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산, 조항산. 백두대간을 따라

 

 어제 저녁때까지의 일기예보는 오늘 오후에 비 올 확률이 60%이었다. 가을비 오면 얼마나 올까?

일기예보도 틀리는 경우가 있으니 비가 안 내리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아침에 발표된 기상청 예보는 오늘 오후 비 올 확률 30%라고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잔뜩 찌푸린 날씨, 반가운 산님들이 속속 도착하지만 버스 출발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몇 좌석은

비어있는 듯하다. 예약은 약속이고 약속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차는 정시에 출발한다.

 

 버스는 11.45분 산행기점인 늘재에 도착한다. 해발 380m, 속리산과 청화산을 잇는 백두대간의

고개마루이다. 때문에 고개의 북쪽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한강으로, 남쪽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낙동강

으로 흘러가는 곳이다. 면(面)나무로 지정된 음나무 옆 도로에서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산행 시작한다.

 

 청화산 정상까지 약 2km인데 고도 약 600m를 치고 올라야하니 체력소모가 많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다행히 가을철로 접어드는 시원한 날씨라 걷기가 수월하다.

 등산로 왼쪽으로는 길게 줄이 메어져 있고 '출입금지. 산약초 재배단지'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재배는 심고 가꾸는 것인데 자연산을 재배라고 할 수 있냐?"

"송이는 바지 입은 사람이 오면 숨어 버린다는데 등산객은 바지만 입었으니 걱정 안 해도 될 터인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소나무 한 그루가 바위에 걸터앉은 능선에 도착한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쉬었다 간다.

 

 5분쯤 오르니 정국기원단(靖 편안할 정, 나라 국 國) 비석이 있는 전망대이다. 비석의 왼쪽에는

백두대간 중원지, 오른 쪽에는 백의민족 민족중흥지라고 새겨져 있다. 언제 누가 무슨 뜻으로

세웠는지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비석 너머로 속리산 주능선이 불꽃처럼 넘실거리고

문장대 오른쪽으로 속리산 서북능선이 길게 뻗어 나가고 있다.

 

 12.55분 병풍바위 오른쪽 아래를 지나고 헬기장에 올라선다. 9월에 핀다는 구절초 꽃이 많이 피어

있다. 곧 정상이다. 정상표지석엔 해발 970m라고 되어있는데 월간 산에서 나온 등산지도에는

984m라고 적혀있다. 헷갈린다. 일치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청화산 남쪽자락인 용유리 일대가 십승지 중의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십승지는 난을 피해서 오래

살 수 있는 곳이라는데 너른 평야가 아닌 궁벽한 산골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땅만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여기서 잠시 옛 사람들의 '연연익수의 비결'을 보자.

 

 ☞연년익수(延年益壽)의 비결.

 옛 사람들은 인간의 수명이 하늘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다하여 '현명어천(懸命於天)'이라 했으며,

까닭에 인간의 수명은 천년(天年)이라고 했다. 그래서 하늘이 준 수명만큼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노력과 방법을 연구했으니, 이것이 연년익수의 비결이다. 그 비결을 간추리면

 

 첫째 마음을 닦아야 한다.

마음을 닦으려면 삶에 대한 망상과 환영을 떨쳐 버리고 무유(無有)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열두 가지를 적게 하는 생활을 하라고 했다. 이를 십이소(十二少)라고 한다.

적게 생각하고, 적게 염려하고, 적게 욕심내고,

적게 일하고, 적게 말하고, 적게 웃고,

적게 근심하고, 적게 즐기며, 적게 기뻐하고,

적게 분노하고, 적게 좋아하고, 적게 미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째 단전호흡을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셋째 동의보감에서는 '머리카락을 많이 빗고, 항상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치아는 자주 두드리고, 침은 항상 삼키라' 고 했으며

"형태를 움직이지 않으면 정이 흐르지 않고, 정이 흐르지 않으면 기가 막힌다"고 하여

항상 움직일 것을 권하고 있다.

          -한의학자 신재용의 '연금동의보감'에서 옮김-

 

 정상을 넘어 10여분 후 시루봉 갈림길, 먼저 오신 분들이 식사 중이므로 빈자리에서 도시락을 편다.

조금 후에 후미 팀이 도착하고 식사를 마친 선두팀이 방을 뺀다. 먼저 올라온 산도님은 강송님을

기다리다 늦게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조항산을 향해 출발한다. 길가에는 구절초가 천지삐까리로 피어있다.

말려서 차를 끓여도 좋고, 술을 담가도 좋고, 건강에 이롭다하므로 꽃을 조금 딴다.

꽃은 말한다. "이 몸이 꺽이어 당신이 건강해진다면 기꺼이 응하리라."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고 15.10분 갓바위재에 도착한다.

가경 방향표시판이 두 방향으로 놓여있다. 리디님이 갈등을 하다 대세에 따라 조항산으로 향한다.

조항산이 가까워질수록 대야산과 중대봉이 뚜렷이 모습을 들어낸다.

 

 30여분 올라서 조항산(951m) 정상에 선다. 정상석 뒷면에는

"백두대간을 힘차게 걸어/ 땀 속에서 꿈과 희망을/ 아아! 우리들 산하.

 - 산들모임 산악회-"라 새겨져 있다.

 

 눈을 드니 고모치광산의 생채기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안 보려고 눈을 돌려도 그 범위가 너무 넓어

피할 방법이 없다. 그 장면을 빼고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 상처가 너무 크다.

대야산 동쪽으로 희양산의 암벽이 희미하게 보인다.

 

 16.05분 '백두대간등산로, 조항산 0.6k, 고모치 0.9k'라 쓰여진 이정표에서 대간 길과 이별하고

왼쪽 의상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20여분 후에 조항산 1전망대에 올라 봐도 역시 광산의 채석 흔적을

벗어날 수 없다.

 

 적당히 쉴 곳이 없어 10여 분 후 무명봉까지 내려가서 쉬다가

잠시 후 박대장님. 리디님, 마리님, 강송님등 후미팀이 내려오므로 합류한다.

 

 17.25분 의상지에 도착하여 땀을 씻고 18.20분 옥양폭포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늦게 하산하여 옥 같은 대들보 아래의 옥양목의 파란 물색을 닮았다는 옥양폭포에 갈 시간이 없다.

 

 버스는 18.30여분 출발하고 차안에서 강송님의 뽕잎주와 김사장님의 막걸리를 보태어 하산주를 나눈다.

땀 흘린 산행 후 막걸리가 끝내주고 뽕잎주 맛에 뿅 간다.

                                                                  2005. 09. 20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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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달산~성주봉, 인적 드문 산길을 가다.

 

 산행버스는 거의 4시간을 달려 12시경 산행기점인 갈평마을에 도착하여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마전령으로 올라가는 임도를 따른다.

길 주변 사과나무엔 사과들이 탐스럽게 열려있다.

 

길가 나무 밑에 떨어진 사과 한 개를 줍는다.

뉴턴은 만유인력을 생각했다지만

나는 떨어져 있는 그 많은 사과를 보면서 아깝다는 생각만 든다.

 

 40여분 걸어 마전령에 도착한다. 예전엔 고개가 험하여 말이 딩굴어 넘어졌다고 해서 마전령이라

부른다는데 이 고개는 인근에 있는 삼국시대에 가장 먼저 뚫렸다는 하늘재와 연결된다.

산길은 오른 쪽으로 희미하게 열려있다. 당산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조금 올라가니 강송님 등 몇 분이 쉬고 있다. 조금 전 쉬었지만 덩달아 같이 쉬었다 간다.

