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령,조령산, 신선암봉. 깃대봉으로

 

 버스는 11.45분 이화령에 도착한다. 이 이화령을 넘는 도로는 1925년 개설되었는데

몇 년 전 이화령터널이 뚫린 후 도로의 기능은 거의 상실되고 등산버스나 드라이브 길로 이용되는

한적한 길로 변했다고 한다. 조령산 등산은 거의 대부분이 해발 548m인 이화령에서 출발한다.

정상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코스를 조금 달리하여  절골에서 오르려는 분들과 함께 신풍 마을에서 내린다. 10.10분이다.

김사장님, 최사장님, 고여사님, 산수유님, 적우님과 함께 새로 난 고가도로의 다리 밑을 지나서

절골로 향한다. 모두들 어찌나 빨리 걷는지 따라가기 힘이 들 정도이다.

 

 10.30분, 마당바위 폭포를 지나고 5분 후 중암 갈림길, 또 5분 후 상암사터 갈림길을 지나고

10.55분 조령산 암벽수련장 아래에 닿는다. 위로 쳐다보니 거대한 암벽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밧줄을 잡고 암벽의 하단부를 가로질러 가는데 앞서 가든 분이 길이 없다고 한다.

암벽을 조심조심 되돌아 나와 등산로로 복귀하여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른다.

 

  13.30분 주능선에 올라선다. 사거리이다. 직진은 문경세재 주막으로, 오른 쪽은 조령산 정상으로,

왼쪽은 신선암봉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서 길옆에서 도시락을 편다.

 

 식사 중 이화령에서 정상을 넘어오는 가경 본진을 만난다. 그 중 산수유님이 아는 몇 분은 같은

산행버스를 타고 왔는데도 그런 줄 모르고 있다가 여기서 만난다고 한다. 하긴 버스 안에서 이동이

안되니까 그럴 수 도 있을 것이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다.

 

 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정면으로 신선암봉과 그 오른쪽으로 923봉이 우뚝하다. 그 사이로 월악 영봉이

뾰족이 머리를 들고 있다. 주흘산 부봉과 영봉 주봉이 지척인 듯하다. 14.25분 신선암봉(937m) 정상에

오른다. 남서쪽 저 멀리 속리산 능선이 어림되고, 사방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상엔 괴산군 선관위에서 쓴 공명선거 문구가 보인다. 신선암봉 분위기와는 덜 어울린다.

(이곳은 3관문 너머 신선봉과 구분하기 위하여 신선암봉이라 부르는 곳임)

 

 산행기를 쓰는 중 오늘 도착한 이번 달 '월간 산'지의 기사 중 백두대간 종주팀의 신선암봉에 관한

글이 있어 옮긴다.

" ---전략. 신선봉에서 또 한 번 조망의 성찬을 즐긴다. 불끈불끈 힘차게 솟아오른 연봉들이 눈앞으로

다가선다. 몇 걸음 더 나아가 동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월악산의 영봉과 연이은 줄기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백두대간을 통틀어서 오밀조밀한 암릉의 실루엣과 대간의 장쾌한 스케일을 한꺼번에 담은

최고의 조망처다. 지리산의 장중함과 설악산의 화려함을 적절히 섞은 분위기다. 후략---"

 

 멀리 또 가까이 펼쳐지는 경치에 취하다보니 밧줄잡고 바위 타고 오르내리기 몇 번 인지 헷갈린다.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멋진 장면의 연속이다. 갈수록 오른쪽으로 부봉이 가까이 보이고

깃대봉 너머 신선봉 마폐봉이 또 월악 영봉과 만수봉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멀리만 볼게 아니다. 암릉의 연속이므로 조고각하(照顧脚下: 비칠 照 , 돌아 볼 顧 , 다리 脚 , 아래 下

→발 아래를 잘 보라는 뜻이 있음)도 명심하여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길이다. 고사목 두 그루가 있는

전망대에서 조금 쉬었다가 간다. 잠시 후 바위 틈새에 멋지게 둥지를 틀고 앉아있는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오래 오래 머물고 싶은 장소이지만 갈 길이 멀어 사진 몇 장 찍고 넘어간다.

 

 길은 조금 부드러워진다. 깃대봉으로 향하다가 16.10분 새터 갈림길에서 하산 길로 접어든다.

강송님 민계님 일행과 대장님 그리고 어느새 새보리님이 합류한다. 20여분 내려오다 너른 바위에서

잠시 쉬고 또 20여분 후에 말용초 폭포에 닿는다.

 

 말용초는 깃대봉에서 심신을 연마하든 한 장군이 말을 탄 채로 폭포아래 소(沼)에 뛰어들자

그 곳에 살든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매표소 부근 계곡에서 땀을 씻고 17.50분 새터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대부분 내려왔다고 한다.

각자의 취향과 체력에 맞게 A,B,C팀으로 운행함으로 선두와 후미의 하산시간은 그리 많은 차이가

나지 않은 듯하다. A팀은 깃대봉에서 능선을 따라 말용초로 내려왔다고 한다.

얼른, 컵 라면을 안주 삼아 강송님의 찔레꽃 술과 남사장님의 쇠수로 하산주를 나누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버스는 18.00분 출발한다.

                                                                                  2005. 09. 27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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