조금 기다렸다 뒤따라오는 후미팀과 함께 도시락을 편다. 늘 선두로 다니는 이사장님이

가지고 온 매실주을 한 잔한다. 이미 식사를 마친 강송님이 도선주를 내 놓는다. 6가지 약재를 넣어 담근

술이라고 하는데 술맛이 일품이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다.(13.50분)

 

 남부주차장 갈림길을 지나(14.00) 고금당쪽으로 간다.

산 사면을 가로질러 무덤 한 기가 있는 삼거리에 올라서고 오른쪽으로 가다 또 다른 무덤 한 기를 만난다.

오른쪽으로 탑영제와 남부주차장 주변의 벚꽃이 활짝 피어 골짜기를 환히 밝히고 있다.

 

 고금당 자리엔 자연과 덜 어울리는 듯한 큰 건물이 들어서고 있고 그 아래 나옹암에도

탑 모양의 노란색 건물이 보인다. 나옹암 굴속에는 공사 중이라 건자재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나옹암은 고려말 나옹선사가 수도했든 곳이라고 하고 고금당이란 옛날 금당사가 있든 곳이라서 그리

부른다고 한다. 현 금당사는 저 아래쪽에 있다. 여기서 잠깐 나옹선사의 수도처에 왔으니 그가 지었다는

시 한번 떠올려 봄직도 하다. (작자 미상이라는 설도 있음.)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없다 하지 않네

번뇌도 벗어 놓고 욕심도 벗어 놓고

강같이 구름 같이 말없이 가라 하네

 

 나봉암 위에 지어진 팔각정인 비룡대에 오르니(14.45) 암마이봉 왼쪽으로 숫마이봉이 모습을 살짝

들어 낸다. 비룡대를 내려서 20여분 후에 삿갓봉 갈림길을 지나고 10여분 더 가서 제 2쉼터라는 표지판이

세워진 곳에 닿는다. 간이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오른쪽 아래로 벚꽃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다.

 

 15.30분 암마이봉 바로 아래 삼거리 갈림길이다. 천왕문으로 가는 왼쪽 길에는 등산로 폐쇄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암마이봉 정상은 못 가더라도 암마이봉 북사면을 가로질러 천왕문~은수사~탑사로 내려올 생각을 했는데 아쉽다.

등산로통제는 식생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휴식년제로 2014년 10월까지라고 한다. 탑사 쪽으로 바로 내려간다.

 

 곧 탑사 입구에 도착하고 제일 높은 곳에 세워진 천지탑까지 올라가본다. 다람쥐가 탑 주위에 맴돌고

있는 것이 보인다. 풍수지리와 음양오행과 관련하여 이 탑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지어낸 이야기인지 알 길이 없지만 탑들의 분위기가 이국적이다. 요즈음 전국적으로 이

마이산 탑을 모방하여 많은 탑들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으니 이곳이 원추형 탑의 원조일 듯하다.

 

 탑의 그 많은 내력이야 다 알 수 없지만 다만 이 규모를 좀 더 키워 암 수 마이봉을 빙 둘러 탑들이

쌓아진다면 한 백년쯤 지났을 때 볼거리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공든 탑은 안 무너진다고 했으니

지금부터라도 공들여 쌓으면 되지 않을까?

 

 마이탑사의 탑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니 남부주차장 3.7k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16.00분)

시간이 남아 어슬렁거리며 내려오다 탑영제 부근에서 한우산님과 박대장님이 동동주를 하고 있어 한 잔

거들고, 이어 새보리님 일행이 내려오다 동동주 한 병 더 보탠다. 한잔 더하니 조금 알딸딸해진다.

잠시 후 가경 두 번째 고참님이 탑사 부근에 두고 온 지팡이를 찾아서 내려온다.

 

 주차장에 도착(16.55분) 후 아직 안 내려온 분들을 기다리며 오산님과 복분자 술 한씩 나누고,

도선주(道仙酒?) 향이 생각나서 강송님께 부탁하여 또 한잔이다. 강송님과 산도님은 술을 못한다고

한다. 오늘은 술의 날인가? 건강 적금 부으러 왔다가 술 때문에 건강 해치는 것 아닌지 모르것다.