잠시 후에 산객들이 둘러서서 한 분이 더덕 캐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심신이 여유로우면

더덕도 캐고 산삼도 캘 수 있을까? 그것이 건강 플러스 일 것이다.

 

 13.40분, 앞에 보이는 무명봉을 오르기 전에 식사를 하고 가잔다.

오늘은 선두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한 자리에 모인 것 같다.

적당한 운동 후에 식사는 입맛을 돋운다. 더구나 맑은 공기가 최상의 반찬일 수도 있는데

찬을 많이 준비해 오신 산님들이 있어 작은 산중뷔페가 차려진다.

후식에 커피까지 마시니 여간 호사가 아니다.

 

 식사를 마치고 무명봉의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운달산으로 향한다.

오른 쪽 멀리 희미하게 정상이 보인다. 밋밋한 능선길이라 느낌은 지루하지만 진행 속도는 빠르다.

40여분 걸어 15시경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 표지석엔 운달산 1,097m,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용뢰산(龍磊山)이라 쓰여있다. [磊: 바위 첩첩할 뢰, 돌무더기 뢰]

 

 날씨가 흐려 조망이 거의 되지 않는다. 또 정상다운 풍모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상석 옆 바위에서 조금 쉬었다가 성주봉 가는 길을 따른다. 40여분 걸어 급경사 내리막길을 만난다.

위험구간이다. 중간에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도 될 만한 공터(작은 굴)도 보인다.

긴장하며 조심조심 내려선다.

 

 이후 에도 바위나 암릉을 타거나 우회하는 곳을 여러 번 만나고 어느 바위 전망대에서 잠시 쉰다.

후미 대장이 보인다. 늘 산악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분이다. 현재의 내 위치는 후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금 전 선두 대장을 만났으니 오늘은 산을 펄펄 날아다니는(?) 몇 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의 같은 시간대에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곧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회길을 버리고 능선길을 따른다.

능선 끝은 낙랑장송 몇 그루가 서 있는 멋진 전망대이다.

절벽 건너편 바위봉우리에도 몇 분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 되돌아 나와 오른 쪽으로 내려서니 위험구간에서 한 사장님이 타올을 로프 삼아 회원들의 바위횡단을

도와주고 있다. 계단을 설치하거나 밧줄이 매어져 있어야 할 곳인데 그냥 방치되어있다.

뒤이어 만나는 위험구간에는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고 또 밧줄도 튼튼하게 메어져 있다.

 

 16.45분 성주봉(해발 900m) 정상이다. 정면으로 가야 할 종지봉이 희미하게 내려다보인다.

종지봉 가는 길은 오르내림이 많고 능선에서 보는 소나무의 운치도 좋아 산행의 재미가 쏠쏠 묻어난다.

맑은 날 거꾸로 성주봉~운달산 산행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굵은 밧줄이 매어져 있는 곳, 밧줄 주변엔 수 십 마리의 벌들이 윙윙거리며 날고 있다.

(산도님이 벌에 쏘였다는  곳이다.) 봉침이 몸에 좋다지만 줄을 잡고 올라갈 자신이 없다.

바닥에 놓인 가경 방향표시판을 왼쪽으로 돌려놓고 내려가면서 우회 길을 찾는다.

잠시 후 적당한 곳에서 오른쪽 비탈을 치고 나가 벌집이 있는 바위봉에 되돌아 올라가 본다.

 

 등산객들이 더러 피해를 볼 수 있겠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다. 줄을 잘라 버릴 수도 없고---.

헬기장을 지난 조금 후에 거대한 직벽을 만난다. 바위 밑으로 가까이 가보니 밧줄이 메어져 있어

줄을 잡고 오른다. 뒤돌아보니 커다란 암벽이 펼쳐진다.

 

 잠시 후 당포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종지봉에 닿아 왼쪽으로 내려서다 오른 쪽으로 꺽어 또 밧줄을 만난다.

워낙 많은 밧줄을 잡고 오르내렸으니 지겨운가 보다. 한 분이 "이 밧줄이 마지막일까?" 하면서

지팡이를 밑으로 던지고 줄을 잡고 내린다. 그 후로도 짧은 밧줄 몇 번을 만나고 대슬랩에 메어져 있는

긴 밧줄을 잡고 내려온다.

 

 잠시 후 당포 마을에 닿는다. 18.30분, 맑은 물이 흐르는 다리 밑에서 땀을 씻고

마을 앞에 세워진 원두막(?)에서 강송님의 칡꽃술과 적우님의 쇠주를 보태어 하산주를 나눈다.

 

 오늘 산행 초입부에 분홍과 보라색 등이 어우러진 예쁜 칡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칡꽃은 칡뿌리보다 더 우수한 해독제이고 그늘에 말렸다가 10여분 끓여 마시면

숙취나 위병에 특효약이라고 한다. ('한국의 토종 101가지'에서 옮김)

버스는 19.30분 출발한다.

                                                                                    2005. 08. 30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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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산, 현성산. 수승대까지 이어지는 능선.

 

 11.05분, 산행 들머리인 금원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내린다.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 유안청

계곡과 지재미 계곡이 합쳐지는 곳에 있는 매점 앞에서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산행 시작한다.

11.15분이다.

 

 대부분 유안청계곡을 따라 금원산으로 올라가고 신사장님과 함께 지재미 계곡을 따른다.

이곳에 온 김에 보물 530호로 지정된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을 보기 위해서이다.

계곡에 걸쳐져 있는 나무다리를 건너고 또 계곡을 만난다.

 

 어제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 건널 수가 없다. 위쪽으로 올라가 건널만한 곳을 찾아 살피다가 마땅한

곳이 없어 다시 내려와 아래 쪽 적당한 곳에서 바위 건너뛰기를 하여 겨우 계곡을 건너간다.

잠시 후 다시 한 번 계곡에 놓인 큰 바위들을 징검다리 삼아 물을 건너니 문바위 앞이다.

 

 문바위는 높이 20m, 길이 30m, 폭 15m의 거대한 바위인데 아래쪽에 있는 작은 공터는 옛날 승려들이

공부하든 장소로 추정된다고 하는 곳이다. 곧 가섭사지에 닿고 108계단을 올라가니 커다란 바위가

포개져 이루어진 석굴(?) 바위 면에 삼존불이 새겨져 있다. 어느 전문가는 못난이 삼형제 부처라고

했지만 생동감있게 새겨진 것이 돋보인다고 한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불상으로 알려져 있다.

 

 되돌아 내려와 요사채 앞에서 신사장님은 지재미 골을 따라 금원산 쪽으로 가고, 나는 현성산으로

바로 올라가려고 주차장 앞에 있는 매표소로 되돌아 나와 미폭 옆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11.55분)

연꽃바위를 지나고 13.15분 세모바위 전망대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한다.

 

 14.10분 현성산 정상을 오른다. 오늘 날씨가 맑아 주변 산세는 물론 멀리 덕유산 향적봉도 확연히 그

모습이 들어나고 있다. 산행할 때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은 일년을 두고라도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

이다. 30여분 후 서문가 바위에 닿는다.

 

 서문가 바위는 임란 때 이 바위 석굴에서 피난살이하든 서씨와 문씨 두 남자와 한 여자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성을 두 글자인 서문씨로 했다는 전설의 바위인데 그들이 피난살이 했든 굴은

어디쯤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전설이 되려면 굴이 어딘가 있어야 할 텐데---.

 

 서문가 바위를 지나 조금 가다 금원산에서 내려오는 신사장님과 고사장님을 만나 잠시 쉰다.

