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대산(1,052m), 김삿갓 유적지 답사길

 

 아침 일찍 보따리(?) 하나 짊어지고 하루 방랑의 길을 떠나기로 한다. 강원도 영월 김삿갓계곡 서쪽에

있는 마대산으로 가는 가경천지 등산버스에 몸을 싣는다. 한 주일을 쉬었는데 많은 산님들이 벌써

나와 차를 타고 있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하고 5시간 걸려 12.05분 산행 기점인 와석리 노루목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

바로 김삿갓 묘지가 있는 곳으로 간다. 오늘은 원점회귀 산행이므로 시비(詩碑)부근의 여러 조형물

관람은 내려올 때 하기로 하고 산객들이 단체로 묘소 참배를 한다.

 

 방아산님이 술 한 병 준비하여 한 잔 올린다. 참배와 기념촬영을 마치고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산행

시작한다. 12.20분이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마대산 정상 3.4km, 김삿갓 주거 유적지 1.1km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개울을 건너간다. 경운기가 다닐만한 제법 넓은 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따르기도 하고 여러 번 건너기도 하면서 20여분 후에 김삿갓 주거 유적지에 닿는다.

집 한 채와 뒷깐 한 채가 전부이다. 집의 오른쪽에는 디딜방아가 놓여있다.

 

 마루에 앉아 잠시 쉬면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일어선다.

'난고 김삿갓 주거지' 안내판에는 1982년 주거지를 발견하였고 2002년 복원하였다고 쓰여 있다.

 

 주거지를 지난 후 조금씩 길은 조금씩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작은 무덤 한 기를 지나고 된비알을

만난다. 땀이 뻘뻘 흐른다. 더운 날씨에 바람도 없으니 더 지친다. 자주 쉬면서 물을 조금씩 마신다.

앞뒤의 산님들도 대부분 지친 표정들이다. A가 힘들면 B도 힘 든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오산님도 힘겹게 오르고 있다. 된비알을 힘겹게 올라서니 지미님이 보인다.

열심히 산에 다니든 분인데 업무상 몇 개 월 만에 산에 오른다고 한다.

작은 바위를 타고 올라 또 밧줄을 잡고 오르니 능선 삼거리이다. 이미 정상을 다녀온 선두 팀이 식사를 하고 있다.

 

 배낭을 벗어놓고 정상으로 향한다. 14.05분 정상이다. 표지목과 표지석이 세워져있는 정상에서의

조망은 가시거리가 짧아 시원치 못하다. 서북쪽 아래로 남한강 상류 물줄기가 희미하게 보인다.

산가자님 일행이 정상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민계님은 벌써 식사를 마치고 내려가는 길이라고 한다.

 

 다시 삼거리이다. 선두팀은 식사를 마치고 떠났고 뒤늦게 올라온 산님들이 식사중이다.

흡사 산상뷔페 식당을 차린 듯 푸짐하다. 짐은 가벼울수록 등산하기 수월하다는데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인 듯하다. 한쪽 편에 끼어들어 도시락을 편다.

 

 조금 후에 박 대장님과 후미 팀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늦게 올라오는 분 중에서 벌침을 맞았다고

한다. 아마 여름철 체력 증강엔 보약보다 낫지 않을까, 그것도 공짜이니 복 받은 사람들일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하산 길에 접어든다. 왼쪽의 바위봉우리를 우회하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다시 능선으로

올라붙는다. 15.05분 1,030m봉 바위전망대에 오른다. 남쪽으로 지나온 길과 마대산 정상이 보이고

동남쪽으로는 선낙골(仙樂谷)이 내려다보인다. 오른쪽으로 꺽어 처녀봉 쪽으로 내려선다.

 

 처녀봉 가는 길 양옆에는 기이한 모습으로 자라는 나무들이 더러 보인다. 다시 오르막에서 잠시 쉬는

사이에 리디님이 지나간다. 뒤 따라 가경선선팀이 올라오고 있다. 15.25분 처녀봉 정상에 오른다.

프라스틱 표지판이 부러진 채 바닥에 놓여있다. 별다른 조망은 없다. 바로 내려선다.

 

 15.40분, 김삿갓묘역 1.2km 이정표를 지나고 10여분 후 '출입금지 수행 중'이라는 글이 쓰여져 있는

집 앞을 지나고, 조금 내려오다 계곡에서 땀을 씻는다. 물이 너무 차서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땀을 씻었으니 땀을 덜 흘리려고 천천히 걷는다. 그래도 몇 걸음 내려오니 연방 또 땀이 흐른다.

오른 쪽으로 보이는 작은 폭포 아래 소(沼)에는 등산복을 입은 채로 두 선녀가 물장구를 치고 있다.

오늘 영월의 최고 예상 기온이 31도이니 산 속임을 감안하더라도 보통 더운 날씨가 아니다.

이런 날 열심히 산행을 했으니 맑은 물에 풍덩 뛰어 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그것은 완벽한

최고의 피서일 듯하다.

 

 날머리 거의 다 내려와서 다시 계곡에서 땀을 씻고, 김삿갓 묘지로 올라가 본다. 시 한 수 읊을 실력이

못됨이 못내 아쉽다. [옛날 조선시대의 문인 임제는 명산을 찾아다니다가 황진이의 무덤 앞에서

시 한 수를 읊었다고 한다. 그 후 임제는 파직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은 어디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임제-

 

 김삿갓 시비 부근의 조형물을 둘러본다. 많은 시가 새겨져 있다.

그의 시는 대부분 구전으로 전해 왔는데 현재 전해지는 시는 213수~ 334수라고 하며,

해학적이고 풍류적인 시(詩)이므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한다.

 

 이제 오늘의 산행 겸 답사를 마치고 방랑을 끝낼 시간이 가까워 온다. 그는 생을 마감하기 전에

전남 화순 땅에서 마지막으로 이런 시를 남겼다고 한다. (원문 생략)

  새도 짐승도 제 집이 있는데

  나는 평생을 혼자 쓸쓸히 떠돌았네

  짚신에 대 지팡이로 천리 길 걸었고

  구름 따라 온갖 곳이 집이었다네

  세월을 탓하랴 하늘을 원망하랴

  흘러가는 세월 속에 마음만 아플 뿐

  ----후략---

 

 17.30분 주차장에 도착한다. 하산주는 고사하고 김삿갓 문학관에도 못 가본 채로 차에 오른다.

차는 17.35분 출발한다. 강송님이 가지고 오신 9년산 모과주를 차안에서 조금씩 맛을 보지만

정답을 아는 산님은 거의 없다. 오래된 명주라서 그런가? 주류초보들의 역부족인가?

                                                                                                2005. 07. 19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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