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1,560m), 원시림 숲 속을 걷다.

 

오늘은 멀리 강원도에 있는 가리왕산에 가므로 다른 때 보다 한 시간 빠른 07.00분이 출발시간이다.

예약한 한 분이 늦어 조금 기다리다 버스는 출발한다. 그 분은 차가 진행하는 길목으로 택시를 타고

와서 합류한다. 갈 길이 멀어 어정거리며 갈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버스가 남해~구마~중앙~영동고속도로를 갈아타고 진부 나들목을 나와서 장구목이골 입구 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은 13.15분이다. 무려 6시간을 넘게 온 셈이다. 입구에는 커다란 장승이 세워져있고

물레방아가 하는 일 없이 한가롭게 돌고 있다. 정상 4.2k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장소가 비좁다.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산행 시작한다.

 

 등산로는 계곡 오른쪽으로 나있다. 계곡에는 작은 폭포들이 걸려있고 계류 주변 바위들은 파란 이끼로

덮여있다.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계곡인 듯하다. 물소리가 시원스레 들린다. 20여분 올라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고 곧 통나무를 엮어 만든 다리를 건넌다.

 

 길은 계곡의 왼쪽으로 이어진다. 숲 그늘이 짙다. 산림청에서 만든 보호수목 표찰이 달린 나무들이

보인다. 40여분쯤 오르니 계곡 상류부이다. 물소리가 끝나고 마지막 물줄기가 보인다. 14.05분, 물 한

모금 마시고 조금 쉬면서 식사를 할까 말까 망설인다. 산도님이 임도까지 바로 올라가자고 한다.

 

 너덜 길을 조금 오르니 제법 평평한 곳에서 먼저 오신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적당한 장소을 찾아

오랜만에 산행에 참여한 신호등님 일행과 산을 졸업한(?) 줄 생각했든 들꽃님과 같이 도시락을 편다.

식사를 마치고 땀이 식으니 한기를 느낀다. 배낭을 맨다. 14.40분이다.

 

 곧 장구목 임도에 도착한다. 이정표엔 '상봉 1.2k, 마항치 사거리 10.0k'라는 이정표가 세워진 곳이다.

임도는 산허리를 가로질러 상봉 중봉 하봉을 빙 둘러 이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정상까지 오른 후 하산

하려면 임도를 오를 때 한번 내릴 때 한번 두 번은 만나게 된다.

 

 이 가리왕산 임도는 여러 가닥으로 나있어 산악자전거(MTB) 코스로 많이 이용되기도 하고

산악마라톤이 개최되기도 하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마항치 사거리 10.0k'

라는 표시는 등산객들과는 관계없는 그들의 이정표인 것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된다. 흡사 원시림 밀림지대인 듯 우거진 숲이다. 제 풀에

쓰러져 있는 나무가 길을 막기도 한다. 속살을 파먹고 살았는지 껍질만 남아 자라는 주목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나무 둥치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한다. 주목의 기를 받으면 천년을 살려나??

산 나무 가운을 입으니 재미는 있다. 크고 오래된 나무는 번호 표찰만 달게 아니라 수령을 함께 써

놓아도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15.55분, 능선 삼거리에 닿고, 왼쪽은 중봉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길을 따른다. 10분 후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석에 '야사-野史에 갈왕이 피난 와서 살았으므로 갈왕산→가리왕산으로 바뀌었다"고

새겨져 있다.

 

 동해바다도 보인다는데 날씨가 흐려 조망이 좋지 않다. "나물은 많은데 시간은 없다."며 아쉬워하는

산님들이 보인다. 돌탑 사진 한 장 찍고 내려선다. 헬기장으로 내려서는 길 주변의 고사목과

잘 생긴 주목이 자꾸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15분쯤 내려오니 어은골 임도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꺽는다. 오른 쪽은 마항치 사거리 가는 길이다.

마항치는 옛날에 산삼봉표가 세워져 있었다는 곳이다. 또 15분쯤 내려오니 몇 분이 내려가고 있다.

급경사 내리막이고 울창한 수림 속이다.

 

 자연미 가득한 길이다. 전혀 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산길 그대로 이다. 길바닥의 돌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 밟는 위치에 따라 덜커덩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럴 때 잘못하면 넘어져 발목을 삐기도 한다.

조심하며 걷는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깊은 산중임을 온 몸으로 느낀다.

 

 어은골 임도에 닿기 전, 천천히 하산하고 있는 서울 팀을 만난다. 그들은 11시경에 장구목 입구에서

출발했는데 부상자가 있어서 산행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곧 임도 개설로 인한 절개지에 닿고

가경팀이 내려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임도로 내려서니 '관망대. 대피소' 가건물이 보인다. (16.58분)

 

 17.45분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선다. 오늘은 자연휴양림의 휴일이므로 조용하다. 다리를 건너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내려온다.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흘러 내려가고 있다.

 잠시 이백의 '산중문답'이 생각난다. [28자이므로 외우고 있는 산님이 많을 듯하다.]

 

問余何意棲碧山 (문여하의서벽산)        *의(意) 대신 사(事)자로 쓰여진 데도 있음)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번역1]                                                   [번역2]

왜 청산에 사는냐고요?                              왜 산에 사느냐고 묻길래

말없이 웃어도 마음은 편하오                     웃기만 하고 아무 대답 안 했지

복사꽃잎 물에 떠서 아득히 흘러가네요        복사꽃잎 아득히 물에 떠가는 곳

여기가 바로 꿈결 같은 세상이지요.             여기는 별천지라 인간세상 아니라네.

[워낙 유명한 시(詩)인지라 여러 가지 번역이 있으며, 이백의 자는 이태백, 당나라 시인임.]

 

가리왕산이 '좋더냐'고 물으면 웃기만 하고 아무 대답 안 해도 되지 싶다.

20여분 걸어 내려오다 얼음동굴에 들어가 본다. 그 곳에 설치되어 있는 온도계의 눈금은 영상 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곧 매표소에 닿고, 차는 그 앞 다리 위에 세워져 있다. 개울로 내려가 땀을 씻는다.

 

 먼저 내려 온 산객들이 모여서 하산주를 하고 있다. 선두 일부는 중봉을 거쳐 왔다고 한다.

다리 난간에서 김치라면과 하산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하산주 사신 리디님 오산님 감사합니다. 차는 19.03분 출발하고, 잠을 청한다.

 

                                                                                      2005. 06. 07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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