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기암예술관을 보러

 

 월출산은 신라 때는 월나산, 고려 때는 월생산이라 했는데 조선시대에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름대로 달이 두둥실 떠오를 무렵의 월출산이 가장 월출산답다고 하지만 길이 멀어 그런 호사를 다

누릴 수는 없는 일이고 당일 산행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그리하여 오늘도 월출산

종주 산행에 나서는 산악회 버스를 탄다.

 

 버스는 섬진강 휴게소에 한번 쉬고 부지런히 달려 천황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오늘 산행 코스는 천황사~구름다리~정상~도갑사 주차장이지만 나는 산성대 능선 길을 가려고

 미리 양해를 구했으므로 내리지 않고 기다린다. 버스가 하산지점인 도갑사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길목인 영암 실내체육관 앞에서 동행하기로 한 김사장과 같이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 12.30분이다.

 

 도로를 건너 남쪽으로 난 농로를 따라가다 무덤 몇 기가 있는 오른 쪽 길로 산자락에 붙는다.

등산로는 완만하게 이어진다. 10여분 올라 뒤돌아보니 영암읍내가 환히 내려다보인다. 갈림길이 거의

없고 능선을 따라 뚜렷하게 길이 나있지만 오가는 이는 아무도 없다.(주 등산로에 닿을 때까지 거의

두 시간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이므로 좌우로 시야가 넓다. 천왕봉 북사면의 능선과 계곡이 거의 다 들어 난다.

왼쪽으로는 장군봉이, 오른쪽으로는 천왕봉이 보이고 그 옆으로 구정봉의 모습이 들어난다.

바위 전망대가 곳곳에 나타나고 주변 조망도 좋다. 고인돌바위를 통과하고 경치 좋은 바위 전망대에서 식사를 한다.

 

 14.05분 식사 후에 천왕사 주차장에서 출발한 회원들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전화를 해보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산행 중에는 전화 받을 여유가 없을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김사장은 늘 가경의

선두그룹으로 달리는 걸음이고 나도 열심히 걸었으니 시간 조절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커피 한잔 마시고 일어선다.

 

 암릉길 곳곳에 밧줄이 메어져 있고 밧줄 사다리도 있다. 바위 구멍을 통과하기도 하고, 밧줄을 잡고

내릴 때, 걸쳐놓은 나무를 발판 삼아 딛고 내려서는 곳도 있다.

바위 사면을 가로지르는 낭떠러지 구간에는 밧줄이 수십m에 이르는 곳도 있다.

바위를 안고 돌고, 앉고 내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 후에 바람골에서천왕봉으로 가는 주등산로를 만난다.

그 곳에 등산로 아님이란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14.35분이다.

 

 맞은편에 사자봉이 우뚝하고 저 아래 월출산 명물 구름다리가 내려다보인다.

구름다리는 높이 120m, 길이 52m 라고 하는데 이 구름다리를 건너는 것도 재미있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들이 건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장면이다.

어쨌든 이럴 때 느끼는 긴장감은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길이 달라 구름다리를 건너지도, 재미있는 장면을 보지도 못한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오름 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경포대 갈림길을 지나고 통천문 아래에서 회원들이 몇 분 보인다.

통천문을 통과하여 조금 내려섰다가 오르니 이내 정상이다. 14.55분.

정상에서는 일부 회원들이 식사 중이다. 오늘은 평일이고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정상은 한가하다.

휘둘러보니 사방 경치가 좋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정상표지석에 ‘월출산 천황봉 809m’ 라고 새겨져 있다. 그러나 국립지리원 지도과 관계자에 의하면

천황봉 높이는 812.7m라고 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고쳐져야 할 것이다. (‘월간 산’지에 의함)

월출산 정상석의 모양과 재질은 명산 월출산의 명성에 조금 못 미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15.00분 구정봉으로 향한다. 월출산 산행은 산행이 아니고, 온갖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상상을 절한

자리에 놓인 기암예술관을 관람하는 예술행위라는 표현도 있다.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다.

남근석을 지나고 15.40분 바람재 삼거리에 내려선다. 약간 오르막길을 올라 배틀굴을 구경하고

16.00분 구정봉에 올라선다.

 

 구정봉은 9개의 샘이 있다고 해서 그리 부른다는데 이곳에서 보는 경관은 천황봉보다 나을 듯하다.

GDS님, 강정님, 또 한 분, 모두 사방 경관을 디카에 담기 바쁘다. 가장 큰 샘에는 얼음이 얼어있다.

 

 마애불 500m라는 이정표 부근 풀밭에 배낭을 벗어놓고 마애불 쪽으로 내려가는 도중에 마애불을 관람하고 되돌아오는 분들을 만난다.

근엄한 표정의 마애불상이지만 이 높은 산에서 만나니 반갑다.맞은 편에 있는 삼층석탑을 둘러보고 원 위치하는데 30분이 소요된다.

가고 오는 길 주변 경관이 일품이다.

 

 주 등산로로 복귀하여 조금 가니 리비님 일행이 쉬고 있다. 한 분이 다리에 쥐가 내려 응급처치를 하였다고 한다. 1

6.45분이니 오래 지체할 시간은 없을 듯하다. 곧 출발한다. 지금부터는 힘든 오르막길이

없으니 다행이랄까? 그러나 향로봉 서사면 길은 얼음이 녹아 미끄러운 상태이므로 조심하며 걷는다.

 

 임산부 바위(?)를 통과하고, 영암에서 왔다는 어느 산 꾼의 월출산 자랑을 들으면서 걷는다.

억새밭을 지나 17.20분 미왕재에 도착하고 우회전하여 도갑사로 내려온다.

해 떨어지기 전에 내려와야 문화재가 많다는 도갑사에 닿아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을 듯하다.

곧 박대장을 만나고, 뒤에 천천히 내려오는 분들이 있다는 얘기를 전하고 조금 빨리 걷는다.

 

 17.50분 도선국사비, 17.55분 미륵전(법당의 석조여래좌상은 보물 89호)에 들렀다가, 도갑사 마당에

있는 석조 앞에 도착하여 물 한 바가지 퍼 마신다. 물이 차서 코가 찡하다. 맑은 물이 찰랑찰랑 넘치는

이 석조 옆에는 1682년 제작되었고 길이 467, 폭 116, 높이 85cm라고 쓰여 있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국보 제 50호인 도갑사 해탈문을 통과하면서 계단 난간에 있는 태극무늬를 카메라에 담고,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8.10분이다. 먼저 하산 한 분들이 하산주를 하고 있는 데 덩달아 쇠주 한 잔 걸치고

고산의 옛시조 한 수를 떠올리며 기암 예술관이라는 월출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2005. 03. 08. 유 산

 

           월출산 높다더니만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왕 제일봉을 일시에 가리외라

           두어라 해 퍼진 후면 안개 아니 걷으랴.     - 고산 윤선도 -

 

 

 

 

 

 

 

 

 

 

 

 

 구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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