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달산~성주봉, 인적 드문 산길을 가다.

 

 산행버스는 거의 4시간을 달려 12시경 산행기점인 갈평마을에 도착하여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마전령으로 올라가는 임도를 따른다.

길 주변 사과나무엔 사과들이 탐스럽게 열려있다.

 

길가 나무 밑에 떨어진 사과 한 개를 줍는다.

뉴턴은 만유인력을 생각했다지만

나는 떨어져 있는 그 많은 사과를 보면서 아깝다는 생각만 든다.

 

 40여분 걸어 마전령에 도착한다. 예전엔 고개가 험하여 말이 딩굴어 넘어졌다고 해서 마전령이라

부른다는데 이 고개는 인근에 있는 삼국시대에 가장 먼저 뚫렸다는 하늘재와 연결된다.

산길은 오른 쪽으로 희미하게 열려있다. 당산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조금 올라가니 강송님 등 몇 분이 쉬고 있다. 조금 전 쉬었지만 덩달아 같이 쉬었다 간다.

잠시 후에 산객들이 둘러서서 한 분이 더덕 캐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심신이 여유로우면

더덕도 캐고 산삼도 캘 수 있을까? 그것이 건강 플러스 일 것이다.

 

 13.40분, 앞에 보이는 무명봉을 오르기 전에 식사를 하고 가잔다.

오늘은 선두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한 자리에 모인 것 같다.

적당한 운동 후에 식사는 입맛을 돋운다. 더구나 맑은 공기가 최상의 반찬일 수도 있는데

찬을 많이 준비해 오신 산님들이 있어 작은 산중뷔페가 차려진다.

후식에 커피까지 마시니 여간 호사가 아니다.

 

 식사를 마치고 무명봉의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운달산으로 향한다.

오른 쪽 멀리 희미하게 정상이 보인다. 밋밋한 능선길이라 느낌은 지루하지만 진행 속도는 빠르다.

40여분 걸어 15시경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 표지석엔 운달산 1,097m,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용뢰산(龍磊山)이라 쓰여있다. [磊: 바위 첩첩할 뢰, 돌무더기 뢰]

 

 날씨가 흐려 조망이 거의 되지 않는다. 또 정상다운 풍모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상석 옆 바위에서 조금 쉬었다가 성주봉 가는 길을 따른다. 40여분 걸어 급경사 내리막길을 만난다.

위험구간이다. 중간에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도 될 만한 공터(작은 굴)도 보인다.

긴장하며 조심조심 내려선다.

 

 이후 에도 바위나 암릉을 타거나 우회하는 곳을 여러 번 만나고 어느 바위 전망대에서 잠시 쉰다.

후미 대장이 보인다. 늘 산악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분이다. 현재의 내 위치는 후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금 전 선두 대장을 만났으니 오늘은 산을 펄펄 날아다니는(?) 몇 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의 같은 시간대에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곧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회길을 버리고 능선길을 따른다.

능선 끝은 낙랑장송 몇 그루가 서 있는 멋진 전망대이다.

절벽 건너편 바위봉우리에도 몇 분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 되돌아 나와 오른 쪽으로 내려서니 위험구간에서 한 사장님이 타올을 로프 삼아 회원들의 바위횡단을

도와주고 있다. 계단을 설치하거나 밧줄이 매어져 있어야 할 곳인데 그냥 방치되어있다.

뒤이어 만나는 위험구간에는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고 또 밧줄도 튼튼하게 메어져 있다.

 

 16.45분 성주봉(해발 900m) 정상이다. 정면으로 가야 할 종지봉이 희미하게 내려다보인다.

종지봉 가는 길은 오르내림이 많고 능선에서 보는 소나무의 운치도 좋아 산행의 재미가 쏠쏠 묻어난다.

맑은 날 거꾸로 성주봉~운달산 산행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굵은 밧줄이 매어져 있는 곳, 밧줄 주변엔 수 십 마리의 벌들이 윙윙거리며 날고 있다.

(산도님이 벌에 쏘였다는  곳이다.) 봉침이 몸에 좋다지만 줄을 잡고 올라갈 자신이 없다.

바닥에 놓인 가경 방향표시판을 왼쪽으로 돌려놓고 내려가면서 우회 길을 찾는다.

잠시 후 적당한 곳에서 오른쪽 비탈을 치고 나가 벌집이 있는 바위봉에 되돌아 올라가 본다.

 

 등산객들이 더러 피해를 볼 수 있겠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다. 줄을 잘라 버릴 수도 없고---.

헬기장을 지난 조금 후에 거대한 직벽을 만난다. 바위 밑으로 가까이 가보니 밧줄이 메어져 있어

줄을 잡고 오른다. 뒤돌아보니 커다란 암벽이 펼쳐진다.

 

 잠시 후 당포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종지봉에 닿아 왼쪽으로 내려서다 오른 쪽으로 꺽어 또 밧줄을 만난다.

워낙 많은 밧줄을 잡고 오르내렸으니 지겨운가 보다. 한 분이 "이 밧줄이 마지막일까?" 하면서

지팡이를 밑으로 던지고 줄을 잡고 내린다. 그 후로도 짧은 밧줄 몇 번을 만나고 대슬랩에 메어져 있는

긴 밧줄을 잡고 내려온다.

 

 잠시 후 당포 마을에 닿는다. 18.30분, 맑은 물이 흐르는 다리 밑에서 땀을 씻고

마을 앞에 세워진 원두막(?)에서 강송님의 칡꽃술과 적우님의 쇠주를 보태어 하산주를 나눈다.

 

 오늘 산행 초입부에 분홍과 보라색 등이 어우러진 예쁜 칡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칡꽃은 칡뿌리보다 더 우수한 해독제이고 그늘에 말렸다가 10여분 끓여 마시면

숙취나 위병에 특효약이라고 한다. ('한국의 토종 101가지'에서 옮김)

버스는 19.30분 출발한다.

                                                                                    2005. 08. 30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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