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룡산(1,491m). 덕유능선에는 야생화 천지.

 

 버스는 영각사 앞을 지나 남령고개를 넘어 황점매표소 부근에 세우고 잠시 후 모여서 99-88을

외치고 입산한다.(11.15분)  마을 안으로 나있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고 곧 잔돌이 깔려 있는

산판 길이다. 삿갓골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완만한 오름 길을 걷는다.

 

 계곡에 걸려있는 나무다리, 철다리, 또 나무다리를 건너니 왼쪽에 와폭이 보인다. 배낭을 벗어놓고

잠시 쉰다.(11.40분) 쉬기 좋은 장소이고 적당한 시간인 듯하다. 차안에서 6~7월 산행일정표가

배부되고 앞으로는 날씨가 더워지므로 코스를 조금 짧게 하고 산행 속도도 조금 늦출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때문에 조금 천천히 운행해도 될 듯싶다.

 

 우수위험(=빗물조심)이라 표시되어있는 계류을 건너고, '쉬어 가는 곳'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진 곳

(삿갓재 대피소 0.8k 지점)에서 또 쉬면서 물 한 모금 마신다. 잠시 후 '계단조심' 팻말을 부쳐둔

통나무 계단 길을 만난다. 굵은 통나무계단이 보폭과는 전혀 무관하게 만들어져 있어 그 옆으로 새 길이

나있다. 계단조심 안하고 갈 수 있는 안전한 계단을 만들던가, 아니면 계단을 만들지 말던가.

 

 삿갓재 샘터를 만나고 물 두 병을 꼭꼭 눌러 담는다. 이렇듯 산행 후 1시간 반쯤 되어 샘이 있음은

물을 조금만 가지고 올라도 되기 때문에 산행이 한결 수월하다. 멋지게 설치된 나무계단을 오르니

삿갓재 대피소이다.(12.37분) 왼쪽으로 삿갓봉이 보인다. 오른 쪽으로 간다.

백두대간, 덕유능선 길이다. 북쪽 �향으로 걷게 되므로 햇빛을 피할 수 있어 좋다.

 

 헬기장 너머 무룡산이 보이고, 바위 전망대에서 오산님이 조망을 즐기고 있다. 보호색을 띈 나비(?)를

강송님과 또 한 분이 디카에 담고 있다. 길가에는 멋있게 자란 나뭇가지들이 산행의 운치를 더해준다.

왼쪽으로 진안군 오른 쪽으로 거창군의 산과 들이 눈에 들어온다. 뒤돌아보니 남령을 넘어오는 고갯길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남덕유산과 장수덕유산도 조망된다. 금원 기백 월봉 황석산도 어림된다.

 

 등산로 주변의 야생화를 찍는 산님들이 보인다. 산행하면서 야생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디카에 담는

진지한 모습들이 무아지경인 듯이 보인다. 사진을 잘 찍을 수만 있다면 사진 찍는 모습들을 찍어도

좋을 듯하다. 큰 나무나 바위는 아무나 볼 수 있지만 야생화는 세심한 관찰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야생화 찍은 찍사님들, 좋은 작품 올려 같이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찍는 고행(?)에 보는 즐거움이 더해질 때 작품은 더 빛을 낼 듯 합니다.]

 

 곧 무룡평원에 도착하고. 오른 쪽으로 암릉이 나타난다. 등산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길 주위에 나무

울타리를 박아 두었지만 옆엔 새 길이 자연스레 만들어져 있다. 등산로에 계단을 만들 때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여 산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하여야 할 것이다. 이곳은 원추리 군락지인데

8월경 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고 하는 곳이다.

 

 13.45분 무룡산(舞龍山, 1,491m) 정상이다. 오늘 산행 중 최고봉이다. 헬기장이 설치되어 있다.

이정표엔 남덕유 6.4k, 향적봉 8.4k, 삿갓재 2.1k, 동엽령 4.2k라고 쓰여 있다.

무룡산은, 운무에 가렸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마치 용이 춤추는 듯 보인다는데---,

그러나 오늘은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 멀리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이 보인다.

 

 몇 걸음 내려서니 먼저오신 분들이 군데군데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빈자리 한 곳에 끼어들어

도시락을 편다. 이 높은 산에 왠 파리? 파리를 �으며 식사를 마친다. 산이 깨끗하니 파리도 깨끗할까??

