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백산

 

      버스는 예정대로 출발하여 산청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안의~거창 간 국도변 ‘용추자연 휴양림 9km’  

     라고 쓰여 있는 기백산군립공원 표지판 앞에 정차한다. 8시에 출발하여 2시간 40분만에 산행기점에

     도착했으니 몸도 마음도 한결 여유롭다. 모두들 내려 빙 둘러서서 인사하고 산행 시작한다.

 

      기백산은 경남알프스라고 불리기도 하는 기백, 금원, 황석, 거망산의 산군 중의 하나 인데, 오늘은

     등산용 지도에도 등산로 표시가 없는 코스이다. 몇 걸음 옮기니 지금산입(입산금지를 오른쪽부터

     읽으면 지금 산에 들어가라 는 뜻?) 입간판이 보이고 허름한 농막 한 채가 나타난다.

     그 옆을 지나 야트막한 능선에 올라선다.

 

      소나무 숲길이다. 몇 주 째 낙엽만 밟고 다녔는데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 때문인지

     기분이 좋다. 길이 완만하여 걷기도 수월하다. 잘 생긴 바위도 덤성덤성 보인다. 늘 선두에 달리든

     몇몇 분들도 오늘은 천천히 가고 있다. 등산용 리본 하나 보이지 않는 인적 드문 산길이다.

     소나무 숲길은 계속된다.

 

       선두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고 같이 가든 일행과 함께 길을 놓친다. 능선으로 가지 않고 왼쪽

      사면으로 나있는 길을 무심코 따른 결과이다. 한참을 가다 방향이 잘못된 느낌이 들어 오른쪽 능선

      으로 치고 오른다. ‘야호’를 외쳐도 응답이 없다. 능선에 올라서니 좁다란 길이 보인다. 왼쪽으로

      꺽는다. 예전 묵은 헬기장 터를 지나 희미한 길을 계속 따라가니 새로 만든 헬기장이 나온다.

 

       철지난 억새가 반겨주고 선두팀 몇 분이 쉬고 있다. 곧 일행이 도착하고 도시락을 편다.

      어! 그런데 능선으로 먼저 간 팀들이 이제 도착한다. 결과적으로 왼쪽 사면 길이 지름길이고 우리는

      지름길로 먼저 온 셈이다. 어쨌든 점심시간은 즐겁다. 모두들 도시락을 펴는데 한 분이 도시락을

      친구가 메고 먼저 가버렸다고 한다. 십시일반, 밥 한 그릇이 단숨에 만들어진다.

 

       바람 없고 포근한 날씨이다. 더 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시흥골~사평으로 갈 팀이 먼저

      일어선다. 13시 20분, 모두들 출발한다. 배낭을 멘다. 등산길로 접어들자 말자 나뭇가지들이 자꾸

      팔을 붙잡는다. 가시 덩쿨이 어깨를 붙잡기도 한다. 오른쪽으로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거창 시가지

      가 내려다보인다.

 

        바위전망대에 오르니 멀리 오두산 비계산 의상봉 가야산 보해산 금귀봉 등 합천 거창의 명산들이

       다 들어 난다. 산그리매라고 하든가? 능파라고 하든가? 남쪽으로는 황석~거망능선 너머 무수히

       많은 능파가 밀려오고 있다. 당연히 지리산도 보일 텐데 가늠하기 어렵다.

 

        전망대를 내려서니 박사장이 마가목을 가리킨다. 약재로 쓰인다고 하여 몇 가지 꺽는다.

      정상이 빤히 쳐다보이는 곳에서 한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니 오르막이다. 오른쪽으로 유안청

      계곡이 나타나고 현성산의 바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너머 덕유능선, 신풍령 오른쪽으로

      삼봉산, 또 대덕산이 조망된다.

 

       후미 가이드가 저만치 보이니 내 위치가 후미인 것 같다. 언제나 묵묵히 그리고 든든히 산악회

     후미를 지켜주는 분인데 나는 그 분의 성함을 모른다. 대단한 인내력을 요하는 역할을 잘 해주므로,

     등산 초보자 들도 길 잃을 염려 없이 안심하고 즐겁게 산행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15시 10분 정상이다. 장장 4시간 반이 걸린 셈이다. 먼 길이기도 하지만 내걸음이 느린 탓이기도

      하다. 선두는 이미 금원산에 도착했을까? 시흥골로 내려갈 팀들도 이미 하산 길로 접어들 시간이다.

      정상의 돌탑은 다시 쌓았으면 좋겠고, 조망도에는 황석~거망능선 너머의 많은 산 이름 표시가

      없어 조금 아쉽다.