잇따라 가경 선두팀이 내려오고 있다. 벌써 금원산 정상을 둘러 예까지 왔으니 모두들 대단한

준족들이다. 산을 훨훨 날아다닌다고 해야 할듯하다.

 

 15.00분, 970m 봉에서 갈림길을 찾아 말목재로 향한다. 잡목 숲 속이고 때 묻지 않은 등산로이다.

중간에 바위 전망대에서 잠시 쉬기도 했지만 이정표 없는 길이고 또 막판에는 시그널도 보이지 않으니

갑갑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기를 두 시간쯤 걸은 후에 수승대 앞 요수정(樂水亭)에 닿는다.

 

 삼국시대 때 백제 땅이었든 이곳은 신라로 가는 사신을 근심(愁)으로 보냈다(送)든 곳이라 하여

수송대라 부르든 이름을 조선시대 퇴계선생이 수승대(搜勝臺)로 바꾸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전해온다.

 

 이곳 요수정 주인인 신권은, 이곳에서 10리 아래에 있는 영송마을 처가에 온 퇴계선생을 초청한다.

약속된 날 퇴계는 오지 않고 대신에 편지 한통이 전달된다. 급히 왕명을 받아 상경하므로 미안하다는

편지와 함께 시 한 수가 들어있다. (원문생략)

수승이라 대 이름 새로 바꾸니

봄 맞는 경치는 더욱 좋으리라

--이하생략--

 

아래는 신권의 답시라고 한다.

자연은 온갖 빛을 더해 가는데

대의 이름 아름답게 지어주시니

--이하생략-- (위 수승대 이야기는 답사여행의 길잡이에서 요약한 것임)

 

 암구대(岩龜臺)가 거북모양으로 보인다는 정자 밑 물가에 내려가 본다. 계곡물이 너무 많아 수승대의

진면목을 보기 어렵다. 암구대 앞 대리석 다리 양옆으로 물이 넘친다.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 너른 반석

앞 물 좋은 곳에서 단체로 땀을 씻고 현수교를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17.40분이다.

 

 오랫간만에 김치라면을 안주 삼아 하산주를 한다. 강송님의 오디주를 조금 씩 음미해보지만

대부분은 그 맛을 모르고 한 분만 정답을 알았다고 한다.

또 어느 산님이 가지고 온 더덕주도 보태고 맥주도 보태고---.

버스는 19.10분 출발한다.

                                                            2005. 08. 23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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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향로봉~삼지봉, 청하골. 폭포의 왕국

 

 08.00 출발한 버스는 10.45분 등산 들머리인 경북수목원 입구에 도착한다.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모두들 팔각정 전망대로 올라가는 사이에 수목원 안으로 들어간다.

수목원은 확장 공사 중이라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고산식물원 사이 길로 올라서 등산로(매봉)

방향표시판과 입산통제 입간판이 세워진 곳에 도착한다. 11.00분이다.

왼쪽 산길을 따른다.

 

 일단의 산행팀을 만난다. 울산에서 온 산악회원들인데 향로봉~ 향로교 코스를 간다고 한다.

양해를 구하고 앞질러 나간다. 20여분 오르니 매봉(816m)이다. '향로봉 6km'라고 쓰여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조금 쉰다.

 

 오늘 포항지방 예상 최고기온 34도, 부산은 31도라고 한다.

산이 뭐 길래 상대적으로 시원한 부산에서 더운 포항으로 와서 산길을 힘들게 오르고 있을까?

갈 길이 멀다. 서둘러 일어선다. 완만한 경사인데도 온 몸에 땀이 흐른다.  그러나 다행히 등산로는

숲 속이고 의미 없는 봉우리들의 9부 능선쯤으로 이어지고 있어 조금 수월하다.

 

 볼거리는 없고 전망이 트이지도 않는다. 12.00분 꽃밭등 정상이라 쓰여진 안부를 통과한다.

작은 오르내림의 반복이고 밋밋한 등산길이다. 지루하기도 하여 등산로 주변에 보이는 버섯 몇

송이를 디카에 담아본다. 이름은 모른다. 모르니까 편하기는 하다(?). 오른쪽으로 우척봉이 보인다.

 

 향로봉 오르는 길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진다. 머리띠를 풀어 짜내고 다시 써도 연방 또 땀이 흐른다.

물을 마신다. 오늘 물 세 병(1.7l) 가지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거의 반을 먹은 셈이다.

시명리 방향표시판이 세워진 삼거리를 지나 향로봉(930m)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3.00분이다.

 

 정상에는 잠자리 떼들이 바쁘게 날아다니고 있다. 동해바다도 보인다는 곳인데 방향만 가늠될 뿐이다.

이곳은 내연산 최고봉답게 잘 생긴 자연석에다 글씨도 예쁘게 쓴 큰 정상석이 눈길을 끈다.

먼저 올라와 있든 산객 두 분이 어디로 갈 것인지 망설이다가 길을 묻는다.

 

 등산지도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06.30분쯤 보경사 주차장에서 출발하였지만 어느 코스로 올랐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주차장~우척봉~삼거리~샘재~매봉~향로봉으로 올라온 듯하다.

지도를 꺼내어 길은 두 갈래임을 설명해준다. 힘들지만 시명리로 내려가 경치 좋은 계곡을 따르든지

아니면 걷기는 수월하지만 볼거리가 없는 능선 길을 가든가. 결국 능선 길을 간다면서 내려선다. 힘든 모양이다.

 

 가경 선발대 두 김사장님과 대간 진행 중인 손사장님이 올라오고 있다.

산행 시작할 때 전망대(팔각정)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고 한다. 무덤 앞 잔디밭에 도시락을 편다.

이내 신사장님 일행과 산도님 등 많은 분들이 도착한다.

 

 땀을 많이 흘리고 물을 많이 마신 탓인지 밥맛도 없다. 밥에 물을 붙는다. 천천히 먹는다.

13.30분, 출발한다. 선두팀은 삼지봉~문수봉 이어지는 능선 길을 간다고 한다. 따라 나선다.

나는 능선을 따르다 문수봉 직전에서 수리덤 코스로 내려갈 생각이다.

 

 진행속도가 엄청 빠르다. 가경의 건각들답다. 약 1시간 만에 삼지봉에 도착한다.

그것도 중간에 물을 마시고 사과까지 먹으면서 두 번이나 쉬었는데도 이리 빨리 도착한 것은

아무래도 완만한 주능선이고 간간히 바람까지 불어주니 걷기가 수월한 탓도 있을 듯하다.

 

 15.05분, ‘수리더미코스 1.1km 50분’이라는 표시판을 보고 손사장님과 함께 오른 쪽으로 꺽는다.

두 김사장님은 문수봉으로 직진한다, 25분 내려서니 바로 눈앞에 내연산 주계곡이 보이는 삼거리

갈림길이다. 왼쪽 수리덤길을 비스듬히 오른다. 벼랑 위 전망대에서는 연산폭포가 내려다보이고

관음폭포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16.00분 보현암을 지나 보현폭포에 닿는다.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다 문수암 입구를 지나 계곡 중에서 조금 한적한 독탕을 찾아 땀을 씻는다.

17.00분 보경사 입구에서 감로수를 병에 채우고 20여분 후에 주차장에 도착하여 손사장님과 시원한

콩국수 또 하산주 한 잔 한다.

 

 후미 팀이 늦어 기다리면서 강송님의 하산주 두 병중 한 병을 나누어 마신다.

또 한 병은 차안에서 조금씩 감정해 보지만 정답을 아는 이 없다. (정답은 당귀주와 오가피주)

버스는 예정보다 늦은 19.00분에 출발한다.

