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5.04.19

어디  : 마이산, 참꽃도 활짝 벗꽃도 활짝

 

 08시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11.25분 등산 들머리에 세운다. 도로 건너편에 등산 안내도가 보이지만

여럿이 모여 설만한 빈터가 없다. 5분쯤 올라가서 길이 조금 넓은 곳에서 간단한 입산식을 하는데

한우산님이 좋은 산이니 좋은 산행을 위해서 다 같이 박수를 치고 출발하자고 한다.

힘찬 박수소리가 산골짜기에 울려 퍼진다.

 

 '내가 남을 좋아하면 남도 나를 좋아한다.' 이 말은 산에도 적용된다. '내가 산을 좋아하면 산도 나를

좋아한다.' 때문에 입산하기 전 ‘○○산 좋은 산이다‘라고 크게 말하면 되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므로 마음속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것은 안전산행을 위한 자기 최면이 될 수 있다.

또 산행 중 경치가 좋은 곳이나 전망대에서 ‘아! 좋다’라며 가볍게 읊조리는 것도 좋은 한 방법일 것이다.

 

 5분쯤 올라 능선에서 길은 왼쪽으로 이어진다. 등산로 옆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어있다. 꽃잎 몇 개를

따서 입안에 넣는다. 어릴 때 먹든 그 맛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이 참꽃들은 마이산 탑사에 닿을 때까지

거의 전 구간을 산객들을 따라다니며(?) 피어 있어 기분 좋은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작은 암릉을 오르내리고 큰 바위는 둘러 가며, 철계단의 난간을 붙잡고 오르고 군데군데 나타나는

전망대에서 쉬기도 한다. 오늘 산행은 암마이봉에 오를 수 없으므로 그리 서두를 것 없을 성싶다.

첫 봉우리에서 부터 보이기 시작한 암마이봉은 숨바꼭질하듯 숨었다 들어 나기 여러 번, 드디어 확연히

그 모습이 들어난다.(12.55분) 사진작가 리비님이 포토존이란다. 모두들 디카에 담기 바쁘다.

 

 통상 사진으로 보는 두 귀가 쫑긋한 말의 귀를 닮은 모양이 아니고 흡사 풀숲에 숨어있는 나비의 살포시

접은 날개? 그 신기한 모습을 뭐라 형용할 수 없다. 어쨌든 올망졸망한 산 능선 너머에 우뚝 솟아오른

암마이봉에서 눈을 떼기가 아쉽다. 자꾸만 쳐다봐진다. 주변의 참꽃도 활짝 웃고 있는 듯하다.

 

 13.00분 광대봉에서 오는 길과 만나고 길바닥에 놓인 방향표시판이 왼쪽을 가리키고 있다.

삼거리에서 잠시 내려서고 다시 오르막이다. 앞에는 발목을 다친 한 분을 옆에서 부축하여 힘들게

올라가고 있다. 서울에서 온 산악회원인데 발목을 삐었다고 한다. 가경회원 한 분이 응급조처를 해준다.

그 산악회 회원중 한 분이 119에 신고하는 것을 보고 능선에 올라선다.

 

 암마이봉이 눈앞에 훤히 보이는 명당터이다. 먼저 온 회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거의 식사를 마칠

즈음인 듯하다. 조금 기다렸다 뒤따라오는 후미팀과 함께 도시락을 편다. 늘 선두로 다니는 이사장님이

가지고 온 매실주을 한 잔한다. 이미 식사를 마친 강송님이 도선주를 내 놓는다. 6가지 약재를 넣어 담근

술이라고 하는데 술맛이 일품이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다.(13.50분)

 

 남부주차장 갈림길을 지나(14.00) 고금당쪽으로 간다.

산 사면을 가로질러 무덤 한 기가 있는 삼거리에 올라서고 오른쪽으로 가다 또 다른 무덤 한 기를 만난다.

오른쪽으로 탑영제와 남부주차장 주변의 벚꽃이 활짝 피어 골짜기를 환히 밝히고 있다.

