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비산 - 평범한 야산

 

 오늘 산행은 불암산~쫓비산~갈미봉을 지나 매화마을로 하산하는 코스이므로 매화마을 탐방객이

일부 포함되어 버스는 2대로 출발한다. 산 대장의 산행관련 설명 중 ‘각자의 취향대로 산행을 하되

눈을 즐겁게 하려면 쫓비산에서 매화마을로 하산하고(B팀), 다리에 힘을 올리려면 갈미봉을 지나

오른쪽으로 하산하는(A팀) 것이 나을 것’ 이라는 설명이 더해진다.

 

 10.55분, 산행은 해발 170m인 탄지재에서 시작한다. 많은 인원이 모일만한 장소가 없어 도로변에서

간단히 인사하고 출발한다. 도로를 건너 언덕으로 올라서자 밤나무밭이다. 곧 산길로 접어드니 가시

덩굴과 싸리나무 진달래 등의 나뭇가지가 걸치적거린다. 명색이 호남정맥 길인데 덜 다져진 듯하다.

 

 10여분 올라 작은 봉우리 하나 넘고 또 10여분 올라 작은 봉우리 하나 넘으니 정면에 바위전망대가

보인다. 10여분 후 바위전망대에 올라서니 동쪽으로는 섬진강이, 서쪽으로는 수어지가 들어난다.

진행방향 정면으로 보여야 할 백운산은 운무에 가려있고 간간히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 전망대 옆

조금 넓은 터가 불암산 정상인 듯하다. 아무런 표시가 없다.

 

 이어지는 등산로에도 주변에 온통 진달래나무 군락지이고 산길은 덜 정비되어있는 느낌이다.

목장용인 듯한 철조망이 길 왼쪽으로 보이고 봉우리 한 개를 넘어서 내려가니 소나무를 길게 잘라내어

임도를 개설중인 것처럼 보인다. 조금 후 누가 뭐라고 해서 자세히 보니 유실수가 심어져 있는 밭이다.

입구를 막아두든가 아니면 길 표시를 해두면 서로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2.00분 2차선 포장도로가 가로지르는 토끼재를 지나고 다시 산길을 찾아 오른다.

토끼재는 해발 280m인데 지도를 보면 여기서부터 쫓비산까지는 작은 봉우리 6개를 넘어서야 한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 쫓비산 정상인 듯한 곳에 올랐지만 표시판이 없고, 지도를 꺼내 보아도 확인할 길이 없다.

 

 내려서면서 보니 나무에 쫓비산이라는 작은 표찰이 붙어 있다. 이름이 특이하다.

조금 내려와 뒤돌아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온 산이 제법 뾰족하게 보인다. ‘뾰족하다=쪼뼛하다’이니

산 이름 쫓비의 어원은 산 모양에서 나왔을까?

산 이름에 관해서 쪽빛(남색) 섬진강 물에 비친 이 산의 모양이 쪽빛이라서

그리 부른다는 설명을 읽어보았지만 정설은 없는 듯하다.

 

 조금 내려와서 몇 분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옆에서 같이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잔 씩 마신다.

두 분이 먼저 출발한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두 시간 쯤 걸어서, 거의 반을 왔으니 이대로 진행하면

시간이 많이 남을 듯하다. 몇 분이 지나가고 있다. 배낭을 메고 일어선다.(13.30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또 몇 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앞서가든 분이 낭떠러지라면서 되돌아선다.

길은 왼쪽으로 열려있는데 좌우도 살피지 않고 걷기 때문인 듯하다. 짧은 암릉 구간인데 아마도

오늘 산행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길인 듯하다. 전국의 명산을 두루 다닌 분과 이런 저런 산 이야기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덧 마지막 봉우리인 갈미봉에 올라선다.(14.20분)

 

 역시 정상 표지판은 없고 삼각점이 박혀있다. 오른쪽으로 나가서 섬진강을 보려고 해도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린다. 되돌아 나와 10여분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매화마을 가는 삼거리를 지나 5분 쯤 더

간 후에 다시 나오는 두 번째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온다.

 

 낙엽길이다. 움푹 패인 길에 바람에 날려 온 낙엽이 수북이 쌓여 무릎까지 덮일 지경이다. 앞에 가든

분이 낙엽 속에 묻힌 돌에 걸려 넘어진다. 이른 봄 산행에서 낙엽 밑 얼음에 미끄러져 발목을 삐는 일이 더러 있어

조심해야 하는데 이곳엔 얼음은 없는 듯하다. 회원 여러분들이 낙엽 속에 빠져 딩굴기도 한다.

볼거리가 별로 없는 길을 몇 시간 걸어온 후에 이런 낙엽 길을 만나는 것도 마냥 즐겁다.

 

 밤나무밭 가운데를 가로질러 내려오다 임도를 따라 비스듬히 오른쪽 사면 길을 따른다.

활짝 핀 매화도 보이고, 꽃샘추위에 봉우리만 맺은 채 움츠리고 있는 꽃망울도 보인다.

옛날 평양 기생 매화가 지었다는 시조 한 수가 생각난다.

 

  매화 옛 등걸에 춘절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마을에 닿을 무렵 같이 걷든 한 산님이 개울에 걸린 삼단 실폭포를 가리키므로 디카에 담는다.

관동마을을 지나고 다압주유소 옆 버스가 세워져 있는 곳에 도착하여 조금 기다리다가

곧 이어 내려온 회원들과 함께 매화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15.45분이다.

 

 가게에서 사 먹은 매실동동주는 술맛보다는 차라리 음료수 맛인 듯하고, 행사장을 한 바퀴 돌면서

추억의 풀 빵 한 봉지를 사고,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는 술잔 한 개 산다.

시간은 17.00분, 매화마을 구경을 마친 회원들을 싣고 버스는 예정대로 출발한다.

                                                                                       2005.03.15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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