                                                                              2005. 08. 16 유 산

 

※ 하산 시간 또는 버스출발 시간이 정해지면 걸음이 빠른 분은 조금 천천히 걷거나 더 쉬고,

걸음이 느린 분은 쉬는 시간을 줄이거나 걸음을 조금 빨리 하여 정해진 시간에 근접하도록

최선을 다하면 서로 즐거운 산행이 될 수도 있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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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산(大美山 1,115m). 그 계곡의 파란 물이,

 

 버스는 4시간을 달려 산행 들머리 여우목고개에 닿는다. 12.00분이다. 해발 620m라는 표시판이

보이고 대미산 설명과 등산지도가 그려진 안내판이 보인다. 간단한 입산식을 마치고 방어산님의

'폭소'제안에 따라 크게 웃고 출발한다.

 

 건강에 좋다는 '폭소'라고 하기에 처음엔 요즘 유행하는 폭소클럽(폭탄주를 소탕하는 클럽)

이야기인줄 생각했는데, 어쨌든 '폭소'는 건강에 좋은 듯하다.

 

 상수리나무 등 잡목 숲 속을 30여분 걸어 오르막 한 고비를 올라서서 오이 한 조각 먹고 물 한잔

마시며 잠시 쉬었다 간다, 바람이 조금씩 불어주니 산길 오르기가 한결 수월하다. 더구나 구름 낀

날씨에 숲 속 길이라 걸을 만하다. 다시 15분쯤 걸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늘 함께 다니든

부부 산님 중 미리비님은 안 보이고 마울님이 열심히 야생화를 디카에 담고 있다.

 

 20여분 후에 해발 950m라고 쓰여진 돼지목에 도착한다, 먼저 올라온 분들이 식사중이다. 나무판자에

대미산 40분이라 쓰여진 이정표가 보인다. 뒤이어 올라온 몇 분과 함께 도시락을 편다. 후식도 하고,

잠시 커피 한 잔 마시는 호사도 누려본다. 옆에는 늦게 도착한 분들이 식사중이다. 천천히 일어선다.

 

 완만한 오름 길, 양쪽으로는 노란 원추리 꽃들이 반겨주는 듯하다. 13.50분 대미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석 앞면에 '백두대간 대미산 1,115m' 뒷면엔 '단기4328년 10월 22일 山들 모임'이라 새겨져 있다.

이곳에서는 대간능선의 조망이 좋다고 하는데 흐린 날씨 탓으로 산세가 명쾌하게 들어 나지 않는다.

조금 아쉽다. 정상에 올랐으니 당연히 내려가야 한다.

 

 25분쯤 내려가니 부리기재이다.

포암산 6시간 대미산 40분이라 쓰여진 안내판이 보인다. 사거리이다.

길 없는 길을 간다. [이하 생략. 비지정 등산로임]

 

 길없는 길을 한참 내려오다 파란 물속에 들어가 본다. 심신이 다 상쾌하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생각난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선녀탕에서 목욕할 때 나무꾼은 선녀의 날개옷을 감추고---,

선녀와 살다가 훗날 선녀는 하늘나라로 올라가버렸다는 전래동화이다.

 

 이 이야기를, 산꾼들은 이리 풀어보면 어떨까? 나무하려 열심히 산에 다니면서 다리에 힘이 오른

나무꾼이 맘에 들어, 하늘나라 선녀는 선녀탕에 내려와 나무꾼을 유혹하고---, 결혼하여 재미있게

살았는데, 산에 나무하러 다니는 것을 게을리 한 나무꾼은 다리에 힘이 빠지고---

급기야 선녀는 하늘나라로 떠나간다.

 

 맛있는 음식을 남이 대신 먹어주지 못하듯이 자신의 건강도 남이 지켜주지 못하므로,

지게 지고 산에 나무하러 다니거나 배낭 메고 등산을 하거나----,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인 듯하다.

 

 17.05분 버스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하산하여 개울로 내려가 땀을 씻고 나와서 하산주 한 잔한다.

리디님의 맥주에, 강송님의 탱자술을 보탠다. 탱자 술맛을 아는 이 없다.

차는 18.09분에 출발한다.

                                                                                       2005. 07. 26 유산

 

※ 대미산은 원래 대미산(黛眉山)이든 것을 퇴계 선생이 대미산(大美山)으로 바꾸었다고 전해오며,

  계곡 물은 너무 맑아 특급수(?)라고 해야 될까? 맑은 공기 파란 물,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듯하고,

 

☞ 유구무언(有口無言: 입은 있으되 할 말이 없음)이 정답이지 싶다. 더 보태면 군더더기 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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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산(1,052m), 김삿갓 유적지 답사길

 

 아침 일찍 보따리(?) 하나 짊어지고 하루 방랑의 길을 떠나기로 한다. 강원도 영월 김삿갓계곡 서쪽에

있는 마대산으로 가는 가경천지 등산버스에 몸을 싣는다. 한 주일을 쉬었는데 많은 산님들이 벌써

나와 차를 타고 있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하고 5시간 걸려 12.05분 산행 기점인 와석리 노루목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

바로 김삿갓 묘지가 있는 곳으로 간다. 오늘은 원점회귀 산행이므로 시비(詩碑)부근의 여러 조형물

관람은 내려올 때 하기로 하고 산객들이 단체로 묘소 참배를 한다.

 

 방아산님이 술 한 병 준비하여 한 잔 올린다. 참배와 기념촬영을 마치고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산행

시작한다. 12.20분이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마대산 정상 3.4km, 김삿갓 주거 유적지 1.1km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개울을 건너간다. 경운기가 다닐만한 제법 넓은 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따르기도 하고 여러 번 건너기도 하면서 20여분 후에 김삿갓 주거 유적지에 닿는다.

집 한 채와 뒷깐 한 채가 전부이다. 집의 오른쪽에는 디딜방아가 놓여있다.

 

 마루에 앉아 잠시 쉬면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일어선다.

'난고 김삿갓 주거지' 안내판에는 1982년 주거지를 발견하였고 2002년 복원하였다고 쓰여 있다.

 

 주거지를 지난 후 조금씩 길은 조금씩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작은 무덤 한 기를 지나고 된비알을

만난다. 땀이 뻘뻘 흐른다. 더운 날씨에 바람도 없으니 더 지친다. 자주 쉬면서 물을 조금씩 마신다.

앞뒤의 산님들도 대부분 지친 표정들이다. A가 힘들면 B도 힘 든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오산님도 힘겹게 오르고 있다. 된비알을 힘겹게 올라서니 지미님이 보인다.

열심히 산에 다니든 분인데 업무상 몇 개 월 만에 산에 오른다고 한다.

작은 바위를 타고 올라 또 밧줄을 잡고 오르니 능선 삼거리이다. 이미 정상을 다녀온 선두 팀이 식사를 하고 있다.

 

 배낭을 벗어놓고 정상으로 향한다. 14.05분 정상이다. 표지목과 표지석이 세워져있는 정상에서의

조망은 가시거리가 짧아 시원치 못하다. 서북쪽 아래로 남한강 상류 물줄기가 희미하게 보인다.

산가자님 일행이 정상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민계님은 벌써 식사를 마치고 내려가는 길이라고 한다.

 

 다시 삼거리이다. 선두팀은 식사를 마치고 떠났고 뒤늦게 올라온 산님들이 식사중이다.

흡사 산상뷔페 식당을 차린 듯 푸짐하다. 짐은 가벼울수록 등산하기 수월하다는데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인 듯하다. 한쪽 편에 끼어들어 도시락을 편다.

