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취산. 진달래는 아직 필 생각도 안하고

 

 영취산은 비슬산, 천주산, 화왕산 등과 함께 진달래 명산으로 전국적으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주변

환경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영취산을 찾는 이유는 진달래만은 한번 쯤 볼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오늘도 버스는 08.00 정각 만차로 출발한다.

 

11.30분 차에서 내리면서 보니 바로 눈앞의 K공장 굴뚝에서 하얀 연기를 인정사정없이 내뿜고 있다.

마치 연기제조공장 같다. 바로 산길로 접어든다. 몇 기의 묘를 지나 또 다른 묘 터 주위에 둘러서서

인사한다. 3주 만에 나오신 신사장님의 제안에 따라 힘차게 박수를 치고 산행 시작이다.

 

길 없는 길이다. 20여분을 가시덩굴과 마른 억새풀잎을 헤치고 나오니 450봉이 저만치 보이고

오른쪽에는 공장시설물들이 즐비하다. 무명봉의 오른쪽 하단부를 가로 질러 나가서 작은 저수지 둑을

따라 걷는다. 잠시 후 시멘트 포장 임도를 만나고 5분 후 정상 1.8k라고 쓰여진 등산로 표지판 앞이다.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지금까지 약 30여분은 준비운동 한 셈이고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진달래 이외 다른 키 큰 나무가 없어 가야할 길이 훤히 들어난다. 선두는 벌써 거의 능선에 올라서고

있다. 길가의 진달래는 아직 필 생각을 안 하고 꽃망울을 꼭꼭 숨기고 있다. 다만 척후병을 내보내어

탐색전을 펼치는 듯 나무 한 그루에 진달래꽃이 반쯤 피어있다. 증거물(?)로 카메라에 담는다.

 

 12.35분, 450봉에 도착한다. 앞쪽 아래에 H자가 선명한 헬리포트가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잘 정비된 헬리포트를 지나자 작은 암봉이고 철계단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정상 조금 아래에 닿을 때쯤이다. 총무님과 김사장님이 되돌아 와서 오늘 처음 산행에 참가하여

힘들게 걷는 두 분의 배낭을 받아서 메고 간다. 산행 초보에 대한 배려인 듯하다.

 

 12.55분, 해발 510m인 오늘의 최고봉이다. 원래 진례산(進禮山)이라 불렀다고 하며 예전에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오른 쪽 아래로 보이는 여천산업단지는 등산할 때 즐기는 풍광은 아닌 듯하다.

 

 서둘러 내려간다. 급경사 내리막이다. 봉우재에서 올라오는 산우들에게 더러 길을 양보하기도 하면서

천천히 걷는다. 왼쪽으로는 큰 바위들이 보인다. 도솔암 갈림길을 지나 길게 설치된 나무계단을 만난다.

철길 침목으로 만든 나무계단은 계단높이가 너무 낮아 내려가기에 불편하다. 오르기에는 편한지 되돌아

몇 걸음 올라가 보지만 역시 적정한 높이는 아닌 듯하다.

 

 13.10분 봉우재에 닿고 오른쪽으로 흥국사로 내려가는 길이 열린다. 직진한다. 이곳이 최대의

진달래 군락지인데 꽃이 없어 나무만 보면서 걷는다.

시루봉이란 나무 팻말이 서있는 405봉에 도착하여(13.30분) 뒤돌아보니 지나온 450봉과 정상, 또 도솔암이 보인다.

아래 헬기장에서 먼저 온 회원들이 식사중이라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마친다.(13.55분)

 

 묵은 헬기장을 한 군데를 지나고 등산로를 벗어나 왼쪽으로 몇 발자국 옮기니 남쪽으로 시야가 터진다.

곧 등산로로 복귀한다. 등산로 남쪽 사면에 보이는 돌탑 10여기를 지나니 영취산(436m)이다.

5분쯤 후에 갈림길을 만난다. ‘호랑산 75분, 흥국사 45분, 정상 50분’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곳이다.

후미 대장이 B팀을 모집하고 있다. 오늘 처음 산행에 나선 두 분을 포함하여 희망자 전원 5명이 당첨

되었다. 14.20분, 하산 시작이다.

 

 지금부터는 여유가 더 있다. 호랑산을 돌아오려면, 같은 속력이라면 한 시간 반 정도의 차이가 나고,

A팀은 빨리 걷고 B팀은 천천히 걷는다고 가정하더라도 1시간, B팀은 흥국사 절 구경을 하고 온다고

하더라도 30여분 정도의 차이가 날 듯하다. 아무리 천천히 걸으려 해도 내리막이라 발만 들었다 놓으면

몸은 내려가진다. 50분 정도 걸려서 흥국사 뒤 개울에 닿고 땀을 씻고 내려온다.

 

 개울가엔 매화 한 그루가 꽃을 활짝 피워 매화의 품위를 한껏 자랑하는 듯하다.

절을 한 바퀴 돌아보고 천천히 걸어 무지게 다리에 도착한 시간은 16.00분이다. 버스는 그 옆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다. 오늘의 최고 선두는 이미 내려왔다고 한다. A팀의 하산을 기다리며 하산주 한잔하는

사이에 호랑산으로 갔든 A팀이 내려오고 버스는 17.15분 쯤 출발한다.

                                                                                          2005.03.29 유 산

 

*영취산(靈鷲山) 흥국사(興國寺)는 고려 명종 25년(1195년)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사적기에 "국가의 부흥과 백성의 안위를 기원하기 위하여 경관 좋은 이곳에 가람을 창건했다.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하고 나라가 흥하면 이 절이 흥할 것이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고 한다.

임란 때는 의승수군(義僧水軍) 700명이 조직 운영되었다고 한다.

 

 대웅전은 보물 396호이고, 법당 안에 있는 후불탱화는 보물578호로 지정 되어있으며

일주문 앞에 있는 보물 563호인 무지게 다리는 1639년에 놓였다고 하는데 근래 홍수로 다시 손보면서

자연스러운 곡선이 많이 훼손되었으며 현존하는 무지게 다리 중 가장 큰 다리라고 함.

 

 

 

 

 

 

 

 

 

 

 

 

 

 

 

 

 

 

  

 

흥국사 무지개다리(홍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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