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움산(670m)~두타산성~무릉계. 깨끗한 산길, 폭포가 반겨주고

 

 장마전선이 전국을 오르내리며 비를 뿌리는 장마철이다. 마침 등산가는 곳 강원 영동지방에는 오늘

흐리겠다는 예보가 나와서 다행이다. 보통 때 보다 한 시간 반이나 빠른 06.30분 출발이라 신경이 쓰여

지난 밤 잠을 설치고 새벽에 서면으로 나간다. 출발시간이 되었지만 몇 개의 좌석은 비어있는 듯하다.

 

 오랜만에 동해안 7번 국도를 타고 간다. 동해바다를 끼고 달리면서 4차선 신설도로, 또는 굽이굽이

도는 2차선 옛 도로를 번갈아 달린다. 도로 확장 중인 곳도 보인다. 언제 완공 예정인지 모르겠지만

저 길이 다 완공되면 남도지방 등산객들에게도 편리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버스가 삼척을 지나 댓재로 가는 도중 천은사 갈림길 삼거리에서 혼자 내린다.

쉰움산~두타산성길~무릉계 코스를 가기 위해서이다. 삼거리에서 우연히 부산 ㅅ산악회 버스를 만나고

동승하여 12.05분 버스 종점에 도착한다.

 

5분 후 일주문을, 또 5분을 걸어 제왕운기를 저술했다는 이승휴 유허지를 지나고 12.20분 천은사 절

마당에 올라선다. 절 뒷마당에 있는 감로수 한 모금 마시고 산길로 접어든다. 상판이 설치되지 아니한

철다리를 건너 25분쯤 후에 바위전망대가 나타나고 또 10여분쯤 오르니 기도터이다.

 

 커다란 암벽아래 곳곳에 타다 남은 초와 촛농이 무수히 떨어져 있다.

흰색 헝겊과 부적인 듯한 흰 종이를 작은 돌에 동여매어 놓은 모습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 바퀴 둘러보고 등산로를 따른다.

 

 바위턱을 붙잡고 너럭바위에 올라선다. 잘 생긴 홍송 아래 돌탑 수 십 기가 세워져 있다.

주변의 산세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13.20분 작은 샘터를 지나고 곧 능선에 올라선다. 왼쪽으로 간다.

오른 쪽 비린내계곡 끝 부분의 웅장한 암벽이 눈길을 끈다.

 

 왼쪽으로 나 있는 우회 길을 버리고 암릉을 타고 간다. 10여분 암릉을 따르니 쉰움산 정상이다.

정상표지석엔 오십정(五十井)이라 쓰여 있다. 우물이 쉰 개, 그래서 쉰 우물산→쉰움산이라고 하는

곳이다. 실지로는 물이 고인 작은 것까지 다 포함하면 100개는 넘을 듯하다.

사진 몇 장 찍고 도시락을 편다.

 

 좌우로는 절벽 낭떠러지이다. 널찍한 바위 위에 소나무 몇 그루가 운치를 더해준다. 흡사 신선이

된 듯하다. 바위에 누워 하늘을 쳐다본다. 한참 후 인기척에 놀라 벌떡 일어나 뒤돌아보니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 왔다고 한다.

 

 배낭을 메고 일어선다. 빙 둘러 돌담을 쌓아 놓고 치성을 드리는 기도터를 지나고 능선 숲 속으로

오른다. 작은 암릉을 넘어서고 제법 평평한 오름 길이 약 30분 이어지다 급경사 길이 시작된다.

장딴지가 뻐근할 정도이다. 15.15분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바로 가면 두타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 쪽 하산 길은 무릉계로 가는 길이다.

 

 댓재에서 출발하여 정상~두타산성길로 내려오는 가경팀이 아직 이곳을 통과하지 않은 듯하다.

후미 대장님에게 이 삼거리를 통과할 때 '방향표시판'을 뒤엎어 놓으라는 부탁을 했는데 표시판이

보이지 않는다. "가경천지. 유산 15.15 통과"라고 종이에 써서 길바닥에 돌로 눌러놓고 하산한다.

 

 청옥산은 운무에 가려있다. 하산 길 주변엔 고사목이 더러 보이고 홍송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솔잎이 빨갛게 마르는 소나무들이 여럿 보이기도 한다. 혹시 소나무 재선충이 아닐까(?)

15.30분, '무릉계 7.2km' 이라는 이정표를 지나고 16.10분 산성 12폭포 상류계곡에서 잠시 쉰다.

 

 계곡을 지나 능선을 올랐다가 내려가니 왼쪽으로 계곡 물소리 들리고 폭포가 나타난다.

좌측으로 들어가 전망대에서 폭포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계곡까지 내려가 본다. 등산로로 복귀한

조금 후에 다시 왼쪽으로 내려간다. 멋진 전망바위이다. 거북바위가 있는 곳이다.

다시 등산로로 복귀하여 두타산성에 닿고 용추폭포 쪽을 내려다본다. 절경이다.

 

 17.00 산성 갈림길에 내려서고 왼쪽으로 용추폭포 쪽으로 올라간다. 내려오는 가경산님 한 분을

만나고 쌍폭을 지나 용추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또 두 분을 만난다.

 

 17.20분 오늘 산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용추폭포에 도착하고 길게 이어진 철계단을 올라 17.30분

폭포 상단 조망대에 올라선다. 다시 쌍폭에 내려올 때까지 가경산님들이 보이지 않는다. 산성길로 하산

한 분들이 폭포 쪽으로 안 오고 바로 내려간 것일까? 폭포는 비가 온 다음에 봐야 제격인데, 그래서

오늘이 챤스인데, 이리 때맞추기도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하늘문~관음암 코스로 오르다가 시간이 늦을까봐 포기하고 중간계곡을 따라 내려와 본계곡을 건너

등산로를 따라 내려온다. 빠른 걸음으로 한참을 내려오니 저만치 앞에 산객 세분이 보인다.

길 옆 계곡으로 내려가 땀을 씻는다. 비 온 뒤라 물이 많고 또 깨끗하다.

아하! 그래그래, 이 맛이야. 내가 알고, 산이 알고, 계곡이 알고, 하늘이 아는 여름산행의 묘미.

 

 삼화사 앞에서 보니 절 뒤쪽 산 능선 절벽 한 가운데에 상폭인 듯한 폭포가 보인다.

삼화사를 지나고 무릉반석에 내려가 본다. 반석에는 수많은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그 중에는 어울리지

않는 최근에 새긴 듯한 조잡한 낙서도 더러 보인다. 명행심님이 내려오고 있다. 늘 선두 팀인데 오늘은

아마 청옥산까지 갔다 오는 모양이다.

 

 양사언이 썼다는 '武陵仙景 中臺泉石 頭陀洞天 (무릉선경 중대천석 두타동천)'글을 디카에 담는다.

워낙 달필이라 한 글자도 모르겠다. 그 옆에는 설명판이 세워져 있다.

 

 18.45분 주차장에 도착한다. 남사장님 일행이 하산주를 하고 있다. 맛있는 술 한 잔 마시고,

배낭을 차안에 올려놓는다. 컵 라면을 안주삼아 쇠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버스는 19.20분 출발한다.

                                                                                                    2005. 07. 05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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