 

 조금 후에 박 대장님과 후미 팀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늦게 올라오는 분 중에서 벌침을 맞았다고

한다. 아마 여름철 체력 증강엔 보약보다 낫지 않을까, 그것도 공짜이니 복 받은 사람들일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하산 길에 접어든다. 왼쪽의 바위봉우리를 우회하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다시 능선으로

올라붙는다. 15.05분 1,030m봉 바위전망대에 오른다. 남쪽으로 지나온 길과 마대산 정상이 보이고

동남쪽으로는 선낙골(仙樂谷)이 내려다보인다. 오른쪽으로 꺽어 처녀봉 쪽으로 내려선다.

 

 처녀봉 가는 길 양옆에는 기이한 모습으로 자라는 나무들이 더러 보인다. 다시 오르막에서 잠시 쉬는

사이에 리디님이 지나간다. 뒤 따라 가경선선팀이 올라오고 있다. 15.25분 처녀봉 정상에 오른다.

프라스틱 표지판이 부러진 채 바닥에 놓여있다. 별다른 조망은 없다. 바로 내려선다.

 

 15.40분, 김삿갓묘역 1.2km 이정표를 지나고 10여분 후 '출입금지 수행 중'이라는 글이 쓰여져 있는

집 앞을 지나고, 조금 내려오다 계곡에서 땀을 씻는다. 물이 너무 차서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땀을 씻었으니 땀을 덜 흘리려고 천천히 걷는다. 그래도 몇 걸음 내려오니 연방 또 땀이 흐른다.

오른 쪽으로 보이는 작은 폭포 아래 소(沼)에는 등산복을 입은 채로 두 선녀가 물장구를 치고 있다.

오늘 영월의 최고 예상 기온이 31도이니 산 속임을 감안하더라도 보통 더운 날씨가 아니다.

이런 날 열심히 산행을 했으니 맑은 물에 풍덩 뛰어 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그것은 완벽한

최고의 피서일 듯하다.

 

 날머리 거의 다 내려와서 다시 계곡에서 땀을 씻고, 김삿갓 묘지로 올라가 본다. 시 한 수 읊을 실력이

못됨이 못내 아쉽다. [옛날 조선시대의 문인 임제는 명산을 찾아다니다가 황진이의 무덤 앞에서

시 한 수를 읊었다고 한다. 그 후 임제는 파직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은 어디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임제-

 

 김삿갓 시비 부근의 조형물을 둘러본다. 많은 시가 새겨져 있다.

그의 시는 대부분 구전으로 전해 왔는데 현재 전해지는 시는 213수~ 334수라고 하며,

해학적이고 풍류적인 시(詩)이므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한다.

 

 이제 오늘의 산행 겸 답사를 마치고 방랑을 끝낼 시간이 가까워 온다. 그는 생을 마감하기 전에

전남 화순 땅에서 마지막으로 이런 시를 남겼다고 한다. (원문 생략)

  새도 짐승도 제 집이 있는데

  나는 평생을 혼자 쓸쓸히 떠돌았네

  짚신에 대 지팡이로 천리 길 걸었고

  구름 따라 온갖 곳이 집이었다네

  세월을 탓하랴 하늘을 원망하랴

  흘러가는 세월 속에 마음만 아플 뿐

  ----후략---

 

 17.30분 주차장에 도착한다. 하산주는 고사하고 김삿갓 문학관에도 못 가본 채로 차에 오른다.

차는 17.35분 출발한다. 강송님이 가지고 오신 9년산 모과주를 차안에서 조금씩 맛을 보지만

정답을 아는 산님은 거의 없다. 오래된 명주라서 그런가? 주류초보들의 역부족인가?

                                                                                                2005. 07. 19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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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움산(670m)~두타산성~무릉계. 깨끗한 산길, 폭포가 반겨주고

 

 장마전선이 전국을 오르내리며 비를 뿌리는 장마철이다. 마침 등산가는 곳 강원 영동지방에는 오늘

흐리겠다는 예보가 나와서 다행이다. 보통 때 보다 한 시간 반이나 빠른 06.30분 출발이라 신경이 쓰여

지난 밤 잠을 설치고 새벽에 서면으로 나간다. 출발시간이 되었지만 몇 개의 좌석은 비어있는 듯하다.

 

 오랜만에 동해안 7번 국도를 타고 간다. 동해바다를 끼고 달리면서 4차선 신설도로, 또는 굽이굽이

도는 2차선 옛 도로를 번갈아 달린다. 도로 확장 중인 곳도 보인다. 언제 완공 예정인지 모르겠지만

저 길이 다 완공되면 남도지방 등산객들에게도 편리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버스가 삼척을 지나 댓재로 가는 도중 천은사 갈림길 삼거리에서 혼자 내린다.

쉰움산~두타산성길~무릉계 코스를 가기 위해서이다. 삼거리에서 우연히 부산 ㅅ산악회 버스를 만나고

동승하여 12.05분 버스 종점에 도착한다.

 

5분 후 일주문을, 또 5분을 걸어 제왕운기를 저술했다는 이승휴 유허지를 지나고 12.20분 천은사 절

마당에 올라선다. 절 뒷마당에 있는 감로수 한 모금 마시고 산길로 접어든다. 상판이 설치되지 아니한

철다리를 건너 25분쯤 후에 바위전망대가 나타나고 또 10여분쯤 오르니 기도터이다.

 

 커다란 암벽아래 곳곳에 타다 남은 초와 촛농이 무수히 떨어져 있다.

흰색 헝겊과 부적인 듯한 흰 종이를 작은 돌에 동여매어 놓은 모습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 바퀴 둘러보고 등산로를 따른다.

 

 바위턱을 붙잡고 너럭바위에 올라선다. 잘 생긴 홍송 아래 돌탑 수 십 기가 세워져 있다.

주변의 산세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13.20분 작은 샘터를 지나고 곧 능선에 올라선다. 왼쪽으로 간다.

오른 쪽 비린내계곡 끝 부분의 웅장한 암벽이 눈길을 끈다.

 

 왼쪽으로 나 있는 우회 길을 버리고 암릉을 타고 간다. 10여분 암릉을 따르니 쉰움산 정상이다.

정상표지석엔 오십정(五十井)이라 쓰여 있다. 우물이 쉰 개, 그래서 쉰 우물산→쉰움산이라고 하는

곳이다. 실지로는 물이 고인 작은 것까지 다 포함하면 100개는 넘을 듯하다.

사진 몇 장 찍고 도시락을 편다.

 

 좌우로는 절벽 낭떠러지이다. 널찍한 바위 위에 소나무 몇 그루가 운치를 더해준다. 흡사 신선이

된 듯하다. 바위에 누워 하늘을 쳐다본다. 한참 후 인기척에 놀라 벌떡 일어나 뒤돌아보니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 왔다고 한다.

 

 배낭을 메고 일어선다. 빙 둘러 돌담을 쌓아 놓고 치성을 드리는 기도터를 지나고 능선 숲 속으로

오른다. 작은 암릉을 넘어서고 제법 평평한 오름 길이 약 30분 이어지다 급경사 길이 시작된다.

장딴지가 뻐근할 정도이다. 15.15분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바로 가면 두타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 쪽 하산 길은 무릉계로 가는 길이다.

 

 댓재에서 출발하여 정상~두타산성길로 내려오는 가경팀이 아직 이곳을 통과하지 않은 듯하다.

후미 대장님에게 이 삼거리를 통과할 때 '방향표시판'을 뒤엎어 놓으라는 부탁을 했는데 표시판이

보이지 않는다. "가경천지. 유산 15.15 통과"라고 종이에 써서 길바닥에 돌로 눌러놓고 하산한다.