 

       날씨가 좋아 월봉산 너머 남덕유산도 선명하고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덕유능선도 장쾌하게

      펼쳐진다. 금원산으로 가는 능선에 있는 누룩덤 바위까지 내려가 보고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하산 길, 20여분 내려오니 전나무 숲길이고, 또 20여분 내려와서 쉼터의 간이의자에서 조금

      쉰다. 16시 40분 ‘덕유산 장수사 조계문’ 현판이 달려있는 일주문 앞에 선다. 주차장은 바로 앞이다.

 

        6시간 산행 후에 먹는 하산주는 꿀맛이다.

       금원산~수망령으로 돌아 하산하는, 달리는 선두팀이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모두 마친다.

 

                                                                                                          2004.12.21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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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봉, 구리봉

 

       08.00분, 몇 좌석이 빈 채로 버스는 출발한다. “예약한 몇 명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사정이 있다면 미리 취소하여, 산에 가고 싶은 다른 분들이 산행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자신이 못 가는 것은 고사하고 남도 못 가게 막는 꼴이다.

 

      요즈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안내등산이라는 이름으로 장사에 더 열심인 산악회도 더러  

     있다는데, 모처럼 좋은 취지로 실비로 운영되는 산악회에 먹칠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주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예약할 때 미리 입금하도록 하든가, 펑크 내는 경우를 감안해서 회비를 

     올리든가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버스는 11시경 포항과 청송을 잇는 통법령 고개에 닿고, 오른쪽 능선 길을 따라 산행 시작이다.

    15분쯤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올라섰다 조금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소나무 숲이다. 다시 오르막은 낙엽

    수북한 길이다. 요즈음은 연중 산행에서 가장 볼거리가 없을 때이다. 단풍은 이미 지고, 눈꽃은 눈이

    내려야 볼 수 있으니 약간은 지루함을 느낀다. 

 

      누가 말했든가?

     초겨울 산행은 사람으로 치면 나신을 보는 것과 같다고. 그렇다. 산의 골격이 그대로 들어난다.

     잎 떨어진 나무 사이로 멀리 가까이 산들이 보이지만 이름은 모르겠고 묵묵히 걷는다.

 

      12시 45분. 벌초가 안 된 커다란 무덤 한 기 옆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한다. 이웃을 잘 만나야

     된다고 하든가? 같이 앉은 산우들 모두 맛있는 반찬을 푸짐하게 내 놓는다. 과히 산중 진수성찬이다.

     오늘은 좀 느긋하게 움직인다. 점심시간 35분 걸린다.

 

      짐을 챙기고 일어선다. 새 신발이 발에 맞지 않아 천천히 걷고 있다는 팀이 있어 앞서 나간다.

     선두 그룹은 얼마나 앞서 가는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동대산~ 바대산 능선이

     펼쳐지고 정면으로는 팔각산 여덟 봉이 들어난다. 왼쪽은 얼음골과 인공폭포가 있다는 가천골,

     그 너머 주왕산이고,

 

      13시 40분 도착한 해월봉에는 표지목이 세워져 있다. 별다른 조망은 나오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20여분 후 구리봉에 도착한다. 역시 표지목이 있고 조망은 별로이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조금 내려오니 갈림길이다. 앞서 가는 몇 명이 왼쪽 큰길로 가고 있다.

 

      희미한 직진 길이 옥계 쪽으로 가는 길인 듯하여 지도를 꺼내 보았으나 등고선이 희미해서 잘 알

     수가 없다. 대장에게 전화를 해도 통화가 안 된다. 왼쪽 길로 내려가든 산우들이 되돌아 올라온다.

     잠시 후에 대장이 도착하고, 산행을 더 하려면 직진 길로 가야 한다면서 방향표시판을 놓는다.

 

      작은 봉우리 한 곳을 넘어 능선 길을 따른다. 그런데 순간 털석 주저앉는다. 짐승을 잡으려고

     설치해둔 올가미에 두 발이 걸린 것이다. 총무가 거들어 줘서 철사 줄에서 발을 빼내니 줄을 묶었든

     나무 가지가 철사 줄만 달랑 달고 바로 선다.

 

       마지막 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낙엽에 묻혀 길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급경사라 조심조심 내려선다.

     도로개설로 인한 절개지를 만나고 오른 쪽 사면을 내려서니 큰길에 산악회 방향표시판이 놓여 있다.

     계곡 옆길을 따라 내려온다.

 

      말 그대로 옥구슬 같은 맑은 계곡이다.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가득차는 계곡이지만 요즈음은

     다니는 이 없다.  저만치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산악회 버스가 보이고 조금 더 내려와서 산행을

     마친다. 17.45분이다.

 

                                                                                                       2004.12.14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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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점산 천지갑산

 

       천지갑산 가는 가경천지 산악회 등산버스를 타면서 ‘천지갑산 가경천지’ 속으로 한시의 한 구절  

     같다는 생각을 한다. 버스는 08.08분에 출발, 건천 휴게소에 한번 쉬고 11시경 산행 들머리 마시리

     고개에 닿았다.  내리자마자 산행이 시작된다.

