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림~재암산, 철쭉 밭에서

 

 늘 그렇듯이 산행버스는 08.00 정시에 출발한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오늘 자원봉사의 중책은

들꽃님과 리디님이 맡는다. 산행지도와 뱃지를 배부하고 또 회비를 받는,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안전산행을 위한 봉사활동, 복 받을 일입니다.)

 

 또한 산행에 동참하는 회원님들 모두 산행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잘 협조함으로 산악회는

더 알찬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늘 조용하고 쾌적한 차내 분위기, 좋은 산에 열심히 다니는 ]

것이 산꾼들의 진정한 모습이라면 가경산님들은 거기에 가장 근접한 분들일 성싶다.

 

 12.00분, 한치에 도착하여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은 철쭉산행이지만 한치~

일림산~ 삼비산~사자산~곰재산~(재암산)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호남정맥 길이기도 하다.

능선에 올라서니 이미 핀 철쭉 꽃잎이 마르기 시작한다. 시들기 시작하는 순간 꽃은 그 가치가

반감되고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능선을 따라가며 작은 봉 몇 개를 오르내린다. 왼쪽으로는 남해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농촌 풍경이 아늑하게 모습을 들어낸다. 꽃은 시들고 등산로 주변엔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조금 빨리 걸어본다. 천천히 걷는 몇 분을 앞서 나간다.

 

 13.05분, 일림산(626m) 정상. 넓은 헬기장이 만들어져 있는 곳이다. 철쭉은 조금 이르고 2~3일 후면

만개 될듯하다. 막 터지기 직전인 꽃봉오리들이 있고 이미 핀 꽃도 더러 보인다. 많은 산님들이

철쭉을 디카에 담고 있다. 오른쪽 길에는 용추폭포 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만개(滿開)란 군락지의 80% 정도가 피었을 때를 말한다고 한다. 같은 산이라도 고도에 따라 위치에

따라 개화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일시에 활짝 핀 꽃을 다 볼 수는 없다. 이 철쭉꽃들도 일주일 후엔 이미

지기 시작할 것이다. 산행 시작할 때 산자락에서 본 시드는 꽃과 정상부의 피기 직전의 꽃을 대비해보면 그 느낌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정면으로 삼비산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솟아있다. 여유롭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교행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등산로는 넓게 잘 다듬어져 있고 길은 키 큰 산죽 밭 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가는

산객들이 한가로이 보이고 뒤돌아 봐도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올라오고 있다. 전형적인 육산이고

또 비 온 뒤라 먼지 한 점 날리지 않으니 쾌적한 산행조건이다.

(배낭을 메고 줄줄이 또는 띄엄띄엄 가고 있는 그 평화로운 모습은 산행 후에도 눈에 선하다.)

 

 봉수대 갈림길을 지나고 13.35분 삼비산(三妃山,664m) 정상에 선다. 하늘의 세 왕비가 내려와

놀다갔다는 전설에 따라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전에 일림산이라는 정상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철거되고, 정상석 앞에 있든 철쭉제단도 받침대 4개만 남아있고 대리석 판석은 흔적이 없어졌다.

삼비산에 일림산이란 표지석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다. 등산객과 탐방객들이 마구 섞여있는 듯하다.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거침없이 조망이 터진다. 큰 나무가 없으니 그늘도 없다. 왼쪽에 보이는 소나무

아래로 가서 도시락을 편다. 햇빛이 쨍쨍하고 더운 날씨이니 그늘을 찾게 된다. 회원 몇 분이 보이고

다른 산악회원들도 보인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정상에 오니 회원 몇 분이 식사 중이고 어느 산님이

가지고 온 두견주를 gds님과 조금씩 거들고 오른 쪽 급경사 길로 내려선다.

 

 철쭉 군락지이다. 방울방울 맺혀있는 모습이 신선하다. 상상해본다. 이 많은 꽃망울이 일시에 터진다면

가히 산상화원이리라. 막 터지기 직전의 꽃봉오리도 일품이다. 능선을 뒤돌아보면서 디카에 담는다.

곧 골치산(614m)에 닿는다. 꽃망울이 방금 터질 듯이 충만하고, 보이는 것은 5월의 신록과 철쭉뿐인데

이름은 왜 골치산일까?? 골치 아픈 것은 아무데도 없는데---.

 

 15.10분 사자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오른쪽으로 곰재산 또 재암산이,

그 아래쪽엔 하산지점인 자연휴양림 시설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내리막을 내려서서 고개에 닿으니

두 분이 오른쪽 샛길로 내려가서 임도를 따를까 의논 중이다. 임도를 따라 휴양림으로 가는 것은 너무

많이 둘러가는 길이며 보이는 것 없이 지루하기만 할 뿐 가능하면 피해야 하는 길이다.

능선 길 따라 사자봉을 넘어 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한마디 거들고 진행한다.

 

 삼거리에서 방향표시판을 따라 올라가니 선두팀들이 쉬고 있다. 사자미봉 오르기 직전 조금 평평한

곳이다. 선두가 쉬면서 후미와의 간격을 줄이거나 시간을 조절하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오늘은 꽃에

취한 건지 산세가 유순해서 인지 산행에 조금 여유가 있는 듯하다. 후미가 도착한 후에 출발한다.

 

 지금까지 육산(肉山)만 걸었는데 한차례 급경사 바위틈으로 올라붙는다. 뒤돌아보니 조망이 시원하다.

사자 두봉(머리봉)이 눈앞에 펼쳐지고 작은 암릉을 오르면서 모두들 열심히 주변 경치를 둘러본다.

16.20분 사자미봉(꼬리봉,668m), 16.40분 재암산 주차장 갈림길 삼거리, 17.00분 재암철쭉제단석이

세워진 철쭉평원에 올라 철쭉을 감상한다. 철쭉꽃과 꽃봉오리가 수두룩 빽빽하게(?) 붙어 있다.

17.30분 곰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오다 땀을 씻고 18.00분 주차장에 도착한다.

 

 버스는 18.10분 떠난다. 붓재에서 보성차밭 구경을 하기 위해서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보성 차밭

이므로 멀리서 관광하러 오는 곳인데 등산을 마치고 귀가 길에 짬을 내어 볼 수 있다면 이 아니 좋은

일인가? 다향각(팔각정)에 오르면 차밭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도 감상할 수 있는데 버스는 다향각

조금 지나서 세운다. 관람 시간은 30분, 보는 복도 복인데 산행하면서 덤으로 얻는 복이다.

 

 한우산님의 솔잎 동동주와 강송님의 피로회복주로 하산주를 나누고, 유사장님 등과 함께 차를

마시고 차를 탄다. 하산주도 녹차도 잘 마셨습니다. 고맙습니다.

                                                                                                   2005.05.03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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