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5.04.05

어디 : 구재봉 칠성봉--- 멀고 깨끗한 산길

 

 정기 산행일이 모처럼 식목일 공유일이고 청명 한식과 겹치는 날이다.

때문에 도로가 많이 막힐 것이라 짐작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도로 소통이 잘된다.

08.00 출발한 버스는 11.15분, 평사리 미서마을 표지석이 세워진 도로변에 세운다.

 

 둘러서서 인사와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신사장님의 제안에 따라 힘차게 박수를 치고 입산한다.

장갑을 끼고 박수를 치니 소리가 둔탁하다. 맨손으로 치면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버스 2대에서 내린 많은 산님들이 논두렁을 따라 일렬로 나아가는 모습이 장관인데,

잠시 후 대나무 숲 속으로 들어간다. 길이 대나무 숲 속으로 나있기 때문이다.

5분쯤 후에 대나무 숲을 빠져나와 능선에 올라서고 왼쪽 길을 따른다.

 

 매화꽃이 활짝 피어있고 참꽃도 피어있다. 생강나무 꽃도 피어있다. 꽃향기가 봄바람에 실려오니

연방 코 평수가 넓어진다. 심호흡도 해본다. 청명한 날씨에다 화사한 봄꽃들을 대하니 기분이 좋다.

마울님이랑 몇 분이 카메라에 봄을 담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은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로 하산하는 코스이므로 평사리 최참판댁 답사 차 오신 분들이

있는 듯하다. 많은 인원이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인지 후미 팀의 걸음이 자꾸 느려지는 것 같다.

천천히 걷는 팀을 앞서 나간다. 칠성봉까지 갔다가 동점재까지 되돌아 내려와 하산하더라도 6시간은

걸어야 하는 길인데 부지런히 걸어야 할 것이다.

 

 12.30분 패러그라이더 활공장에 도착한다. 평사리와 섬진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악회의 찍사인

리비님이 놓치면 안 되는 경관이라며 카메라를 꺼낸다. 섬진강 건너편엔 백운산과 억불봉이

우뚝하고, 평사리 들녘 넘어 북쪽에는 형제봉이 지척이다. 동쪽으로는 구재봉도 모습을 들어낸다.

 

 13.00분 구재봉(鳩在峰) 앞 바위지대에 도착한다. 선두로 올라온 산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주말엔 대간과 정맥 종주를 하면서 주중에 늘 산행에 참석하시는 손사장님도 보인다. 바위 옆으로

돌아가니 구재봉 정상석이 보이고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신사장님이 수첩에 메모를 하고 있다.

구재봉 앞쪽 전망대바위에 올라가 본다. 남쪽으로 일망무제이다.

 

 되돌아 나와서 회원 몇 분이 식사중인 널따란 바위 위에서 도시락을 편다. gds님은 등산화를

벗어놓고 바위절벽에 뿌리박은 소나무를 바라보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듯 가부좌하고 있다.

오늘의 목표인 칠성봉이 저만치에서 모습이 들어난다. 두 시간은 족히 가야 할 거리인 듯하다.

 

 13.40분, 정상주 한잔하고 출발한다. 후미 박대장이 보인다. 내려오는 길목에 군데군데에 회원들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중이다. 15분 만에 삼화실재에 도착하고 박대장은 회원들을 기다린다면서 배낭을

벗는다. 직진한다. 무명봉 한 봉우리를 넘어 30여분 후에 임도를 만난다.

 

 오르막길이다. 이마에 땀이 흐른다. 주변엔 온통 소나무 숲이다. 멋지게 가지를 뻗은 소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잠시 쉬면서 사탕 몇 개를 입안에 넣고 물 한 모금 마시고 일어선다. 잠시 후

칠성봉이 바라다 보이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고 등산로는 90도 각도로 왼쪽으로 꺽여 나간다.

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지고 내리막길이 끝날 즈음 왼쪽으로 하산 갈림길이 하나 보이고

헬리포트를 지난다. 곧 동점재인 듯한 사거리에서 오르막길을 따른다.

 

 날씨 탓인가? 나이 탓인가? 힘들다. 이마에 땀이 흐른다. 머리띠를 벗어 땀을 짜내고 다시 쓴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힘을 모아 오른다. 앞서 가든 산님 한 분도 자주 쉬면서 오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르다보니 정상 직전 삼거리이고, 오른 쪽으로 조금 나가니 별자리님과 강정님이 내려오고 있다.

곧 칠성봉 정상(900m)이다. 정상 표지석은 없고 산불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철탑이 세워져있다.

철탑 옆에서는 동쪽으로 하동호가 발아래이고 북쪽으로는 천왕봉이 웅자를 들어낸다.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동점재로 가지 않고, 능선 길을 가면 곧 하산로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며

능선을 따른다. 그러나 옛 성터인 듯한 곳을 지나고 서북쪽으로 난 능선길을 따라 무명봉 몇 개를

오르내리도록 왼쪽으로 하산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형상 분명히 산길이 있을만한 곳인데 없다.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상태이다. 계속 직진이다. 능선이라 바람이 솔솔 부니 땀이 나지

않는다. 소나무 숲길이라 솔 향이 가득하고 솔 갈비가 떨어져 길이 푹신푹신하니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쾌적한 오솔길 등산로이다. 오르막을 땀 흘리며 힘들게 오를 때의 생각은 이미 다

잊어버렸다. 몇 개의 낮은 봉우리를 넘어 16.45분 임도에도착한다. (회남재인 듯함)

 

 임도를 따라 300m쯤 걷다가 희미한 묵은 길을 따라 급경사 내리막길을 따른다. 계곡을 만나고 물이

하도 맑아 한 모금 마시고 땀을 씻는다. 17.15분 두 계곡이 만나는 합수 지점에 도착할 무렵 건너편

계곡 옆길을 따라 대장이 내려가고 있다.

 

 내려오는 길가에는 진달래도 있고 개나리도 있고 매화도 있다. 잘 생긴 소나무 몇 그루가 운치를 더해

주는 시골길이다. 밭에는 파란 보리들이 정겨운 풍경을 연출한다. 개울에서 다시 세수를 하고 조금 쉬고

있는데 앞서 내려갔을 별자리님과 강정님 또 몇 분이 내려오고 있다. 아마 임도 따라 둘러서 내려온

모양이다. 오늘은 '방향표시판'이 놓여 있지 않아 마지막 하산 지점에서 헷갈린 듯하다.

(하산 후에 알아보니 실수로 표시판을 차안에 두고 내려---, 집행부의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듯.)

 

 포장도로를 약 50여분 걸어 18.20분 악양면사무소에 도착한다. 산행시간 약 7시간쯤 걸린 셈이다.

먼저 내려온 분들과 함께, 술 맛 좋다는 악양 막걸리 한 잔하고 차에 오른다. 버스는 18.45분 출발한다.

                                                                                                            2005.04.05 유 산

'지난 산행 흔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산  (0) 2008.04.10
선운산 도솔암 마애불  (0) 2008.04.04
여수 영취산  (0) 2007.09.28
지리산 만복대  (0) 2007.09.28
쫓비산  (0) 2007.09.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