 

 술을 먹으면 간이 커지고 말이 많아진다고 한다. 간이 커진다는 것은 퉁퉁 붇는다는 말이고,

 말이 많다는 것은 쓸데없는 소리일 뿐이라는 말인데 자신은 잘 모른다고 한다.

 술 먹고 하는 소리들은 듣는 이들에게는 모두 소음이기 때문에 옆 사람이 충고를 해주어야 하고

 이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버스는 17.40분경 출발한다.

                                                                                      

                                                                                                           2005.04.19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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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 2005.04.12

어디 : 선운산 도솔암 마애불

 

     오늘은 갈 길이 먼데 출발시간 5분쯤 지나서 한 분, 조금 후 차가 막 떠나려는 순간에 또 한 분이

    탄다. 결국 10여분 늦게 출발이다. 늘 거의 정시에 출발하든 차인데 한 두 사람 때문에 늦어지면

    산행 시간이 줄어들거나 산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산행 후 귀가버스의 출발시간은 조금 유동적일 수 있다. 열심히 걷지만 5 ~7시간의 산행을 하다보니

   체력이나 취향에 따라 약 1시간 정도의 차이는 나기도 한다. 때문에 산을 즐겨 찾는 산꾼들은 이해하

   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당일 산행에서는 1시간, 무박산행일 경우는 2시간 정도는 차이가 나는 듯하다.

 

    버스는 늦게 출발했지만 기사님의 노련한 운전솜씨와 휴게소에 한 번 쉬고 달렸기 때문에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는 듯하다. 12.20분, 반암교를 지나 풍천장어 간판이 보이는 청림가든 입구에서 내린다.

   이 먼 길을 섬진강 휴게소에 한 번 쉬고 왔으니 볼일이 급하다. 이럴 때 여왕이 부럽지 않은 사람들은

   편리하지만 불편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산행 중 짬을 내어 요령껏 비울 수 있는 것도, 이를 탓하지 않는 것도 모두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산행은 격렬한 운동이므로 최적의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고, 물도 적기

   에 충분히 보충해주어야 한다. 땀 흘리면 화장이 지워질까봐 또는 단지 비우기 귀찮다고 물을 적게

   마시는 것은 건강에 해롭고 결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오늘 개이빨산을 돌아오는 A코스는 6시간 반쯤 걸릴 것이라고 한다. 최종적으로 선운사 주차장으로

   내려오게 되므로 개인의 체력이나 취향에 따라 B 또는 C코스를 택하여 진행하되 늦어도 오후 7시까지

   선운사 주차장에 도착하면 될 것이다.

 

    오계봉(154m), 형제봉(248m), 노적봉을 넘어 약 1간반쯤 걸어 돌담(?)으로 둘러싸인 작은 봉우리에

   도착한다. 돌담은 무덤을 보호하려고 쌓은 듯한데 흡사 작은 성벽처럼 보인다. 한 시간 반쯤 걸었고

   자리도 좋아 후미 팀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한다. 여럿이 앉아 도시락을 펴니 흡사 산중 작은 뷔페식당

   인 듯하다. 매실주 한 잔하고 후식까지 곁들이니 무엇을 더 바랄까? 고대광실이 아니라도 진수성찬이

   아니라도 자연과 함께 하니 이게 바로 건강식이고 보약이지 싶다.

 

    식사 후 내리막 길 좌측의 바위전망대에 올라서니 구암제가 내려다보이고 정면으로 가야 할 능선이

   올망졸망 들어나고 또 그 사이 몇 군데 우뚝 솟아오른 바위도 보인다. 지도를 꺼내보니 조금 전 식사한

   곳이 구황봉(299m)인 듯하다. 20여분 걸어 오르막길에서 뒤돌아보니 도솔제 물이 파랗게 보인다.

