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감암산~부암산, 일품 산행로

 

 버스는 산청군 차황면 법평리로 넘어가는 고개 마루에 세운다. 도로변에는 황매화가 활짝 피어 있다.

황매산 가는 길목이라 황매화를 심었을까? 간단한 입산식- 구구~팔팔(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을

외치고 도로를 가로질러 산으로 오른다.

 

 벌써 동작 빠르고 눈썰미 있는 분들은 산나물을 뜯고 있다. 산나물=약초이니 산행하면서 약초를 뜯는

것은 건강을 두 배로 증진시킬 수 있을 듯하다. 산행 잘하고 또 보약을 챙기는 셈이니 일거양득 아닌가?

고사리는 이미 너무 자랐고 취나물 비비추 다래순이 적당한 채취시기라고 한다.

가경회원 중에는 약초전문가도 있으니 나물산행도 한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소나무 숲 속 철쭉이 간간히 피어있는 산길을 따라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거의 한 시간을

걸은 후 바위 전망대에 도착한다. 산불 감시초소가 세워져 있다. 아마 국사봉인 듯하다.

동쪽으로는 영화주제공원 뒤쪽 황매산 주능선의 산등성이를 철쭉이 붉게 물들이고 있다.

오늘 가야할 감암산~부암산 능선이 황매산 남쪽으로 멀리 이어진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서고 (오른 쪽에 우회길이 있었지만), 작은 봉우리 한 개를 넘어가니 임도가

나타난다. 승용차가 지나간다. 이럴 때 힘이 좀 빠진다. 맑은 공기가 오염될까봐 걱정되기 때문일까??

임도를 건너 오래된 묘 몇 기를 지나고 곧 샘터이자 쉼터에 도착한다. 간이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물 한 병 가득 채운다. 오늘도 선두가 더러 쉬면서 시간을 조절하고 있는 듯하다. 13.00분이다.

 

 10여분 올라 장박리에서 올라오는 능선길과 만나고 황매봉 1.3k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으로는 합천호의 파란 물이 굽이굽이 펼쳐지고 있다. 곧 그늘에서 식사중인 선두팀을 만나고 식사를

마친다.(13.35분) 조망이 별로 되지 않는 곳이고 장소가 조금 비좁다.

선입선출이다. 먼저 식사를 마치면 먼저 일어서야 한다.

 

 잘 생긴 바위를 지나고 정상아래 헬기장을 닿는다. 정면으로는 정상과 중봉 하봉이 병풍처럼 앞을

가로막는다. 오르막이다. 20여분 올라가니 정상 직전 봉우리이다.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고 가야산도

어림된다. 곧 정상에 닿고(14.05분) 정상 바위 아래에서 황매평전을 내려다본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장소라고 하는 곳이다. 온통 철쭉으로 붉게 타오르는 듯하다.

 

 평원으로 내려가는 길은 많은 산꾼들로 붐빈다. 길이 비좁다. 천천히 내려간다. 능선의 서쪽엔 황매산

영화주제공원이 내려다보이고 그 옆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하다. 또 동쪽의 목장 축사 주변 빈터에도

많은 차들이 올라와 있다. 소문난 철쭉명산답게 많은 이들이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배틀봉 아래 철쭉군락지 군데군데 탐방객들이 앉아 쉬고 있다. 등산하는 이들은 늘 바쁘게 움직이므로

차분히 감상할 시간이 없다. 철쭉나무 아래에 앉거나 누워서 하늘을 배경으로 화려한 꽃을 쳐다보는

잠시의 여유만이라도 가진다면 또 다른 꽃의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불감시초소 부근에서 후미팀을 기다린다. 오산님이 산행지도를 펼쳐보고 있다. 철쭉재단 너머

모산재가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누룩덤과 칠성바위가 저만치 보인다. 그 옆으로 감암산이, 남쪽으로

부암산이 모습을 들어낸다. 잠시 막간을 이용하여 gds님의 매실주를 한 잔 하는 여유도 있다.

 

 15.25분, 감암산 쪽으로 내려간다. 뒤돌아보니 황매산이 잘 가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지금부터 오늘 산행의 핵심구간이다. 철쭉밭을 내려서자 곧 작은 암릉을 만나고 이후 전망대가 곳곳에

나타나는 기분 좋은 산길이 이어진다. 소나무와 철쭉이 어울려 피어 한결 운치를 더해준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줄지어 서있기도 하고, 가파른 낭떠러지를 타고 가기도 한다. 밧줄도 쇠줄도 있고

철계단도 있다. 아기자기한 등산길이다. 황매산 공룡길이라 이름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간간히 나타나는 암봉으로 지루하지 않다. 힘들면 전망바위에 올라 조망을 즐기면 된다.

 

 바위 틈새에 피어있는 철쭉이 소중해 보인다. 꽃이 많으면 많은 대로 좋고 적으면 적은 대로 좋다.

절벽에 가부좌 틀고 앉은 소나무도 볼품 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벽한 등산로이다.

너무나 깔끔한 등산로이다. 아마도 근교산 최고의 등산로 중의 하나이지 싶다.

[다만 오늘 산행 초반에 준비운동을 너무 많이(정상까지 약 3시간 정도) 하여 피로가 조금 쌓여

알뜰살뜰히 살펴보기엔 시간이 쬐끔 모자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5.50분 천왕재, 16.05분 누룩덤 갈림길(감암산 828m)을 지나고, 16.50분 새터마을 갈림길(707m)를

지난다. 이곳엔 부암산 1.5km라는 이정표가 있는 곳이다. 30여분 걸어 부암산 0.3km, 황매산 7km 라는

이정표가 있는 동곡마을 갈림길에 닿는다. 여기서 15분 걸려서 부암산 정상에 올라선다.

 

 그러니까 300m 걷는데 15분이 걸린 셈이다. 물론 사진 찍는 시간까지 포함된 것이지만 오르고 내리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이 험하고 먼 길인 감암~부암 능선길을 신나게 달린 가경산님들은 정말 산사람인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감암산~부암산 산행 중 자주자주 뒤돌아본다. 황매산 정상쪽으로 보는 경치가 멋지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황매산이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다. 저 멀리 정상에서 예까지 걸어온 자신이 대단하기도 하고

내 발이 고맙기도 하다. 마음대로 산에 다닐 수 있는 것 이것만으로도 복 받는 일인지도 모른다.

 

 부암산(695m) 정상에는 1998년 창립된 이름없는 산악회가 세운 정상석이 보인다. 무슨 깊은 뜻이

있는지 몰라도 산악회의 이름이 '이름없는' 인지? 산악회가 이름이 없다는 뜻인지? 조금 헷갈린다.

잠시 쉬었다가 내려선다.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18.00분 절터 옆 바위굴에서 나오는 석간수를 한 병 가득히 채우고 한 모금 마신다. 물맛이 꿀맛이다.

새보리님도 수통에 물을 담는다. 맑은 공기 마시고 때로는 맑은 물을 듬뿍 마실 수 있는 것,

이것은 산 꾼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 싶다. 오산님 일행이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이교마을의 한 농가에 들어가서 맘씨 좋은 주인댁의 배려로 땀을 씻고 나와 18.30분 마을회관 앞

주차장에 도착한다. 선두팀은 한 시간 전에 내려왔다고 한다.

오산님이 준비한 복분자술이 오늘의 히트작품이다.

버스는 18.45분 출발한다.

                                                                             2005.05.10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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