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琵瑟山 1,083). 산이름 좋고 참꽃 좋고.

 

 비슬산 이름은 정상부근의 바위들이 비파(琵)나 거문고(瑟)을 타는 신선의 모습이라는 데서 유래한다고

하기도 하고, 원래 우리말 닭 벼슬처럼 생겨서 벼슬산→비슬산인데 한자로 표기하다보니 그리 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부르기 좋고 듣기 좋은 이름이다.

 

 비슬산은 진달래 명산으로 소문난 산인데 오늘은 개척산행 코스로 비슬산에 오른다.

이번 주부터는 기존 총무 대신에 산행에 참석한 회원 중에서 한 분이 산행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실비로 운영되는 산악회이므로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있어야 할듯하다.

일종의 자원봉사제도 일 것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리디님이 중책을 맡게 된다.

 

 출발 후 두 시간 쯤 지나 현풍면 부리 도로변 산행 들머리에 하차한다.(10.05분) 구마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굴다리 앞이다. 통행차량이 많아 꽤 시끄럽다. 덜 시끄러운 곳으로 자리를 옮기려다 소나무

몇 그루가 서있는 산자락으로 접어든다. 달리는 차량의 소음이 심해 입산식 없이 산행시작이다.

 

 20여분 후에 임도를 만나고 왼쪽으로 꺽어 나가다 곧 오른 쪽으로 능선으로 올라붙는다.

등산로라고 할 수 없는 묵은 길이다. 사실 길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길을 만들면서 가고 있다.

선두가 치고 나갔는데도 진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잡목이 팔다리를 붙잡고 배낭을 끌어당기기도 한다.

모자를 낚아채기도 하고 가시덤불이 얼굴을 할퀴기도 한다.

 

 쓰러진 나무를 피해서 돌고 넘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서로 엉켜있는 나뭇가지 밑을 장애물 경주하듯

빠져나가기도 한다. '가경'만이 갈 수 있는 산길이다. 길 주변에는 피어있는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자꾸 눈길을 끈다. 사진 찍는 연습이라도 하고 싶지만 바쁘기도 하고 역부족이라 그냥 구경만 하고 간다.

(그래도 산행 중에 짬을 내어 몇 장 찍었다. 물론 꽃 이름은 모르지만)

 

 40여분 만에 첫 봉우리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입산식을 하느니 마느니 하다가 생략한다. 뒤돌아보니

현풍면 소재지가 보이고 그 너머 낙동강이 펼쳐지고 있다. 위쪽으로 눈을 돌리니 고령교와 88낙동교가

걸려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이 산나물 채취하는 모습이 보인다. 고사리와 취나물을 뜯는다고 한다.

 

 등산로 우측으로는 경지정리가 잘된 시골풍경이 아늑하게 펼쳐지고 있고 좌측으로는 논공공단의

공장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구마고속도로엔 차들이 줄을 이어 달리고 있다.

작은 오르내림이 있지만 크게 보아 오르막이다. 땀이 흐른다. 잠시 쉬면서 물 한 모금 마신다.

 

 오늘 이곳 최고기온 26도라는 예보가 있었고 산행시간은 7시간으로 예정되므로 물 한 병 더 준비해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 한 모금 더 마시고 사탕 한 알 입안에 넣고 일어선다.

12.10분경 대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서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시야에서 공장건물들이

사라지고 소음도 줄어든다. 비로소 산 속에 들어온 듯 안온한 느낌이 든다.

 

 산딸기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곳을 지나기도 하고 낙엽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네 발로 기어 오르듯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성말댕이 능선이 갈라지는 지점이다.

선두팀이 식사중이다. 급히 도시락을 꺼내어 20여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다.(12.55분)

 

 능선의 우측 사면 길을 따르다가 임도를 만나 임도를 건너 소나무 숲 속으로 난 길로 들어간다.

조금 후 갈림길을 만나고 좌측 오름 길을 따른다.(14.15분)

작은 고개에 내려서서 갈림길 중 왼쪽 비탈길로 15분쯤 가서 능선에 오르고

다시 오른쪽으로 꺽어 15분만에 용연사에서 오는 길과 만난다.

 

 오른쪽 정상으로 가는 쪽으로 '방향표시판'이 놓여있고 가경님과 김사장님이 쉬고 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쉰다. 대구에서 온 산님들이 방향표시판을 보고 '가경천지'이름 좋다고

한마디씩하고 지나간다.

 

 정상 직전에 진달래가 활짝 피어있다. 비슬산 정상은 해발 1,083m 인데 비슬산 참꽃을 보러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평일인데도 말이다. 진달래 명산임을 실감하게 한다.

15.00분 드디어 정상이다. 산행 시작한지 거의 4시간 50분 만에 정상에 올랐으니 중산리에서 지리산

천왕봉 오르는 시간보다 더 걸린 셈이다.

 

 오늘 A코스는 정상~대견사지~유가사, B코스는 정상~수성골~유가사인데 나는 홀로 병풍듬 길로

내려갈 생각이므로 시간이 좀 남을 듯하다.

대견사지 쪽 진달래 군락지에는 꽃이 활짝 피어 온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정상부근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산상화원을 즐기다가 gds님을 만난다.

 

 역시 병풍듬 길로 내려갈 생각이라고 한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쉰다. 위로는 행글라이드가 날고 있다.

싱글벙글님이 보인다. 발목부상으로 몇 개월 쉬다가 오랜만에 산행에 참여하였지만 이 힘들고 먼 길을

탈 없이 걸었으니 평소 산에 대한 내공이 많이 쌓여진 결과인 모양이다. 한우산님 등 여러 회원님들의

보인다. 먼 길에 지친 듯 모두들 병풍듬 길로 하산하려고 한다. 잠시 합류할 분이 있는지 찾아본다.

 

 15.30분 하산 시작이다. 밧줄을 잡고 내리기도 하고 바위를 타고 돌면서 협곡을 빠져 나온다. 30여분

만에 바위 틈새로 흐르는 계곡을 만나 물을 마시고 물병을 가득 채운다. 조금 내려와서 도성암으로 가는

도로를 만나고 또 너덜에 만들어진 돌탑군을 지난다.

 

 수도암 앞에서 활짝 핀 홍도를 디카에 담고 개울에서 땀을 씻는다. 유가사를 둘러보고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7.00분이니 7시간 산행한 셈이다. A팀의 후미를 기다리면서 주문한 막걸 리가 나오기

전에 강송님의 7년산 두견주를 한 잔씩 나눈다. 술맛이 일품이다.

두견화 실컷 보고 두견주 마시니 안성맞춤이지 싶다.

 

 대견사지를 둘러오는 A팀의 후미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주차장의 그 많든 버스는 이미 다 떠났고

우리가 타고 온 버스 한 대만 달랑 남아 있다가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18.40분이다. 입산한지 무려 8시간 반이 지나고---.

                                                                                       2005.04.26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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