 

    조금 더 걸어 바위 봉우리의 사면을 가로질러 나가니 오른 쪽으로 중첩된 산 너머 낙조대가 희미하게

   보인다. 내리막 갈림길에서 앞서가든 분이 길을 잘못 들어 곧 수정하여 주 등산로를 따른다. 비학산

   1.2km 이정표를 통과하여 능선으로 올라서 조금 가니 해발 307m인 비학산 정상이다.(15.20분) 조망이

   전혀 되지 않는다.

 

    잠시 후 남쪽으로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배낭을 벗어놓고 쉬는 사이에 춘란 한 포기가 눈에 띄어

   디카에 담아본다. (여유를 가지니 예쁜 꽃도 눈에 들어오는데 어찌 허겁지겁 달리기만 할 것인가?)

 

    15.35분 희여재를 지나고 16.00분 국지봉 갈림길이다. 방향표시판이 청룡산 쪽으로 놓여있는데,

   회원 한 분이 안내판을 보고 사자바위~투구바위 능선을 간다면서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잠시 기다렸

   다가 뒤따라오는 gds님에게 낙조대~ 천마봉 코스를 설명해주고 사자바위 능선 길을 따른다.

 

    16.30분 사자바위에 올라서니 배맨바위, 낙조대, 천마봉과 그 주위의 암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긴 밧줄을 잡고 암벽을 내려선다. 안부에서 투구바위로 가는 능선 길을 버리고 좌측 길 없는 비탈을

   치고 내려간다. 20여분 후에 계곡에 닿고 땀을 씻는다. 눈앞에는 천마봉 바위가 우뚝하다.

 

    17.00분 마애불 앞에서 한우산님을 만난다. 마애불을 보며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다. 마애불 옆 굴속

   에는 오늘도 기도객이 다녀간 듯 촛불 몇 개가 타고 있다. 도솔천 내원궁에 올라가서 천마봉을 올려다

   본다. 커다란 짐승이 하늘 향해 포효하는 듯하다. 천마(天馬)의 모습일까?

 

     내원궁에서 내려와 다시 마애불을 지나고 용문굴 가는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다 개울을 따라 되돌아

    내려온다. 국기봉 갈림길에서 A코스로 갔던 박대장님, 들꽃님, gds님 등 몇 분이 내려오고 있다. 

    용문굴은 안 가고 천마봉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이라고 한다.

 

     도솔천을 따라 내려오다 진흥굴과 동자상을 지나고 선운사에 도착한 시간은 18.10분이다. 동백꽃

    군락지를 보고 절을 한 바퀴 돌고 문을 나설 때 리비님 일행이 내려오고 또 새보리님 일행도 보인다.

    부도밭을 지나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8.40분.

 

     먼저 내려오신 분들이 하산주를 하고 있다.

    컵 라면에 물을 먼저 부어놓고 오산님의 복분자 술 한 잔하고 급히 라면을 먹는다.

    전철 시간 늦을까봐 버스는 서둘러 출발이다.(19.00분)

                                                                                            2005.04.12 유 산

 

 * 산행이든 답사이든 선운산 선운사에 간다면 낙조대, 천마봉, 용문굴, 마애불, 도솔천내원궁,

   선운사를 둘러보는 것이 정석이다. 더하여 동백꽃이나 꽃무릇을 보면 금상첨화일 것이고---.

* 도솔암 마애불 비결탈취사건은 1892년이니 겨우 113년 전의 일인데 까마득한 전설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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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 구재봉 칠성봉--- 멀고 깨끗한 산길

 

 정기 산행일이 모처럼 식목일 공유일이고 청명 한식과 겹치는 날이다.

때문에 도로가 많이 막힐 것이라 짐작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도로 소통이 잘된다.

08.00 출발한 버스는 11.15분, 평사리 미서마을 표지석이 세워진 도로변에 세운다.

 

 둘러서서 인사와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신사장님의 제안에 따라 힘차게 박수를 치고 입산한다.

장갑을 끼고 박수를 치니 소리가 둔탁하다. 맨손으로 치면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버스 2대에서 내린 많은 산님들이 논두렁을 따라 일렬로 나아가는 모습이 장관인데,

잠시 후 대나무 숲 속으로 들어간다. 길이 대나무 숲 속으로 나있기 때문이다.