 

 청옥산은 운무에 가려있다. 하산 길 주변엔 고사목이 더러 보이고 홍송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솔잎이 빨갛게 마르는 소나무들이 여럿 보이기도 한다. 혹시 소나무 재선충이 아닐까(?)

15.30분, '무릉계 7.2km' 이라는 이정표를 지나고 16.10분 산성 12폭포 상류계곡에서 잠시 쉰다.

 

 계곡을 지나 능선을 올랐다가 내려가니 왼쪽으로 계곡 물소리 들리고 폭포가 나타난다.

좌측으로 들어가 전망대에서 폭포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계곡까지 내려가 본다. 등산로로 복귀한

조금 후에 다시 왼쪽으로 내려간다. 멋진 전망바위이다. 거북바위가 있는 곳이다.

다시 등산로로 복귀하여 두타산성에 닿고 용추폭포 쪽을 내려다본다. 절경이다.

 

 17.00 산성 갈림길에 내려서고 왼쪽으로 용추폭포 쪽으로 올라간다. 내려오는 가경산님 한 분을

만나고 쌍폭을 지나 용추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또 두 분을 만난다.

 

 17.20분 오늘 산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용추폭포에 도착하고 길게 이어진 철계단을 올라 17.30분

폭포 상단 조망대에 올라선다. 다시 쌍폭에 내려올 때까지 가경산님들이 보이지 않는다. 산성길로 하산

한 분들이 폭포 쪽으로 안 오고 바로 내려간 것일까? 폭포는 비가 온 다음에 봐야 제격인데, 그래서

오늘이 챤스인데, 이리 때맞추기도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하늘문~관음암 코스로 오르다가 시간이 늦을까봐 포기하고 중간계곡을 따라 내려와 본계곡을 건너

등산로를 따라 내려온다. 빠른 걸음으로 한참을 내려오니 저만치 앞에 산객 세분이 보인다.

길 옆 계곡으로 내려가 땀을 씻는다. 비 온 뒤라 물이 많고 또 깨끗하다.

아하! 그래그래, 이 맛이야. 내가 알고, 산이 알고, 계곡이 알고, 하늘이 아는 여름산행의 묘미.

 

 삼화사 앞에서 보니 절 뒤쪽 산 능선 절벽 한 가운데에 상폭인 듯한 폭포가 보인다.

삼화사를 지나고 무릉반석에 내려가 본다. 반석에는 수많은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그 중에는 어울리지

않는 최근에 새긴 듯한 조잡한 낙서도 더러 보인다. 명행심님이 내려오고 있다. 늘 선두 팀인데 오늘은

아마 청옥산까지 갔다 오는 모양이다.

 

 양사언이 썼다는 '武陵仙景 中臺泉石 頭陀洞天 (무릉선경 중대천석 두타동천)'글을 디카에 담는다.

워낙 달필이라 한 글자도 모르겠다. 그 옆에는 설명판이 세워져 있다.

 

 18.45분 주차장에 도착한다. 남사장님 일행이 하산주를 하고 있다. 맛있는 술 한 잔 마시고,

배낭을 차안에 올려놓는다. 컵 라면을 안주삼아 쇠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버스는 19.20분 출발한다.

                                                                                                    2005. 07. 05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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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산 바위도 좋고 노송도 좋고

 

 장마철로 접어들었다. 등산은 야외 활동이므로 비가 내릴 때는 많은 제약을 받는다.

어제 오후의 일기예보에 오늘 충북지방 날씨는 '흐림'이었는데 오늘 아침예보에는 '비'이다.

우의를 챙겨 넣고 우산까지 준비한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산행 중 비를 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집을 나선다. 서면에 도착하니 많은 산님들이 나와 있다. 버스는 만차로 출발한다.

 

 버스 이동 중 구마고속도로에서는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예천 나들목에서는 도로가 뽀송뽀송하다.

장소가 바뀌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상상황이 확연히 다르다. 12.20분 저수령에서 간단한 입산식을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고개에는 한자로 저수령(低首嶺), 한글로 저수재라 쓰인 커다란 바위에는 "경사가 급하여 길손들의

머리가 숙여진다는 뜻"으로 굽힐 저(低), 머리 수(首)자를 쓴다는 고개 이름 유래가 새겨져 있다.

 

 작은 봉우리 한 개를 넘어 장구재에 도착하고(12.37분), 임도를 건너 능선으로 올라붙는다.

백두대간 길이다. 오른 쪽으로 선미봉 가는 길을 놓치고 문복대(門복臺)까지 간다.(13.15분)

거의 선미봉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다. 길을 놓친 것이다. 되돌아간다. 길을 잘못 들면 확실한

지점까지 되돌아가는 것은 등산의 기본이다.

 

 안개로 주변 산세가 보이지 않으니 독도가 되지 않는다. 30여분 되돌아 나와 갈림길에서 좌회전하여

관광농원쪽으로 내려선다. 처음엔 여기서 장구재로 바로 올라가려고 하였으나 임도 보다는 산길 걷는

것이 나을 듯하여 차를 되돌린 곳이다. 13.50분, 주차장 부근 넓은 장소에서 식사를 한다.

 

 오후 산행은 시간 관계상 버스로 빗재로 이동하여 빗재~황정산~영인봉~원통암~대흥사 주차장으로

수정하여 진행하기로 한다. 버스는 14.55분 빗재에 도착한다. 배낭을 차안에 두고 수통만 들고

내리는 분들도 있고, 문복대 산행에 만족하고 사인암 답사를 위해서 내리지 않는 분들도 있다.

 

 걷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황정산 자락으로 쏜살같이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오른 쪽은 국립공원 월악산 지역에 속하는 도락산이다. 황정산은 국립도, 도립도, 군립공원도 아니다.

그러나 경관은 국립공원에 비해 손색이 없다.

25분쯤 급히 오르니 빗재 630m, 정상 2.7km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고개이다.

 

 그런데 황정산 이정표의 거리표시는 맞지 않으므로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월간 '산'지의 기사가 생각나서

거리는 무시하고 방향만 확인하고 간다. 급경사 오르막을 만나고 힘들게 올라 바위 전망대에 선다.

운무에 가리기는 하지만 주변산세가 희미하게 들어 난다.

 

 30여분 올라 쇠줄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바위전망대에 닿는다. 몇 분이 쉬고 있다. 대흥사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저수령~묘적봉~도솔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과 월악산도 보인다는데 운무

속에 가려있다. 괴물같이 생긴 바위를 지나고 또 바위 길을 따르다가 기차바위에 오른다.

 

 등산로 주변에는 잘 가꾼 분재 같은 소나무들이 더러 보이고 나무 색깔도 붉은 색으로 곱다.

바위등을 타고 오른다. 바위 끝, 나무 둥치에 매어둔 밧줄을 누군가가 잘라 놓은 것이 보인다.

앞서 가는 분이 내려 설 수 있도록 밧줄을 잡아 고정시켜준 후에 바위를 잡고 내린다.

 

 곧 황정산 정상(959m)에 닿는다. 안개와 주변 나무 때문에 조망이 잘 되지 않는다.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메모함(?)의 정확한 용도는 무엇인지? 뚜껑을 열어보니 산악회와 개인 명함 몇 장이 들어있다.

 

 정상을 넘어서니 넓은 바위 한쪽에 기이하게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아마도 황정산 최고

명물 소나무라고 해도 될듯하다. 참으로 묘하게 가지가 뻗어 있다. 디카에 담았지만 아쉬움이 남아

한 번 더 뒤돌아보고 떠난다.

