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등산버스는 풍기읍을 지나 영전고개를 넘어 삼가리 매표소 앞 주차장에 11시 40분에 도착한다.

      주차장은 텅 비어 있는데 소백산 주능선에서는 흰 눈들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 듯하다.

      모두들 모여서 인사하고 출발한다.

 

       30여분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비로사 앞 삼거리이다. 30여분 걸었으니 조금 쉬었다

      가도 될 듯한데 쉬는 이 별로 없다. '주차장 1.8k, 비로봉 3.7k'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사실상 산행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다리를 건너자 오르막길이고 곧 달밭골 입구에 닿는다.

       직진 길은 달밭재를 넘어 초암사로 가는 길이고 정상인 비로봉으로 가는 길은 왼쪽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답게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다.

 

        비로봉으로 향한다. 능선에 올라서니 오른쪽으로 눈 덮인 국망봉이 하얗게 들어 난다.

       13.00분 '비로사 갈림길(쉼터), 해발 1000m' 라고 쓰여진 이정표 앞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비로사로

        바로 가는 길은 사유지이므로 폐쇄되어 입구엔 나무가지와 철조망으로 길을 막아둔 것이 보인다.

 

         키 큰 소나무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쉬기 좋은 장소인데 추운 날씨 탓인지 쉬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소나무 두 그루가 씨름하듯 잡고 있는 듯하다.

 

         조금 후 식사중인 산우들이 보이지만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통과하여, 양지 바른 곳에서 도시

        락을 편다. 늘 일정한 속도로 끝까지 산행하는 신사장이 도착하고, 이어서 명당 터라고 하면서

        몇 분이 옆에서 자리를 편다.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일어선다. 더 머물기에는 차가운 날씨이다.

 

         14.05분, 소백산 정상 비로봉(1,439m)이다. 비로봉은 오대산 속리산 금강산에도 있는데

        '비로'란 이름은 비로자나불에서 온 말로 빛나는 존재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정상답다.

         오른 쪽엔 국망봉, 왼쪽엔 연화봉을 거느리고 있으니 이름에 손색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사방을 휘둘러보니 남쪽 사면엔 눈이 거의 다 녹았고, 북쪽사면에 설경이 펼쳐진다.

         설화 만발이다. 바람이 매섭다. 주목감시초소 쪽으로 난 계단을 내려설 때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핥이는 듯하다. 소백산 능선는 서북풍을 직각으로 받는 위치이므로 바람이 세기로 예부터 익히

         알려져 있는 곳이다. 오죽하면 산의 남쪽 고을 이름을 풍기라고 지었을까?

         (근래엔 소백산 풍력발전소 건설 계획안이 나오기도 했다.)

 

          주목 감시초소 안에 들어간다. 실내엔 바람기가 없어 훈훈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유리 창문안

         쪽에도 얼어 있다. 조끼를 꺼내 입고 스페츠를 착용한다. 아이젠은 배낭 제일 위쪽에 올려놓느다.

 

           연화봉 가는 길은 온통 눈꽃이다. 눈꽃터널도 지나게 된다. 마침 바람이 잦아지니 춥지도 않고

         눈 구경하기 안성맞춤이다. 체온조절이 적당하게 되니 쾌적한 산행이다.

 

         천동골 갈림길을 지나고 (14.30분),

         제 1 연화봉을 지나고 (15.10분)

         연화봉 전망대에 올라설 때(15.40분)까지 능선 길 북사면을 걸을 때는 눈꽃을 보며 눈길을

         걸었으니 소백산 설경의 반은 본 셈이다. 아마도 소백산 신령이 도와 준 덕분이리라.

 

          전망대에 올라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비로봉~제1연화봉~연화봉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이 능선의 남쪽은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지(난을 피해 살 수 있는 열 곳)중 으뜸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즉 풍기읍 금계리~삼가리 일대가 바로 그 땅인데 범인의 눈에는 길고 좁은 골짜기만

         보일 뿐이다.

 

          연화봉 정상엔 시설물이 너무 많아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그런데 정상표석도 1982년 영주군에서 설치한 것과, 1987년 단양군에서 설치한 것이 나란히

         서 있으니 산인들 좋아할까?

 

          16.25분 희방사, 폭포, 야영장을 지나서

         16.50분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따끈한 컵 라면 한 개, 하산 주 한 잔이면 이 순간 무엇을 더 바랄까?

 

                                                                                       2005. 01. 04 유산.

 

 

 

 

 

 

 

 

 

 

 

 

'지난 산행 흔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도봉  (0) 2007.09.07
남덕유산  (0) 2007.09.07
기백산  (0) 2007.09.06
해월봉 구리봉  (0) 2007.09.06
연점산 천지갑산  (0) 2007.09.0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