5분쯤 후에 대나무 숲을 빠져나와 능선에 올라서고 왼쪽 길을 따른다.

 

 매화꽃이 활짝 피어있고 참꽃도 피어있다. 생강나무 꽃도 피어있다. 꽃향기가 봄바람에 실려오니

연방 코 평수가 넓어진다. 심호흡도 해본다. 청명한 날씨에다 화사한 봄꽃들을 대하니 기분이 좋다.

마울님이랑 몇 분이 카메라에 봄을 담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은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로 하산하는 코스이므로 평사리 최참판댁 답사 차 오신 분들이

있는 듯하다. 많은 인원이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인지 후미 팀의 걸음이 자꾸 느려지는 것 같다.

천천히 걷는 팀을 앞서 나간다. 칠성봉까지 갔다가 동점재까지 되돌아 내려와 하산하더라도 6시간은

걸어야 하는 길인데 부지런히 걸어야 할 것이다.

 

 12.30분 패러그라이더 활공장에 도착한다. 평사리와 섬진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악회의 찍사인

리비님이 놓치면 안 되는 경관이라며 카메라를 꺼낸다. 섬진강 건너편엔 백운산과 억불봉이

우뚝하고, 평사리 들녘 넘어 북쪽에는 형제봉이 지척이다. 동쪽으로는 구재봉도 모습을 들어낸다.

 

 13.00분 구재봉(鳩在峰) 앞 바위지대에 도착한다. 선두로 올라온 산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주말엔 대간과 정맥 종주를 하면서 주중에 늘 산행에 참석하시는 손사장님도 보인다. 바위 옆으로

돌아가니 구재봉 정상석이 보이고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신사장님이 수첩에 메모를 하고 있다.

구재봉 앞쪽 전망대바위에 올라가 본다. 남쪽으로 일망무제이다.

 

 되돌아 나와서 회원 몇 분이 식사중인 널따란 바위 위에서 도시락을 편다. gds님은 등산화를

벗어놓고 바위절벽에 뿌리박은 소나무를 바라보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듯 가부좌하고 있다.

오늘의 목표인 칠성봉이 저만치에서 모습이 들어난다. 두 시간은 족히 가야 할 거리인 듯하다.

 

 13.40분, 정상주 한잔하고 출발한다. 후미 박대장이 보인다. 내려오는 길목에 군데군데에 회원들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중이다. 15분 만에 삼화실재에 도착하고 박대장은 회원들을 기다린다면서 배낭을

벗는다. 직진한다. 무명봉 한 봉우리를 넘어 30여분 후에 임도를 만난다.

 

 오르막길이다. 이마에 땀이 흐른다. 주변엔 온통 소나무 숲이다. 멋지게 가지를 뻗은 소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잠시 쉬면서 사탕 몇 개를 입안에 넣고 물 한 모금 마시고 일어선다. 잠시 후

칠성봉이 바라다 보이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고 등산로는 90도 각도로 왼쪽으로 꺽여 나간다.

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지고 내리막길이 끝날 즈음 왼쪽으로 하산 갈림길이 하나 보이고

헬리포트를 지난다. 곧 동점재인 듯한 사거리에서 오르막길을 따른다.

 

 날씨 탓인가? 나이 탓인가? 힘들다. 이마에 땀이 흐른다. 머리띠를 벗어 땀을 짜내고 다시 쓴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힘을 모아 오른다. 앞서 가든 산님 한 분도 자주 쉬면서 오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르다보니 정상 직전 삼거리이고, 오른 쪽으로 조금 나가니 별자리님과 강정님이 내려오고 있다.

곧 칠성봉 정상(900m)이다. 정상 표지석은 없고 산불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철탑이 세워져있다.

