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백운산(882m), 동강과 어우러져

 

 버스는 제천 나들목을 빠져나와 38번 국도를 따르다가 영월군 신동읍에서 좌회전, 구러기재를 넘어

동강 점재다리 앞에 세운다.(12.45분) 강 저쪽엔 백운산이 우뚝하다. 백운산은 전국에 50여개라는데

그 중 최고 높이는 함양 백운산(1.279m), 설경이 좋기로는 광양 백운산(1.218m)이라고 한다. 백운산은

기장 철마에도 있고 밀양과 울산에도 있다. 흰 백(白) 구름 운(雲)이니 흰 뭉게구름이 연상되고---.

 

 다리를 건너 강변 갈림길에서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출발한다. 5분쯤 시멘트 포장길을 따르니

정상 2.0k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왼쪽으로는 강변 자갈밭 너머 파란 강물이 흘러가고 오른 쪽은 밭인

한적한 시골이다. 잠시 후 정상 1.9k라는 이정표가 나타나고 곧 잡목 숲 속 산길로 접어든다.

 

 강 따라 비스듬히 가다가 이내 굵고 긴 밧줄이 메어져 있는 된비알을 만난다. 땀이 비 오듯 흐른다.

한 손으로 옆의 밧줄을 잡고 오르니 한결 수월하고 팔운동도 되는 셈이니 좋다. 곧 능선에 닿고

오른 쪽으로 간다. 뒤돌아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동강이 언뜻언뜻 보인다.

 

 능선의 오른쪽은 낭떠러지이고, 바위 오름 길에 밧줄이 메어져 있는 가파른 길이다. 전망이 조금

트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산님들의 디카가 조준되고, 예쁜 야생화가 발견되면 영락없이 셔트가 작동한다.

등산로 주변에는 기이한 모습을 한 나무 가지들이 자꾸 눈길을 붙잡기도 한다.

 

 14.03분, 정상 0.5k 지점을 통과하고 30분 후에 백운산 정상에 도착한다. 흰 구름은 없고 허름한 돌탑

한 기와 작은 표지석 하나 서있다. 날씨가 조금 흐리기도 하고, 강이 산자락을 너무 많이 파고들었기

때문에 동강 조망도 시원치 않다.

 

 정상을 벗어난 한쪽에서 식사중인 산님들이 보인다. 장소가 비좁아 몇 걸음 더 가서 좁은 공터에서

때 늦은 점심상을 차린다. 이렇게 점심시간이 늦어도 배고픈 줄 모르고 올라온 것은 11시경

싱글벙글님이 고향 원주에 다녀오는 길에 사 오신 '신림찐빵' 때문이다.

 

 사실 장거리 산행일 경우에는 산행 시작하기 30여분 전 간식이 필요하고,

 점심은 한 시간쯤 걸은 후에 하는 것이 좋은데 오늘은 따끈따끈한 찐빵이 히트상품이었다. (싱글벙글님 고맙습니다.)

 

 이제 하산 길만 남았으므로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15.00분이다. 적우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다보니

정체 구간이다. 급경사 내리막길에 설치된 밧줄을 잡고 씨름하는 산님들 때문이다.

수원에서 또 산본에서 온 산악회원들이 뒤섞여 있다.

 

 밧줄을 잡고 내린 후 '멀리 부산까지 가야 된다'고 양해를 구하고 앞질러 간다. 작은 봉우리 여섯 개를

넘어야 하는데 뒤 따라 가려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다. 등산로 주변엔 크고 잘 생긴 홍송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예전엔 이 홍송으로 뗏목을 만들어 동강에 띄워서 한양으로 운반하였다고 한다.

 

 왼쪽으로는 천 길 낭떠러지이다. 간간히 동강의 모습이 들어난다.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리기도 하지만

발아래 파란 물을 내려다보는 재미도 있다. 동강은 백운산 산자락을 어루만지며 떠나기 싫은 듯 자꾸만

구비 돌고 있는 듯하다. 영월의 동쪽에 있는 이 동강은 영월 서쪽의 서강과 합해서 남한강이 되고

충주호에서 쉬었다가 서해로 흘러간다.

 

 봉우리 여섯 개를 오르내리며 칠족령에 닿는다. 칠족령(漆足嶺)이란 옛날 마을에서 옻을 끊일 때 개 한

마리가 발에 옻칠을 묻힌 채 이 고개까지 올라와 발자국을 남겼다는 전설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커다란 밭이 일구어져 있고 아낙네들이 콩 밭을 매고 있다. 오른쪽은 문희마을 가는 길이다.

왼쪽 길을 따라 제장마을로 내려선다.

 

 잠시 후 밤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외딴 집을 통과한다. 밤나무 꽃 특유의 짙은 향이 가득 풍겨

나온다. 옛 말에 밤꽃이 핀 밤나무 아래에는 과댁이 울고 가고, 밤나무 꽃 아래에서 데이트를 하면 성공

확율이 99%라고 하는데 이는 밤꽃 특유의 향 때문이라고 한다.

 

 강변에 세워져 있는 버스에서 갈아입을 옷가지를 가지고 내려 강가로 가서 땀을 씻고(16.55분)

컵 라면을 안주 삼아 하산주를 하는데 산경님이 메밀묵 한 쟁반 보탠다. 한우산님이 산 밤나무집 술맛도

일품이다. 강송님의 퀴즈 정답은 오디라고 하는데 대부분 칡인가 긴가 민가 하다가 차에 오른다.

 

 버스는 18.00 출발하고 국도를 경유 풍기 나들목으로 하여 고속도로에 올린다.

국도에서 많은 시간이 걸린 탓으로 자정을 넘긴 후 시내에 도착된다.

                                                                                              2005.06.21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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