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치~팔랑치~바래봉, 멋진 능선 철쭉이 반겨주고

 

 출발한지 3시간 반쯤 걸려 버스는 11.30분 정령치에 도착한다. 정령치는 해발 1172m라고 하니

어지간한 산꼭대기 정도의 높이이다. 때문에 고리봉~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산행은 지구력만 있으면

되고 별로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될듯하다. 차에서 내리니 동쪽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펼쳐지고 천왕봉과 반야봉이 눈에 들어온다.

 

 정령치 휴게소 옆에서 간단한 입산식을 마치고 산행을 시작하여 계단을 올라서니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분다. 오늘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이 바람이 비구름을 몰고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왼쪽으로는 남원 쪽에서 정령치로 올라오는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10여분 후 마애불상 가는 갈림길이다. 왼쪽길이 정상 등산로이지만 마애불상을 보러 오른쪽으로 간다.

보물 1123호로 지정된 이 마애불은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되지만 정령치의 주인공인 정장군(鄭將軍:

마한 왕이 달궁에 머무를 때 정장군은 이 고개에서 방어 임무를 수행하였다 함)을 새긴 것이라는 얘기도

전해온다. 안내판에 의하면 12구의 불상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마모되고 몇 구만 남았다고 한다.

 

 10여분 후 등산로로 복귀하고 작은 바위전망대에 올라 뒤돌아본다. 정령치 남쪽으로 노고단 방향

으로는 만복대가 우뚝하다. 바람이 세게 불어 사진 찍기가 불편할 정도이다. 모자 끈을 단단히 졸라

매고 바위를 내려선다.

 

 12.00분, 고리봉(1,304m)에 올라선다. 만복대 너머에도 고리봉(1,248m)이 있지만 이곳은 오늘 산행 중

최고봉이다. 산행 시작 30여 분만에 최고봉에 올라왔으니 다른 때의 산행에 비하면 엄청 수월하다.

20여분 걸어 ‘새걸산 1.2km, 고리봉 1.2km’의 이정표를 지난다. 10여분 후 작은 암릉을 지나고 오른쪽의

지리산 주능선을 보기도 하고, 등산로 주변의 드문드문 피어있는 철쭉을 감상하기도 하면서 걷는다.

 

 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한 천왕봉 또 반야봉을 리비님과 마울님이 카메라에 담는 모습이 보인다.

두 분은 늘 좋은 작품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려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좋은 작품을 많이 담아오기를

기대하면서 앞서 나간다.

 

 12.55분 등산객들이 밀린다. 정체구간이다. 길 양쪽으로는 키 작은 떨기나무들이 빽빽하여 앞서 나갈

수도 없다. 13.08분 세걸산(1,207m)에 오르고 13.15분 세동치를 지난다. 이곳은 전북학생수련원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산객들이 등산로 주변 군데군데 모여 앉아 식사하는 모습들이 보이지만

전국의 많은 산 꾼들과 철쭉 탐방객들이 모였으니 가경 회원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

 

 13.55분 부운치를 지나고, 14.00분 1,123m봉에 올라선다. 제법 너른 장소이고 많은 분들이 식사중이다.

적당한 곳에서 도시락을 편다. 산상 뷔페식당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겉보리님의 막걸리도 한잔 보탠다.

식사를 마치고 조망을 즐기며 잠시 쉬었다가 gds님과 함께 내려선다. 14.30분이다.

 

 나무 가지가 휘어져 개선문처럼 생긴 곳을 통과하니 철쭉이 활짝 피어있다. 탐방객들과 산객들이

어울려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곳 팔랑치는 바래봉 최대의 철쭉군락지이다. 철쭉꽃들이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있기도 하고 또 함께 어울려 피어 있는 모습은 바래철쭉의 특징일 것이다.

색깔이 화려하고 곱다. 말 그대로 산상화원이다.

 

 15.10분 팔랑치를 통과하고 바래봉 가는 길목에서 박대장을 만난다. 뒤에 몇 분이 오고 있다고 한다.

주목 조림지를 지나고 바래봉 갈림길에서 다시 마울님을 만난다. 15.50분 바래봉(1,165m) 정상이다.

바래봉은 바람봉인가? 바람이 세차게 분다. 어느 산님이 부탁한 사진 한 장 찍는데도 카메라가 너무

심하게 흔들려 사진이 바로 나오지 않을 듯하다.

 

 헬기장에서 잠시 쉬고, 16.20분 덕두봉(1,149m, 인월까지 1시간 30분이라 쓰여 있다)에 오른다.

하늘이 잔뜩 흐려지고 곧 빗방울이 떨어질 듯하다. 조금 빨리 걷는다. 천천히 걷고 있는 한우산님,

또 몇 분의 산우들이 내려가고 있다. 16.50분 갈림길에서 쉬고 있는 가경 산님들을 만나고 조금

쉬었다가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간다.

 

 17.25분, 구인월 마을회관 옆 수도에서 땀을 씻고 버스가 세워진 도로에 도착하여 강송님의 4년산

박하주와 오산님의 복분자술을 보태어 하산주를 나누고 오늘의 철쭉산행을 마무리한다.

버스는 18.00분 출발한다.

                                                                                                2005.05.17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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