 

 나무 사다리를 내려서고 바위를 잡고 올라 또 다른 전망대에 올라선다. 시야가 멀리 트이지 않음이

못내 아쉽다. 오른 쪽 우회길이 있지만 바위 틈새로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작은 굴속에 들어가

보기도 한다. 바위를 하나 타고 넘을 때마다 경치는 달라진다. 시간 제약을 덜 받고 느긋하게 산행할

수 있다면 볼거리가 더 다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사목도 보인다. 분재 같은 소나무들이 곳곳에 들어 난다. 늘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앞서가든

김사장님이 오늘은 천천히 가고 있다. 경치에 취한 건지? 오늘은 몇 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16.40분,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서자 또 암릉이다. 바위를 타고 넘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곧 영인봉 표지목이 세워진 봉을 넘어 작은 밧줄을 잡고 바위를 타고 내리니 앞에는 거대한 암벽이

버티고 서있다. 우회 길은 왼쪽으로 나 있지만 암벽을 타려고 몇 분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리비님과 마울님도 그 힘든 암벽을 타고 넘는다. 우회 길로 둘러 가는 분들도 보인다.

 

 원통암 갈림길에서 새보리님 부부랑 또 다른 바위전망대에 올라가 본다. 눈 아래에 원통암과

칠성바위가 내려다보이고 그 앞으로 원통암 계곡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오른 쪽 바위 전망대에서

빨리 내려오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줄을 잡고 조심스레 내려선다.

 

 17.30분 원통암 마당에 닿는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수통에 물을 채운다. 원통암은 고려말 나옹선사가

수도한 곳이라고 전해져 오는데, 몇 년 전 수해로 절이 큰 피해를 입어 지금은 요사채 모양의 작은 법당

한 채 뿐이다. 나옹선사가 지었다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가 생각난다.

 

 절 마당 왼쪽의 신단양 팔경으로 지정되었다는 칠성암은 부처님 손바닥을 닮았다는데 제일 아래 큰

바위 위에 두 쪽 난 바위가 얹혀있고 그 위에 바위 네 쪽이 세워져 있다. 모두 일곱 개의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칠성암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원통암 계곡길은 말 그대로 계곡길이다. 계곡인지 길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 계곡을 따르기도 하고

건너기도 하며 내려온다. 비가 조금 많이 오면 오르내릴 수 없을 듯하다. 간혹 작은 돌 탑(?) 몇 기가

세워져 있을 뿐 길을 다듬은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자연 그대로 이다. 만약 이 길을 따라 올라온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수양이 될 듯한 참으로 기분 좋은 길이다.

 

 임도를 만난다. 갈림길인데 가경방향 표시판이 없어 대흥사 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바닥에

화살표를 그려두고 적우님과 함께 내려온다. 18.00분 주차장에 도착하고 개울로 내려가 산이 알고

내가 아는 여름 산행의 백미 '홀라당'이다.

 

 강송님의 칡술이라는 정답이 나와 있는데도 긴가 민가 하면서 하산주를 한다. 남사장님의 쇠주,

또 오산님의 맥주를 보태고,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차는 19.00분 출발한다.

                                                                                              2005. 06 28.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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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백운산(882m), 동강과 어우러져

 

 버스는 제천 나들목을 빠져나와 38번 국도를 따르다가 영월군 신동읍에서 좌회전, 구러기재를 넘어

동강 점재다리 앞에 세운다.(12.45분) 강 저쪽엔 백운산이 우뚝하다. 백운산은 전국에 50여개라는데

그 중 최고 높이는 함양 백운산(1.279m), 설경이 좋기로는 광양 백운산(1.218m)이라고 한다. 백운산은

기장 철마에도 있고 밀양과 울산에도 있다. 흰 백(白) 구름 운(雲)이니 흰 뭉게구름이 연상되고---.

 

 다리를 건너 강변 갈림길에서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출발한다. 5분쯤 시멘트 포장길을 따르니

정상 2.0k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왼쪽으로는 강변 자갈밭 너머 파란 강물이 흘러가고 오른 쪽은 밭인

한적한 시골이다. 잠시 후 정상 1.9k라는 이정표가 나타나고 곧 잡목 숲 속 산길로 접어든다.

 

 강 따라 비스듬히 가다가 이내 굵고 긴 밧줄이 메어져 있는 된비알을 만난다. 땀이 비 오듯 흐른다.

한 손으로 옆의 밧줄을 잡고 오르니 한결 수월하고 팔운동도 되는 셈이니 좋다. 곧 능선에 닿고

오른 쪽으로 간다. 뒤돌아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동강이 언뜻언뜻 보인다.

 

 능선의 오른쪽은 낭떠러지이고, 바위 오름 길에 밧줄이 메어져 있는 가파른 길이다. 전망이 조금

트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산님들의 디카가 조준되고, 예쁜 야생화가 발견되면 영락없이 셔트가 작동한다.

등산로 주변에는 기이한 모습을 한 나무 가지들이 자꾸 눈길을 붙잡기도 한다.

 

 14.03분, 정상 0.5k 지점을 통과하고 30분 후에 백운산 정상에 도착한다. 흰 구름은 없고 허름한 돌탑

한 기와 작은 표지석 하나 서있다. 날씨가 조금 흐리기도 하고, 강이 산자락을 너무 많이 파고들었기

때문에 동강 조망도 시원치 않다.

 

 정상을 벗어난 한쪽에서 식사중인 산님들이 보인다. 장소가 비좁아 몇 걸음 더 가서 좁은 공터에서

때 늦은 점심상을 차린다. 이렇게 점심시간이 늦어도 배고픈 줄 모르고 올라온 것은 11시경

싱글벙글님이 고향 원주에 다녀오는 길에 사 오신 '신림찐빵' 때문이다.

 

 사실 장거리 산행일 경우에는 산행 시작하기 30여분 전 간식이 필요하고,

 점심은 한 시간쯤 걸은 후에 하는 것이 좋은데 오늘은 따끈따끈한 찐빵이 히트상품이었다. (싱글벙글님 고맙습니다.)

 

 이제 하산 길만 남았으므로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15.00분이다. 적우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다보니

정체 구간이다. 급경사 내리막길에 설치된 밧줄을 잡고 씨름하는 산님들 때문이다.

수원에서 또 산본에서 온 산악회원들이 뒤섞여 있다.

 

 밧줄을 잡고 내린 후 '멀리 부산까지 가야 된다'고 양해를 구하고 앞질러 간다. 작은 봉우리 여섯 개를

넘어야 하는데 뒤 따라 가려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다. 등산로 주변엔 크고 잘 생긴 홍송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예전엔 이 홍송으로 뗏목을 만들어 동강에 띄워서 한양으로 운반하였다고 한다.

 

 왼쪽으로는 천 길 낭떠러지이다. 간간히 동강의 모습이 들어난다.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리기도 하지만

발아래 파란 물을 내려다보는 재미도 있다. 동강은 백운산 산자락을 어루만지며 떠나기 싫은 듯 자꾸만

구비 돌고 있는 듯하다. 영월의 동쪽에 있는 이 동강은 영월 서쪽의 서강과 합해서 남한강이 되고

충주호에서 쉬었다가 서해로 흘러간다.

 

 봉우리 여섯 개를 오르내리며 칠족령에 닿는다. 칠족령(漆足嶺)이란 옛날 마을에서 옻을 끊일 때 개 한

마리가 발에 옻칠을 묻힌 채 이 고개까지 올라와 발자국을 남겼다는 전설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커다란 밭이 일구어져 있고 아낙네들이 콩 밭을 매고 있다. 오른쪽은 문희마을 가는 길이다.