철탑 옆에서는 동쪽으로 하동호가 발아래이고 북쪽으로는 천왕봉이 웅자를 들어낸다.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동점재로 가지 않고, 능선 길을 가면 곧 하산로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며

능선을 따른다. 그러나 옛 성터인 듯한 곳을 지나고 서북쪽으로 난 능선길을 따라 무명봉 몇 개를

오르내리도록 왼쪽으로 하산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형상 분명히 산길이 있을만한 곳인데 없다.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상태이다. 계속 직진이다. 능선이라 바람이 솔솔 부니 땀이 나지

않는다. 소나무 숲길이라 솔 향이 가득하고 솔 갈비가 떨어져 길이 푹신푹신하니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쾌적한 오솔길 등산로이다. 오르막을 땀 흘리며 힘들게 오를 때의 생각은 이미 다

잊어버렸다. 몇 개의 낮은 봉우리를 넘어 16.45분 임도에도착한다. (회남재인 듯함)

 

 임도를 따라 300m쯤 걷다가 희미한 묵은 길을 따라 급경사 내리막길을 따른다. 계곡을 만나고 물이

하도 맑아 한 모금 마시고 땀을 씻는다. 17.15분 두 계곡이 만나는 합수 지점에 도착할 무렵 건너편

계곡 옆길을 따라 대장이 내려가고 있다.

 

 내려오는 길가에는 진달래도 있고 개나리도 있고 매화도 있다. 잘 생긴 소나무 몇 그루가 운치를 더해

주는 시골길이다. 밭에는 파란 보리들이 정겨운 풍경을 연출한다. 개울에서 다시 세수를 하고 조금 쉬고

있는데 앞서 내려갔을 별자리님과 강정님 또 몇 분이 내려오고 있다. 아마 임도 따라 둘러서 내려온

모양이다. 오늘은 '방향표시판'이 놓여 있지 않아 마지막 하산 지점에서 헷갈린 듯하다.

(하산 후에 알아보니 실수로 표시판을 차안에 두고 내려---, 집행부의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듯.)

 

 포장도로를 약 50여분 걸어 18.20분 악양면사무소에 도착한다. 산행시간 약 7시간쯤 걸린 셈이다.

먼저 내려온 분들과 함께, 술 맛 좋다는 악양 막걸리 한 잔하고 차에 오른다. 버스는 18.45분 출발한다.

                                                                                                            2005.04.05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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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진달래는 아직 필 생각도 안하고

 

 영취산은 비슬산, 천주산, 화왕산 등과 함께 진달래 명산으로 전국적으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주변

환경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영취산을 찾는 이유는 진달래만은 한번 쯤 볼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오늘도 버스는 08.00 정각 만차로 출발한다.

 

11.30분 차에서 내리면서 보니 바로 눈앞의 K공장 굴뚝에서 하얀 연기를 인정사정없이 내뿜고 있다.

마치 연기제조공장 같다. 바로 산길로 접어든다. 몇 기의 묘를 지나 또 다른 묘 터 주위에 둘러서서

인사한다. 3주 만에 나오신 신사장님의 제안에 따라 힘차게 박수를 치고 산행 시작이다.

 

길 없는 길이다. 20여분을 가시덩굴과 마른 억새풀잎을 헤치고 나오니 450봉이 저만치 보이고

오른쪽에는 공장시설물들이 즐비하다. 무명봉의 오른쪽 하단부를 가로 질러 나가서 작은 저수지 둑을

따라 걷는다. 잠시 후 시멘트 포장 임도를 만나고 5분 후 정상 1.8k라고 쓰여진 등산로 표지판 앞이다.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지금까지 약 30여분은 준비운동 한 셈이고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진달래 이외 다른 키 큰 나무가 없어 가야할 길이 훤히 들어난다. 선두는 벌써 거의 능선에 올라서고

있다. 길가의 진달래는 아직 필 생각을 안 하고 꽃망울을 꼭꼭 숨기고 있다. 다만 척후병을 내보내어

탐색전을 펼치는 듯 나무 한 그루에 진달래꽃이 반쯤 피어있다. 증거물(?)로 카메라에 담는다.

 

 12.35분, 450봉에 도착한다. 앞쪽 아래에 H자가 선명한 헬리포트가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잘 정비된 헬리포트를 지나자 작은 암봉이고 철계단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정상 조금 아래에 닿을 때쯤이다. 총무님과 김사장님이 되돌아 와서 오늘 처음 산행에 참가하여

힘들게 걷는 두 분의 배낭을 받아서 메고 간다. 산행 초보에 대한 배려인 듯하다.

