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점산 천지갑산

 

       천지갑산 가는 가경천지 산악회 등산버스를 타면서 ‘천지갑산 가경천지’ 속으로 한시의 한 구절  

     같다는 생각을 한다. 버스는 08.08분에 출발, 건천 휴게소에 한번 쉬고 11시경 산행 들머리 마시리

     고개에 닿았다.  내리자마자 산행이 시작된다.

 

      잘 걷는 산우들은 앞장서 가고 뒤따라 올라간다.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제법 차다. 마스크를 쓰고

     바람막이 옷도 꺼내 입었다. 그사이 뒤에 오든 산우들이 앞서 나간다. 도보등산은 자신의 페이스

     대로 걷는 것이라고 한다.

 

      한참을 걸어 작은 봉우리를 넘어 내려가는 길이다. 앞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면서 되돌아 올라온다.

     인생역전의 순간이다. 길을 찾아 능선을 따른다. 온통 낙엽천지이다. 거기에다 넘어진 나무들이 길을

     막고 있어 장애물 경주하듯 넘어가며 걷고 또 걷는다.

 

      몇 사람이 앞질러 가고, 후미 팀이 오지 않아 걱정이라면서 총무가 거꾸로 내려오고 있다.

     산악회총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정표도 없고 표시리본도 거의 보이지 않는

     길이다. 단순히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능선길이다.

 

       어느 무명봉 오르막길 양지바른 곳에 배낭을 풀고 물 한잔 마시고 시계를 보니 12시 40분이다. 

      밀감 한 개 꺼내 먹고 사탕 한 개 입에 넣는다. 햇빛이 따사롭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무념무상,

      이것이 행복? 또 몇 사람이 지나가고, 베낭을 멘다.

 

       조금 올라가니 능선으로 가는 길과 지름길로 나뉜다. 능선으로 올라간다. 기이한 모습의 소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가지에 혹이 달린 듯, 어찌 보면 팔뚝에 알통근육이 뭉친 듯하다. 사진 몇 장

      찍는다. 옆의 잡목가지가 배경을 어지럽힌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소나무 가지만 담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방법이 없다.

 

       봉우리를 지나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나무를 베어지고 풀이 수북히 자라는 공터이다.

      연점산이 빤히 올려다 보인다. 선두팀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도시락을 꺼낸다. 1시 25분이다.

      벌써 출발하는 산우들도 있다. 식사 후 소주 한잔하고, 커피 한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지도를

      펴 본다. 산지봉은 언제 지났는지 모르겠고 지금 보이는 저 산이 연점산이니 반은 넘게 온 듯하다.

 

       후미그룹이 도착하고 있다. 배낭을 메고 일어선다. 길목에서 식사하든 산우가 쇠주 한잔 권한다.

      선 채로 한잔 걸치고 떠난다. 몇 분이 천천히 걷고 있어 앞질러 간다. 아마 나는 중간쯤에 가고 있는

      듯하다. 오르막에서 잠시 길을 놓쳤다가 즉시 수정하여 이내 연점산 정상에 올라선다.

 

       2시 30분이니 산행시작 후 3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돌탑 한 기가 세워져 있다. 해발 870m로 오늘

      산행코스 중에서는 최고봉이다. 정상에서는 주왕산이 보인다는데 가늠하기 어렵다. 사방을 둘러보

      고 천지갑산의 방향을 확인해 본다. 막 올라온 분의 부탁으로 사진 한 장 찍어드리고 먼저 출발한다.

 

       크게 보면 내려가는 길이지만 오르내림의 반복이다. 3시 15분경 오른쪽으로 길안천이 보인다.

      쓰러진 고사목도 보이고 한 뿌리에 다섯 줄기가 자라는 참나무도 보인다. 카메라에 담는다.

      드디어 천지갑산 정상인 4봉에 닿는다. 작은 정상 표지석이 있고 무덤 한기가 보인다.

 

        먼저 올라온 산우들과 사진 한 장 찍고 길안천이 가장 잘 보인다는 3봉으로 내려간다. 3시 45분,

       바로 눈 아래로 길안천이 굽이돌아 흐르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 4시간 반을 걸어온 보람을 느낀다.

       말로만 듣든 수태극의 모습이 완연한데 더 높은데서 내려다보면 주변산세가 산태극도 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4봉으로 다시 올라온다.

 

        5봉 6봉 7봉엔 소나무와 고사목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특히 6봉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모양의 지형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찌 이리도 닮았을까? 동북쪽은 높은 산이고 서남쪽은

       낮은 들판인 우리나라 대형지도를 보는 듯하다. 신기하다.

 

        내려오는 길엔 굵고 튼튼한 새 밧줄이 길게 메어져 있다. 모전석탑을 지나 오른쪽 길안천과

       왼쪽 천지갑산의 바위벼랑 사이 길을 따라 송사리 주차장으로 향한다.

       산행안내판이 서있는 곳에서 천지갑산을 되돌아보니 문득 예전에 읽은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 헤어질 때 아쉬운 마음 고개 돌린 이 아픔”

      너무 먼 길을 걷고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4시 반쯤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5시 반이 지나서 늦게 하산하는 후미 팀들의 렌턴 불빛이 어둠 속에 보인다.

                                                                           

                                                                                       2004.12.07.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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