왼쪽 길을 따라 제장마을로 내려선다.

 

 잠시 후 밤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외딴 집을 통과한다. 밤나무 꽃 특유의 짙은 향이 가득 풍겨

나온다. 옛 말에 밤꽃이 핀 밤나무 아래에는 과댁이 울고 가고, 밤나무 꽃 아래에서 데이트를 하면 성공

확율이 99%라고 하는데 이는 밤꽃 특유의 향 때문이라고 한다.

 

 강변에 세워져 있는 버스에서 갈아입을 옷가지를 가지고 내려 강가로 가서 땀을 씻고(16.55분)

컵 라면을 안주 삼아 하산주를 하는데 산경님이 메밀묵 한 쟁반 보탠다. 한우산님이 산 밤나무집 술맛도

일품이다. 강송님의 퀴즈 정답은 오디라고 하는데 대부분 칡인가 긴가 민가 하다가 차에 오른다.

 

 버스는 18.00 출발하고 국도를 경유 풍기 나들목으로 하여 고속도로에 올린다.

국도에서 많은 시간이 걸린 탓으로 자정을 넘긴 후 시내에 도착된다.

                                                                                              2005.06.21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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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1,560m), 원시림 숲 속을 걷다.

 

오늘은 멀리 강원도에 있는 가리왕산에 가므로 다른 때 보다 한 시간 빠른 07.00분이 출발시간이다.

예약한 한 분이 늦어 조금 기다리다 버스는 출발한다. 그 분은 차가 진행하는 길목으로 택시를 타고

와서 합류한다. 갈 길이 멀어 어정거리며 갈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버스가 남해~구마~중앙~영동고속도로를 갈아타고 진부 나들목을 나와서 장구목이골 입구 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은 13.15분이다. 무려 6시간을 넘게 온 셈이다. 입구에는 커다란 장승이 세워져있고

물레방아가 하는 일 없이 한가롭게 돌고 있다. 정상 4.2k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장소가 비좁다.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산행 시작한다.

 

 등산로는 계곡 오른쪽으로 나있다. 계곡에는 작은 폭포들이 걸려있고 계류 주변 바위들은 파란 이끼로

덮여있다.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계곡인 듯하다. 물소리가 시원스레 들린다. 20여분 올라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고 곧 통나무를 엮어 만든 다리를 건넌다.

 

 길은 계곡의 왼쪽으로 이어진다. 숲 그늘이 짙다. 산림청에서 만든 보호수목 표찰이 달린 나무들이

보인다. 40여분쯤 오르니 계곡 상류부이다. 물소리가 끝나고 마지막 물줄기가 보인다. 14.05분, 물 한

모금 마시고 조금 쉬면서 식사를 할까 말까 망설인다. 산도님이 임도까지 바로 올라가자고 한다.

 

 너덜 길을 조금 오르니 제법 평평한 곳에서 먼저 오신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적당한 장소을 찾아

오랜만에 산행에 참여한 신호등님 일행과 산을 졸업한(?) 줄 생각했든 들꽃님과 같이 도시락을 편다.

식사를 마치고 땀이 식으니 한기를 느낀다. 배낭을 맨다. 14.40분이다.

 

 곧 장구목 임도에 도착한다. 이정표엔 '상봉 1.2k, 마항치 사거리 10.0k'라는 이정표가 세워진 곳이다.

임도는 산허리를 가로질러 상봉 중봉 하봉을 빙 둘러 이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정상까지 오른 후 하산

하려면 임도를 오를 때 한번 내릴 때 한번 두 번은 만나게 된다.

 

 이 가리왕산 임도는 여러 가닥으로 나있어 산악자전거(MTB) 코스로 많이 이용되기도 하고

산악마라톤이 개최되기도 하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마항치 사거리 10.0k'

라는 표시는 등산객들과는 관계없는 그들의 이정표인 것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된다. 흡사 원시림 밀림지대인 듯 우거진 숲이다. 제 풀에

쓰러져 있는 나무가 길을 막기도 한다. 속살을 파먹고 살았는지 껍질만 남아 자라는 주목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나무 둥치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한다. 주목의 기를 받으면 천년을 살려나??

산 나무 가운을 입으니 재미는 있다. 크고 오래된 나무는 번호 표찰만 달게 아니라 수령을 함께 써

놓아도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15.55분, 능선 삼거리에 닿고, 왼쪽은 중봉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길을 따른다. 10분 후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석에 '야사-野史에 갈왕이 피난 와서 살았으므로 갈왕산→가리왕산으로 바뀌었다"고

새겨져 있다.

 

 동해바다도 보인다는데 날씨가 흐려 조망이 좋지 않다. "나물은 많은데 시간은 없다."며 아쉬워하는

산님들이 보인다. 돌탑 사진 한 장 찍고 내려선다. 헬기장으로 내려서는 길 주변의 고사목과

잘 생긴 주목이 자꾸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15분쯤 내려오니 어은골 임도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꺽는다. 오른 쪽은 마항치 사거리 가는 길이다.

마항치는 옛날에 산삼봉표가 세워져 있었다는 곳이다. 또 15분쯤 내려오니 몇 분이 내려가고 있다.

급경사 내리막이고 울창한 수림 속이다.

 

 자연미 가득한 길이다. 전혀 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산길 그대로 이다. 길바닥의 돌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 밟는 위치에 따라 덜커덩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럴 때 잘못하면 넘어져 발목을 삐기도 한다.

조심하며 걷는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깊은 산중임을 온 몸으로 느낀다.

 

 어은골 임도에 닿기 전, 천천히 하산하고 있는 서울 팀을 만난다. 그들은 11시경에 장구목 입구에서

출발했는데 부상자가 있어서 산행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곧 임도 개설로 인한 절개지에 닿고

가경팀이 내려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임도로 내려서니 '관망대. 대피소' 가건물이 보인다. (16.58분)

 

 17.45분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선다. 오늘은 자연휴양림의 휴일이므로 조용하다. 다리를 건너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내려온다.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흘러 내려가고 있다.

 잠시 이백의 '산중문답'이 생각난다. [28자이므로 외우고 있는 산님이 많을 듯하다.]

 

問余何意棲碧山 (문여하의서벽산)        *의(意) 대신 사(事)자로 쓰여진 데도 있음)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번역1]                                                   [번역2]

왜 청산에 사는냐고요?                              왜 산에 사느냐고 묻길래

말없이 웃어도 마음은 편하오                     웃기만 하고 아무 대답 안 했지

복사꽃잎 물에 떠서 아득히 흘러가네요        복사꽃잎 아득히 물에 떠가는 곳

여기가 바로 꿈결 같은 세상이지요.             여기는 별천지라 인간세상 아니라네.

[워낙 유명한 시(詩)인지라 여러 가지 번역이 있으며, 이백의 자는 이태백, 당나라 시인임.]

 

가리왕산이 '좋더냐'고 물으면 웃기만 하고 아무 대답 안 해도 되지 싶다.

20여분 걸어 내려오다 얼음동굴에 들어가 본다. 그 곳에 설치되어 있는 온도계의 눈금은 영상 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곧 매표소에 닿고, 차는 그 앞 다리 위에 세워져 있다. 개울로 내려가 땀을 씻는다.

 

 먼저 내려 온 산객들이 모여서 하산주를 하고 있다. 선두 일부는 중봉을 거쳐 왔다고 한다.

다리 난간에서 김치라면과 하산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하산주 사신 리디님 오산님 감사합니다. 차는 19.03분 출발하고, 잠을 청한다.

 

                                                                                      2005. 06. 07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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