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봉, 구리봉

 

       08.00분, 몇 좌석이 빈 채로 버스는 출발한다. “예약한 몇 명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사정이 있다면 미리 취소하여, 산에 가고 싶은 다른 분들이 산행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자신이 못 가는 것은 고사하고 남도 못 가게 막는 꼴이다.

 

      요즈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안내등산이라는 이름으로 장사에 더 열심인 산악회도 더러  

     있다는데, 모처럼 좋은 취지로 실비로 운영되는 산악회에 먹칠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주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예약할 때 미리 입금하도록 하든가, 펑크 내는 경우를 감안해서 회비를 

     올리든가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버스는 11시경 포항과 청송을 잇는 통법령 고개에 닿고, 오른쪽 능선 길을 따라 산행 시작이다.

    15분쯤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올라섰다 조금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소나무 숲이다. 다시 오르막은 낙엽

    수북한 길이다. 요즈음은 연중 산행에서 가장 볼거리가 없을 때이다. 단풍은 이미 지고, 눈꽃은 눈이

    내려야 볼 수 있으니 약간은 지루함을 느낀다. 

 

      누가 말했든가?

     초겨울 산행은 사람으로 치면 나신을 보는 것과 같다고. 그렇다. 산의 골격이 그대로 들어난다.

     잎 떨어진 나무 사이로 멀리 가까이 산들이 보이지만 이름은 모르겠고 묵묵히 걷는다.

 

      12시 45분. 벌초가 안 된 커다란 무덤 한 기 옆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한다. 이웃을 잘 만나야

     된다고 하든가? 같이 앉은 산우들 모두 맛있는 반찬을 푸짐하게 내 놓는다. 과히 산중 진수성찬이다.

     오늘은 좀 느긋하게 움직인다. 점심시간 35분 걸린다.

 

      짐을 챙기고 일어선다. 새 신발이 발에 맞지 않아 천천히 걷고 있다는 팀이 있어 앞서 나간다.

     선두 그룹은 얼마나 앞서 가는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동대산~ 바대산 능선이

     펼쳐지고 정면으로는 팔각산 여덟 봉이 들어난다. 왼쪽은 얼음골과 인공폭포가 있다는 가천골,

     그 너머 주왕산이고,

 

      13시 40분 도착한 해월봉에는 표지목이 세워져 있다. 별다른 조망은 나오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20여분 후 구리봉에 도착한다. 역시 표지목이 있고 조망은 별로이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조금 내려오니 갈림길이다. 앞서 가는 몇 명이 왼쪽 큰길로 가고 있다.

 

      희미한 직진 길이 옥계 쪽으로 가는 길인 듯하여 지도를 꺼내 보았으나 등고선이 희미해서 잘 알

     수가 없다. 대장에게 전화를 해도 통화가 안 된다. 왼쪽 길로 내려가든 산우들이 되돌아 올라온다.

     잠시 후에 대장이 도착하고, 산행을 더 하려면 직진 길로 가야 한다면서 방향표시판을 놓는다.

 

      작은 봉우리 한 곳을 넘어 능선 길을 따른다. 그런데 순간 털석 주저앉는다. 짐승을 잡으려고

     설치해둔 올가미에 두 발이 걸린 것이다. 총무가 거들어 줘서 철사 줄에서 발을 빼내니 줄을 묶었든

     나무 가지가 철사 줄만 달랑 달고 바로 선다.

 

       마지막 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낙엽에 묻혀 길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급경사라 조심조심 내려선다.

     도로개설로 인한 절개지를 만나고 오른 쪽 사면을 내려서니 큰길에 산악회 방향표시판이 놓여 있다.

     계곡 옆길을 따라 내려온다.

 

      말 그대로 옥구슬 같은 맑은 계곡이다.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가득차는 계곡이지만 요즈음은

     다니는 이 없다.  저만치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산악회 버스가 보이고 조금 더 내려와서 산행을

     마친다. 17.45분이다.

 

                                                                                                       2004.12.14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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