어느 산님이 가져오신 참외까지 먹고 제법 여유를 가진다. 식사시간 35분 걸린 셈이다.

꼬랑지로 출발한다.

 

 조금 후에 남행하는 덕유종주팀을 만난다. 그들은 06.30분 쯤 삼공리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덕유종주는 지리종주에 버금가는, 거리가 짧다고 만만히 볼 수 없는 힘든 코스이다.

수고의 격려를 보낸다. 우리는 지금 종주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허겁지겁 달리지 않아도 된다.

능선 곳곳에 피어있는 철쭉을 감상하고 야생화도 보면서 걷는다. 새소리도 들린다. 평온, 그 자체이다.

 

 오른 쪽 멀리 돌탑봉에 산객들이 어른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작은 바위를 넘고 길 왼쪽에 주목과

단풍나무의 연리지(連理枝)인 듯한 나무가 보인다.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나무가 합쳐서 한 개의

줄기로 자라는 것, 연리지는 두 나무의 가지가 이어져 자라는 나무를 말함인데 연인이나 부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고 함]

 

 14.50분 돌탑봉우리에 도착한다. 자연석 위에 잔돌 몇 개가 얹어져 있는 곳이다. 주변에 별다른

특징있는 지형지물이 없기 때문에 지형도에 그리 표시되어 있는 듯하다. 후미 대장을 만났으니 제일

후미인 모양이다. 한 분이 천천히 가고 있다. 몇 번 산행에 참석한 분인데 처음 보다는 걷는 속도가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봉우리를 내려가는 중에 올라오는 산객 한 분이 삿갓재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길을 묻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엽령에서 칠연폭포 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갈림길을 지나친 듯하다. 오후 6시까지 하산해야

된다고 한다. 등산지도를 꺼내어 현 위치를 설명하고 동엽령까지 되돌아가서 좌측으로 하산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는 마산에서 왔다고 한다.

 

 15.35분, 동엽령이다. 선두팀들이 쉬고 있다. 쉴 때는 잠깐 만이라도 앉아서 쉬는 것이 좋다고 한다.

덩달아 풀밭에 앉아 쉰다. 커다란 길 안내판에는 우리가 가야할 병곡리에 대한 표시가 없다.

잠시 쉬었다가 동쪽으로 또렷이 나있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온다.

 

 새소리도 즐겁다. 새 이름은 모른다. 휘이익 쪼르르 쪽쪽쪽 이렇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면 휘파람새인가? 휘파람새는 홀아비 귀신새라고 하든데 그래서 호올애비 ㅈ ㅈ ㅈ 이렇게

들리기도 한다고 어느 책에서 읽어본 적이 있다.

 

 25분쯤 내려오다 갈 지(之)자 길을 만나고 곧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몸이 앞으로 쏠리는 길이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천천히 가는 것이 더 어렵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것이 상책이지 싶다.

 

 길 오른쪽 아래로 계곡이 이어지고 있다. 나무 가지 사이로 제법 널따란 계곡의 바위들이 하얀 속살을

들어내듯 보인다. 등산로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 인간들로부터의 오염은 덜할 듯하다. 또 20여분 내려와

몇 분이 쉬고 있는 합수 지점을 통과하고 산판도로를 15분쯤 따라 내려오니 송어양식장이다.

 

 아래쪽 축사 안에는 큰 뿔 달린 큰사슴이 보인다.

곧 시멘트 포장길을 만난다. 출입금지(병곡리~동엽령 4.2k. 과태료 50만원) 입간판이 보인다.

이 길로 올라가면 안 되는 듯하다. 계곡으로 내려가 땀을 씻고 병곡 횟집을 지나 17.20분에 주차장에

도착하여 간만에 컵라면을 먹고 하산주를 한다.

 

 오늘도 강송님의 문제는 아무도 풀지 못한다. 정답은 7년산 찔레꽃 술, 역시 주류 초보자들 인듯.

몇 가지 술을 조금씩 마시게 된다. 술에 취하는 것은 짬뽕 때문인가? 도수인가? 의견이 분분하다.

오늘은 안주도 거하다. 오늘의 자원봉사자의 작품이다. 고맙습니다. 버스는 18.00분 출발한다.

                                                                                           2005.05.31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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