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산 바위도 좋고 노송도 좋고

 

 장마철로 접어들었다. 등산은 야외 활동이므로 비가 내릴 때는 많은 제약을 받는다.

어제 오후의 일기예보에 오늘 충북지방 날씨는 '흐림'이었는데 오늘 아침예보에는 '비'이다.

우의를 챙겨 넣고 우산까지 준비한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산행 중 비를 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집을 나선다. 서면에 도착하니 많은 산님들이 나와 있다. 버스는 만차로 출발한다.

 

 버스 이동 중 구마고속도로에서는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예천 나들목에서는 도로가 뽀송뽀송하다.

장소가 바뀌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상상황이 확연히 다르다. 12.20분 저수령에서 간단한 입산식을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고개에는 한자로 저수령(低首嶺), 한글로 저수재라 쓰인 커다란 바위에는 "경사가 급하여 길손들의

머리가 숙여진다는 뜻"으로 굽힐 저(低), 머리 수(首)자를 쓴다는 고개 이름 유래가 새겨져 있다.

 

 작은 봉우리 한 개를 넘어 장구재에 도착하고(12.37분), 임도를 건너 능선으로 올라붙는다.

백두대간 길이다. 오른 쪽으로 선미봉 가는 길을 놓치고 문복대(門복臺)까지 간다.(13.15분)

거의 선미봉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다. 길을 놓친 것이다. 되돌아간다. 길을 잘못 들면 확실한

지점까지 되돌아가는 것은 등산의 기본이다.

 

 안개로 주변 산세가 보이지 않으니 독도가 되지 않는다. 30여분 되돌아 나와 갈림길에서 좌회전하여

관광농원쪽으로 내려선다. 처음엔 여기서 장구재로 바로 올라가려고 하였으나 임도 보다는 산길 걷는

것이 나을 듯하여 차를 되돌린 곳이다. 13.50분, 주차장 부근 넓은 장소에서 식사를 한다.

 

 오후 산행은 시간 관계상 버스로 빗재로 이동하여 빗재~황정산~영인봉~원통암~대흥사 주차장으로

수정하여 진행하기로 한다. 버스는 14.55분 빗재에 도착한다. 배낭을 차안에 두고 수통만 들고

내리는 분들도 있고, 문복대 산행에 만족하고 사인암 답사를 위해서 내리지 않는 분들도 있다.

 

 걷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황정산 자락으로 쏜살같이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오른 쪽은 국립공원 월악산 지역에 속하는 도락산이다. 황정산은 국립도, 도립도, 군립공원도 아니다.

그러나 경관은 국립공원에 비해 손색이 없다.

25분쯤 급히 오르니 빗재 630m, 정상 2.7km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고개이다.

 

 그런데 황정산 이정표의 거리표시는 맞지 않으므로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월간 '산'지의 기사가 생각나서

거리는 무시하고 방향만 확인하고 간다. 급경사 오르막을 만나고 힘들게 올라 바위 전망대에 선다.

운무에 가리기는 하지만 주변산세가 희미하게 들어 난다.

 

 30여분 올라 쇠줄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바위전망대에 닿는다. 몇 분이 쉬고 있다. 대흥사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저수령~묘적봉~도솔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과 월악산도 보인다는데 운무

속에 가려있다. 괴물같이 생긴 바위를 지나고 또 바위 길을 따르다가 기차바위에 오른다.

 

 등산로 주변에는 잘 가꾼 분재 같은 소나무들이 더러 보이고 나무 색깔도 붉은 색으로 곱다.

바위등을 타고 오른다. 바위 끝, 나무 둥치에 매어둔 밧줄을 누군가가 잘라 놓은 것이 보인다.

앞서 가는 분이 내려 설 수 있도록 밧줄을 잡아 고정시켜준 후에 바위를 잡고 내린다.

 

 곧 황정산 정상(959m)에 닿는다. 안개와 주변 나무 때문에 조망이 잘 되지 않는다.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메모함(?)의 정확한 용도는 무엇인지? 뚜껑을 열어보니 산악회와 개인 명함 몇 장이 들어있다.

 

 정상을 넘어서니 넓은 바위 한쪽에 기이하게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아마도 황정산 최고

명물 소나무라고 해도 될듯하다. 참으로 묘하게 가지가 뻗어 있다. 디카에 담았지만 아쉬움이 남아

한 번 더 뒤돌아보고 떠난다.

 

 나무 사다리를 내려서고 바위를 잡고 올라 또 다른 전망대에 올라선다. 시야가 멀리 트이지 않음이

못내 아쉽다. 오른 쪽 우회길이 있지만 바위 틈새로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작은 굴속에 들어가

보기도 한다. 바위를 하나 타고 넘을 때마다 경치는 달라진다. 시간 제약을 덜 받고 느긋하게 산행할

수 있다면 볼거리가 더 다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사목도 보인다. 분재 같은 소나무들이 곳곳에 들어 난다. 늘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앞서가든

김사장님이 오늘은 천천히 가고 있다. 경치에 취한 건지? 오늘은 몇 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16.40분,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서자 또 암릉이다. 바위를 타고 넘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곧 영인봉 표지목이 세워진 봉을 넘어 작은 밧줄을 잡고 바위를 타고 내리니 앞에는 거대한 암벽이

버티고 서있다. 우회 길은 왼쪽으로 나 있지만 암벽을 타려고 몇 분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리비님과 마울님도 그 힘든 암벽을 타고 넘는다. 우회 길로 둘러 가는 분들도 보인다.

 

 원통암 갈림길에서 새보리님 부부랑 또 다른 바위전망대에 올라가 본다. 눈 아래에 원통암과

칠성바위가 내려다보이고 그 앞으로 원통암 계곡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오른 쪽 바위 전망대에서

빨리 내려오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줄을 잡고 조심스레 내려선다.

 

 17.30분 원통암 마당에 닿는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수통에 물을 채운다. 원통암은 고려말 나옹선사가

수도한 곳이라고 전해져 오는데, 몇 년 전 수해로 절이 큰 피해를 입어 지금은 요사채 모양의 작은 법당

한 채 뿐이다. 나옹선사가 지었다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가 생각난다.

 

 절 마당 왼쪽의 신단양 팔경으로 지정되었다는 칠성암은 부처님 손바닥을 닮았다는데 제일 아래 큰

바위 위에 두 쪽 난 바위가 얹혀있고 그 위에 바위 네 쪽이 세워져 있다. 모두 일곱 개의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칠성암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원통암 계곡길은 말 그대로 계곡길이다. 계곡인지 길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 계곡을 따르기도 하고

건너기도 하며 내려온다. 비가 조금 많이 오면 오르내릴 수 없을 듯하다. 간혹 작은 돌 탑(?) 몇 기가

세워져 있을 뿐 길을 다듬은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자연 그대로 이다. 만약 이 길을 따라 올라온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수양이 될 듯한 참으로 기분 좋은 길이다.

 

 임도를 만난다. 갈림길인데 가경방향 표시판이 없어 대흥사 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바닥에

화살표를 그려두고 적우님과 함께 내려온다. 18.00분 주차장에 도착하고 개울로 내려가 산이 알고

내가 아는 여름 산행의 백미 '홀라당'이다.

 

 강송님의 칡술이라는 정답이 나와 있는데도 긴가 민가 하면서 하산주를 한다. 남사장님의 쇠주,

또 오산님의 맥주를 보태고,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차는 19.00분 출발한다.

                                                                                              2005. 06 28.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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