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룡산~주작산에는 바위꽃이

 

 버스는 08.00 출발한다. 버스 이동할 때 산대장의 설명 중 “오늘 산행에 참석한 분들은 2.2 : 1의 경쟁률에 당첨되었다”는 멘트를 들으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덕룡~주작은 좋은 산이고, 알찬 산행을 자랑하는 산악회인데다 때는 춘삼월,

산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계절이 돌아왔으니---,

 

 버스는 거의 4시간여를 달려 덕룡산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는 소석문 공터에 도착한다.

(석문산의 남쪽 계곡은 소석문, 북쪽 계곡은 대석문 이라 부른다고 한다)

간단한 입산식을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12.00분이다. 봉황천이라는 작은 개울의 징검다리를 건너자마자 급경사 오르막길이다.

 

 10여분 오르니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뒤쪽에는 석문산이 버티고 있다.

또 10여분을 올라 봉우리에 닿으니 왼쪽으로 너른 들판너머로 강진만이 길에 펼쳐진다.

마음 같아서는 쉬었다 가고 싶지만 갈 길이 멀어 눈길 한 번 주고 간다. (강진만은 산행 끝날 때까지 거의 대부분을 따라 다닌다.)

 

능선에 올라선 후 본격적인 암릉 산행이다. 암봉을 타고 넘기도 하고 둘러 가기도 한다. 바위를 두 팔로

안기도 하고 바위에 엉덩이를 걸치기도 하면서 조심조심 나아간다. 바위를 오르고 내리고 또 올려다보고, 굽어보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온통 바위 바위이다. 바위꽃이라고 해야되나? 저 멀리 앞서가는 산님들이 벌처럼

나비처럼 이리 저리 바위꽃을 옮겨다니는 듯 하다. 자신도 그러하다. 바위 틈새로 들락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암릉은 만덕산에서 석문산을 거쳐 지금 밟고 있는 덕룡능선에 이어지고 또 주작능선을 지나 오소재 에서 다시 두륜산을 넘어 달마산,

급기야는 땅끝 마을로 이어진다. 바위턱을 잡고 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흡사 공룡능선에 온 듯하다. (덕룡이나 공룡이나 용아릉이나 모두 용자 돌림이다.)

 

 왼쪽엔 강진만이 오른쪽엔 봉황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데 뒤쪽의 암봉은 등을 떠밀고 앞쪽의 암봉은

어서 오라 손짓하는 듯하다. 날씨가 맑아 강진만의 고금도와 작은 섬들이 다 보인다.

 

 오늘은 산악회 최고의 찍사인 리비님과 마울님 또 산행재미가 쏠쏠하다면서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천천히 가는 젊은 부부 산님, 또 자녀를 데리고 산행하는 가족팀과 산행속도가 비슷하다.

물론 후미대장도 일정한 속도로 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미래의 예비 산님에게 격려의 뜻으로 사탕

몇 개를 꺼내준다. 덕분에 귀한 딸기도 맛보면서 걷는다.

 

 밧줄을 잡고 올라 동봉(420m)에 도착한 시간은 13.50분이다. 서봉 0.28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암릉을 조심조심 내려온다. 몇 분이 식사중이고 총무님도 gds님도 보인다. 늘 앞서 달리든 분들인데

오늘은 덕룡의 바위꽃에 취했는지 천천히 가는 듯하다. 도시락을 꺼내어 강진만의 풍광을 반찬 삼아

즐거운 식사시간이다. 갈 길이 바쁘지만 산상 커피 한 잔도 빼 놓을 수 없다.

 

 14.40분 덕룡산 최고봉인 서봉(432m)에 도착한다. 동봉에서 서봉까지의 거리는 0.28km인데 식사시간

20여분을 빼면 약 30여분이 걸린 셈이다. 암릉 산행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서봉 너머에도 멋진 암봉들이

도열해 있고 청명한 날씨로 월출산도 조망된다. 뒤돌아보니 용이 꿈틀거리는 듯하다.

 

 서봉을 내려서니 지나온 길보다 더 재미있는 산행길이 이어진다. 15.40분 암릉이 거의 끝날 때쯤엔 억새 밭이 나타나고

몇 개의 봉우리를 더 오르내린 후에 눈앞에 주작산이 날개를 펴고 있다.

그 오른쪽엔 주작능선이 꿈틀거리고 있고 그 너머엔 두륜산이 웅자를 들어낸다.

 

 16.40분 양란 재배장 비닐하우스 앞에 내려서고 시멘트 포장 임도를 따라 수양관광농원으로 내려선다.

주작산으로 올라가든 몇 분이 되돌아 내려와서 후미팀에 합류하고 모두 17.10경에 주차장에 도착한다.

버들개지가 피어있는 개울가에서 세수를 하는 중에 주작산까지 완주한 선두팀들이 내려오고 있다.

 

 하산주 한잔하면서 나눈 오늘의 산행 소감

“덕룡산 암릉 멋있다. 암릉산행 재미있다. 가경천지 좋은 산악회이다”

버스는 18.00 출발한다. 처음 예정했든 다산초당 관람은 시간이 늦어 다음으로 미루고---.

                                                                                                   2005. 03. 01 유산.

 

* 몇 시간동안 암릉 길을 걸었으니 그 많은 바위가 구분이 잘 안 된다. 이 바위가 저 바위 같고 저

바위가 그 바위 같다. 그래서 산행기는 오히려 바위! 바위! 바위! 세 단어로 끝내는 것이 정답일지 모른다.

 

 주작 능선 너머 두륜산

 

 덕룡 오르면서 뒤돌아본 석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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