 

      잘 걷는 산우들은 앞장서 가고 뒤따라 올라간다.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제법 차다. 마스크를 쓰고

     바람막이 옷도 꺼내 입었다. 그사이 뒤에 오든 산우들이 앞서 나간다. 도보등산은 자신의 페이스

     대로 걷는 것이라고 한다.

 

      한참을 걸어 작은 봉우리를 넘어 내려가는 길이다. 앞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면서 되돌아 올라온다.

     인생역전의 순간이다. 길을 찾아 능선을 따른다. 온통 낙엽천지이다. 거기에다 넘어진 나무들이 길을

     막고 있어 장애물 경주하듯 넘어가며 걷고 또 걷는다.

 

      몇 사람이 앞질러 가고, 후미 팀이 오지 않아 걱정이라면서 총무가 거꾸로 내려오고 있다.

     산악회총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정표도 없고 표시리본도 거의 보이지 않는

     길이다. 단순히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능선길이다.

 

       어느 무명봉 오르막길 양지바른 곳에 배낭을 풀고 물 한잔 마시고 시계를 보니 12시 40분이다. 

      밀감 한 개 꺼내 먹고 사탕 한 개 입에 넣는다. 햇빛이 따사롭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무념무상,

      이것이 행복? 또 몇 사람이 지나가고, 베낭을 멘다.

 

       조금 올라가니 능선으로 가는 길과 지름길로 나뉜다. 능선으로 올라간다. 기이한 모습의 소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가지에 혹이 달린 듯, 어찌 보면 팔뚝에 알통근육이 뭉친 듯하다. 사진 몇 장

      찍는다. 옆의 잡목가지가 배경을 어지럽힌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소나무 가지만 담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방법이 없다.

 

       봉우리를 지나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나무를 베어지고 풀이 수북히 자라는 공터이다.

      연점산이 빤히 올려다 보인다. 선두팀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도시락을 꺼낸다. 1시 25분이다.

      벌써 출발하는 산우들도 있다. 식사 후 소주 한잔하고, 커피 한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지도를

      펴 본다. 산지봉은 언제 지났는지 모르겠고 지금 보이는 저 산이 연점산이니 반은 넘게 온 듯하다.

 

       후미그룹이 도착하고 있다. 배낭을 메고 일어선다. 길목에서 식사하든 산우가 쇠주 한잔 권한다.

      선 채로 한잔 걸치고 떠난다. 몇 분이 천천히 걷고 있어 앞질러 간다. 아마 나는 중간쯤에 가고 있는

      듯하다. 오르막에서 잠시 길을 놓쳤다가 즉시 수정하여 이내 연점산 정상에 올라선다.

 

       2시 30분이니 산행시작 후 3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돌탑 한 기가 세워져 있다. 해발 870m로 오늘

      산행코스 중에서는 최고봉이다. 정상에서는 주왕산이 보인다는데 가늠하기 어렵다. 사방을 둘러보

      고 천지갑산의 방향을 확인해 본다. 막 올라온 분의 부탁으로 사진 한 장 찍어드리고 먼저 출발한다.

 

       크게 보면 내려가는 길이지만 오르내림의 반복이다. 3시 15분경 오른쪽으로 길안천이 보인다.

      쓰러진 고사목도 보이고 한 뿌리에 다섯 줄기가 자라는 참나무도 보인다. 카메라에 담는다.

      드디어 천지갑산 정상인 4봉에 닿는다. 작은 정상 표지석이 있고 무덤 한기가 보인다.

 

        먼저 올라온 산우들과 사진 한 장 찍고 길안천이 가장 잘 보인다는 3봉으로 내려간다. 3시 45분,

       바로 눈 아래로 길안천이 굽이돌아 흐르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 4시간 반을 걸어온 보람을 느낀다.

       말로만 듣든 수태극의 모습이 완연한데 더 높은데서 내려다보면 주변산세가 산태극도 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4봉으로 다시 올라온다.

 

        5봉 6봉 7봉엔 소나무와 고사목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특히 6봉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모양의 지형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찌 이리도 닮았을까? 동북쪽은 높은 산이고 서남쪽은

       낮은 들판인 우리나라 대형지도를 보는 듯하다. 신기하다.

 

        내려오는 길엔 굵고 튼튼한 새 밧줄이 길게 메어져 있다. 모전석탑을 지나 오른쪽 길안천과

       왼쪽 천지갑산의 바위벼랑 사이 길을 따라 송사리 주차장으로 향한다.

       산행안내판이 서있는 곳에서 천지갑산을 되돌아보니 문득 예전에 읽은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 헤어질 때 아쉬운 마음 고개 돌린 이 아픔”

      너무 먼 길을 걷고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4시 반쯤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5시 반이 지나서 늦게 하산하는 후미 팀들의 렌턴 불빛이 어둠 속에 보인다.

                                                                           

                                                                                       2004.12.07.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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