 

 12.55분, 해발 510m인 오늘의 최고봉이다. 원래 진례산(進禮山)이라 불렀다고 하며 예전에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오른 쪽 아래로 보이는 여천산업단지는 등산할 때 즐기는 풍광은 아닌 듯하다.

 

 서둘러 내려간다. 급경사 내리막이다. 봉우재에서 올라오는 산우들에게 더러 길을 양보하기도 하면서

천천히 걷는다. 왼쪽으로는 큰 바위들이 보인다. 도솔암 갈림길을 지나 길게 설치된 나무계단을 만난다.

철길 침목으로 만든 나무계단은 계단높이가 너무 낮아 내려가기에 불편하다. 오르기에는 편한지 되돌아

몇 걸음 올라가 보지만 역시 적정한 높이는 아닌 듯하다.

 

 13.10분 봉우재에 닿고 오른쪽으로 흥국사로 내려가는 길이 열린다. 직진한다. 이곳이 최대의

진달래 군락지인데 꽃이 없어 나무만 보면서 걷는다.

시루봉이란 나무 팻말이 서있는 405봉에 도착하여(13.30분) 뒤돌아보니 지나온 450봉과 정상, 또 도솔암이 보인다.

아래 헬기장에서 먼저 온 회원들이 식사중이라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마친다.(13.55분)

 

 묵은 헬기장을 한 군데를 지나고 등산로를 벗어나 왼쪽으로 몇 발자국 옮기니 남쪽으로 시야가 터진다.

곧 등산로로 복귀한다. 등산로 남쪽 사면에 보이는 돌탑 10여기를 지나니 영취산(436m)이다.

5분쯤 후에 갈림길을 만난다. ‘호랑산 75분, 흥국사 45분, 정상 50분’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곳이다.

후미 대장이 B팀을 모집하고 있다. 오늘 처음 산행에 나선 두 분을 포함하여 희망자 전원 5명이 당첨

되었다. 14.20분, 하산 시작이다.

 

 지금부터는 여유가 더 있다. 호랑산을 돌아오려면, 같은 속력이라면 한 시간 반 정도의 차이가 나고,

A팀은 빨리 걷고 B팀은 천천히 걷는다고 가정하더라도 1시간, B팀은 흥국사 절 구경을 하고 온다고

하더라도 30여분 정도의 차이가 날 듯하다. 아무리 천천히 걸으려 해도 내리막이라 발만 들었다 놓으면

몸은 내려가진다. 50분 정도 걸려서 흥국사 뒤 개울에 닿고 땀을 씻고 내려온다.

 

 개울가엔 매화 한 그루가 꽃을 활짝 피워 매화의 품위를 한껏 자랑하는 듯하다.

절을 한 바퀴 돌아보고 천천히 걸어 무지게 다리에 도착한 시간은 16.00분이다. 버스는 그 옆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다. 오늘의 최고 선두는 이미 내려왔다고 한다. A팀의 하산을 기다리며 하산주 한잔하는

사이에 호랑산으로 갔든 A팀이 내려오고 버스는 17.15분 쯤 출발한다.

                                                                                          2005.03.29 유 산

 

*영취산(靈鷲山) 흥국사(興國寺)는 고려 명종 25년(1195년)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사적기에 "국가의 부흥과 백성의 안위를 기원하기 위하여 경관 좋은 이곳에 가람을 창건했다.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하고 나라가 흥하면 이 절이 흥할 것이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고 한다.

임란 때는 의승수군(義僧水軍) 700명이 조직 운영되었다고 한다.

 

 대웅전은 보물 396호이고, 법당 안에 있는 후불탱화는 보물578호로 지정 되어있으며

일주문 앞에 있는 보물 563호인 무지게 다리는 1639년에 놓였다고 하는데 근래 홍수로 다시 손보면서

자연스러운 곡선이 많이 훼손되었으며 현존하는 무지게 다리 중 가장 큰 다리라고 함.

 

 

 

 

 

 

 

 

 

 

 

 

 

 

 

 

 

 

  

 

흥국사 무지개다리(홍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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