 

 고금당 자리엔 자연과 덜 어울리는 듯한 큰 건물이 들어서고 있고 그 아래 나옹암에도

탑 모양의 노란색 건물이 보인다. 나옹암 굴속에는 공사 중이라 건자재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나옹암은 고려말 나옹선사가 수도했든 곳이라고 하고 고금당이란 옛날 금당사가 있든 곳이라서 그리

부른다고 한다. 현 금당사는 저 아래쪽에 있다. 여기서 잠깐 나옹선사의 수도처에 왔으니 그가 지었다는

시 한번 떠올려 봄직도 하다. (작자 미상이라는 설도 있음.)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없다 하지 않네

번뇌도 벗어 놓고 욕심도 벗어 놓고

강같이 구름 같이 말없이 가라 하네

 

 나봉암 위에 지어진 팔각정인 비룡대에 오르니(14.45) 암마이봉 왼쪽으로 숫마이봉이 모습을 살짝

들어 낸다. 비룡대를 내려서 20여분 후에 삿갓봉 갈림길을 지나고 10여분 더 가서 제 2쉼터라는 표지판이

세워진 곳에 닿는다. 간이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오른쪽 아래로 벚꽃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다.

 

 15.30분 암마이봉 바로 아래 삼거리 갈림길이다. 천왕문으로 가는 왼쪽 길에는 등산로 폐쇄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암마이봉 정상은 못 가더라도 암마이봉 북사면을 가로질러 천왕문~은수사~탑사로 내려올 생각을 했는데 아쉽다.

등산로통제는 식생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휴식년제로 2014년 10월까지라고 한다. 탑사 쪽으로 바로 내려간다.

 

 곧 탑사 입구에 도착하고 제일 높은 곳에 세워진 천지탑까지 올라가본다. 다람쥐가 탑 주위에 맴돌고

있는 것이 보인다. 풍수지리와 음양오행과 관련하여 이 탑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지어낸 이야기인지 알 길이 없지만 탑들의 분위기가 이국적이다. 요즈음 전국적으로 이

마이산 탑을 모방하여 많은 탑들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으니 이곳이 원추형 탑의 원조일 듯하다.

 

 탑의 그 많은 내력이야 다 알 수 없지만 다만 이 규모를 좀 더 키워 암 수 마이봉을 빙 둘러 탑들이

쌓아진다면 한 백년쯤 지났을 때 볼거리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공든 탑은 안 무너진다고 했으니

지금부터라도 공들여 쌓으면 되지 않을까?

 

 마이탑사의 탑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니 남부주차장 3.7k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16.00분)

시간이 남아 어슬렁거리며 내려오다 탑영제 부근에서 한우산님과 박대장님이 동동주를 하고 있어 한 잔

거들고, 이어 새보리님 일행이 내려오다 동동주 한 병 더 보탠다. 한잔 더하니 조금 알딸딸해진다.

잠시 후 가경 두 번째 고참님이 탑사 부근에 두고 온 지팡이를 찾아서 내려온다.

 

 주차장에 도착(16.55분) 후 아직 안 내려온 분들을 기다리며 오산님과 복분자 술 한씩 나누고,

도선주(道仙酒?) 향이 생각나서 강송님께 부탁하여 또 한잔이다. 강송님과 산도님은 술을 못한다고

한다. 오늘은 술의 날인가? 건강 적금 부으러 왔다가 술 때문에 건강 해치는 것 아닌지 모르것다.

 

 술을 먹으면 간이 커지고 말이 많아진다고 한다. 간이 커진다는 것은 퉁퉁 붇는다는 말이고,

 말이 많다는 것은 쓸데없는 소리일 뿐이라는 말인데 자신은 잘 모른다고 한다.

 술 먹고 하는 소리들은 듣는 이들에게는 모두 소음이기 때문에 옆 사람이 충고를 해주어야 하고

 이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버스는 17.40분경 출발한다.

                                                                                      

                                                                                                           2005.04.19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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