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12선녀탕~남교리

 

 밤 10시 등산버스는 출발한다. 설악산 무박등산 버스이다. 말 그대로 잠 안 자고 이튿날 산행을 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옷가지, 두 끼 식사와 식수, 또 버스 안에서 조금이라도 잠을 자려면 술도

있어야 하고---. 버스는 현풍과 치악휴게소에서 쉬고 홍천에서 국도로 갈아타고 인제를 거쳐 산행

들머리 한계령에 04.30분 도착한다.

 

 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쌀쌀한 느낌이다. (오늘 설악산 산악일기예보는 최저 6도, 최고 12도 라고 함)

한계령 주차장은 예상외로 한적하다. 계단을 올라서 설악루 앞을 지나니 매표소이다. 개인별로

매표를 하니 불편하기도 하고 시간차가 나므로 야간등산의 한 모습인 렌턴 불빛이 이어지는

장관을 볼 수가 없다

 

 어둠 속이라 길바닥만 보고 오른다. 크게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는 구간에도 정체가 없으니 진행

속도는 엄청 빠르다. 05.45분 서북능선 삼거리이다. 동쪽으로 한 줄기 붉은 색 여명이 보인다.

오른 쪽은 끝청 중청 대청으로 이어지고 우리는 왼쪽 귀때기청으로 향한다.

 

 06.00경 너덜지대를 만나고 떡 한 조각 먹으며 잠시 쉰다. 뒤돌아보니 중청과 대청이 희미하고

오른쪽으로는 용아릉의 모습이 들어난다. 아직은 어둠이 덜 걷힌 상태, 너덜지대를 한참 올라간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니 설악산 속에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남설악 점봉산 쪽에는 뭉게구름이 떠있다.

내설악이 눈앞에 펼쳐지고 용아릉 너머 멋진 공룡능선의 모습이 들어난다.

06.55분, 귀때기청봉(1,577m)에 올라선다. 장쾌한 서북능선의 중간쯤이다. 사방의 조망이 좋다.

바람이 세게 분다. 귀때기가 시려오고 겨울모자가 생각난다. 서둘러 내려선다.

 

 07.15분, 안부 조그만 공터에서 가지고 온 절편 떡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다.

09.00분 추모비(김영준: 80년 2월 이곳에서 조난사)를 지나고 1,408봉과 1,289봉 그 험한 길을 밧줄에

의지하여 오르내리고 11.00분 대승령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대승폭포를 거쳐 장수대로 가는

길이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메고 가나 안고 가나 마찬가지라면서 점심을 먹는다.

식사 후 땀이 식으니 춥다.

 

 11.50분 안산 갈림길이다. 이정표엔 남교리 7.6km, 장수대 3.7km만 쓰여있고 안산 가는 거리와

방향표시는 없다. 왼쪽으로 안산으로 가는 길에는 시그널만 여러 개 달려있을 뿐이다.

'가경방향 표시판'은 오른 쪽 남교리 방향으로 놓여있다. 12.00분 능선끝 쉼터(1,360m)에 도착하고

왼쪽으로 꺽어 12선녀탕 계곡으로 내려선다.

 

 정면으로 안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봉긋하게 모습을 들어낸다. 서쪽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햇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가야하는데 해는 머리 위에 있다. 약 8시간 걸었고 하산 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느끼는 시간은 오후 4~5시쯤인데 이제 겨우 12시를 조금 넘겼으니 시간 감각이 조금 무디어 진 듯하다.

 

 12선녀탕 계곡 상단부는 단풍이 절정이다.

지나온 능선에서의 단풍은 시들거나 이미 떨어지고 있었지만 이곳은 이제 막 최고의 단풍을 보여준다.

깊고 깊은 계곡 물소리 청아하고, 오후 시간 햇빛을 받은 단풍색갈이 참으로 곱다.

 

 두문폭포를 지나고 비로소 계곡의 절경이 시작된다. 노산 이은상은 12선녀탕계곡을 8탕 8폭이라

했다고 하는데 이름표를 붙이지 않아서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계곡의 왼쪽으로 나있는 길을

한참 동안 천천히 걸어 내려간다.

 

 복숭아탕은 이곳의 최고 명소라고 하는데 철 난간 안쪽에 있어 한 눈에 보이지 않는다. 폭포를 잘 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한곳 쯤 설치해도 좋을 듯하다. 복숭아탕을 보려고 가까이 접근하기엔 위험하고 그

좋은 풍경을 보지 않고 오기엔 아쉬움이 남고---, 등산로만 따라 가다보면 그 진면목을 놓치게 된다.

 

 12선녀탕계곡에는 철 난간도 부실하게 설치되어있다. 바위경사면에 철주만 세울게 아니라 발 디딤이

안전하도록 돌을 다듬어 놓든가 계단을 설치하든가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듯하다.

등산객 몇 명이 모이면 어김없이 정체구간이 되어버린다. 오늘도 여러 번 정체구간을 만나게 된다.

 

 15.20분 카돌릭 의대 산악부원들 7명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 곳을 지난다. 이 조난사고는 1968년 10월

25일이라고 쓰여있다. 오늘 10월 4일이니 날짜로 치면 약 20일 후이다. 그런데 10월 말경 폭우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산악날씨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잠시 묵념을 하고 내려온다.

 

 15.30분 주차장에 도착한다. 김철규 사장님등 선두팀 8명은 안산을 넘어 왔는데도 한 시간 전에

도착했다고 하며, 손사장님은 12시가 되기 전에 내려왔다고 한다. 대단한 속보이다.

 

 옷가지를 챙겨들고 매표소 안으로 다시 들어가 계곡에서 땀을 씻는다.

물이 차가워 알탕은 어렵다.

 

 후미를 기다리면서 김사장님 한사장님 강사장님 리디님등과 하산주를 한다.

하산주를 마치고 기다려도 후미팀이 아직 도착하지 아니하고 전화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등산객이 많이 몰리는 유명산이나 계곡에서는 이동전화가 통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후미팀 한 분이 저혈당으로 일행과 함께 늦게 내려오는 바람에 119에 연락하는 등 출발시간이

늦어진다. 19.50분 경 모두 도착하고 버스는 20.00분 출발한다.

                                                                                2005. 10. 4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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