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산, 조항산. 백두대간을 따라

 

 어제 저녁때까지의 일기예보는 오늘 오후에 비 올 확률이 60%이었다. 가을비 오면 얼마나 올까?

일기예보도 틀리는 경우가 있으니 비가 안 내리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아침에 발표된 기상청 예보는 오늘 오후 비 올 확률 30%라고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잔뜩 찌푸린 날씨, 반가운 산님들이 속속 도착하지만 버스 출발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몇 좌석은

비어있는 듯하다. 예약은 약속이고 약속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차는 정시에 출발한다.

 

 버스는 11.45분 산행기점인 늘재에 도착한다. 해발 380m, 속리산과 청화산을 잇는 백두대간의

고개마루이다. 때문에 고개의 북쪽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한강으로, 남쪽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낙동강

으로 흘러가는 곳이다. 면(面)나무로 지정된 음나무 옆 도로에서 간단한 입산식을 하고 산행 시작한다.

 

 청화산 정상까지 약 2km인데 고도 약 600m를 치고 올라야하니 체력소모가 많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다행히 가을철로 접어드는 시원한 날씨라 걷기가 수월하다.

 등산로 왼쪽으로는 길게 줄이 메어져 있고 '출입금지. 산약초 재배단지'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재배는 심고 가꾸는 것인데 자연산을 재배라고 할 수 있냐?"

"송이는 바지 입은 사람이 오면 숨어 버린다는데 등산객은 바지만 입었으니 걱정 안 해도 될 터인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소나무 한 그루가 바위에 걸터앉은 능선에 도착한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쉬었다 간다.

 

 5분쯤 오르니 정국기원단(靖 편안할 정, 나라 국 國) 비석이 있는 전망대이다. 비석의 왼쪽에는

백두대간 중원지, 오른 쪽에는 백의민족 민족중흥지라고 새겨져 있다. 언제 누가 무슨 뜻으로

세웠는지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비석 너머로 속리산 주능선이 불꽃처럼 넘실거리고

문장대 오른쪽으로 속리산 서북능선이 길게 뻗어 나가고 있다.

 

 12.55분 병풍바위 오른쪽 아래를 지나고 헬기장에 올라선다. 9월에 핀다는 구절초 꽃이 많이 피어

있다. 곧 정상이다. 정상표지석엔 해발 970m라고 되어있는데 월간 산에서 나온 등산지도에는

984m라고 적혀있다. 헷갈린다. 일치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청화산 남쪽자락인 용유리 일대가 십승지 중의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십승지는 난을 피해서 오래

살 수 있는 곳이라는데 너른 평야가 아닌 궁벽한 산골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땅만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여기서 잠시 옛 사람들의 '연연익수의 비결'을 보자.

 

 ☞연년익수(延年益壽)의 비결.

 옛 사람들은 인간의 수명이 하늘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다하여 '현명어천(懸命於天)'이라 했으며,

까닭에 인간의 수명은 천년(天年)이라고 했다. 그래서 하늘이 준 수명만큼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노력과 방법을 연구했으니, 이것이 연년익수의 비결이다. 그 비결을 간추리면

 

 첫째 마음을 닦아야 한다.

마음을 닦으려면 삶에 대한 망상과 환영을 떨쳐 버리고 무유(無有)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열두 가지를 적게 하는 생활을 하라고 했다. 이를 십이소(十二少)라고 한다.

적게 생각하고, 적게 염려하고, 적게 욕심내고,

적게 일하고, 적게 말하고, 적게 웃고,

적게 근심하고, 적게 즐기며, 적게 기뻐하고,

적게 분노하고, 적게 좋아하고, 적게 미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째 단전호흡을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셋째 동의보감에서는 '머리카락을 많이 빗고, 항상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치아는 자주 두드리고, 침은 항상 삼키라' 고 했으며

"형태를 움직이지 않으면 정이 흐르지 않고, 정이 흐르지 않으면 기가 막힌다"고 하여

항상 움직일 것을 권하고 있다.

          -한의학자 신재용의 '연금동의보감'에서 옮김-

 

 정상을 넘어 10여분 후 시루봉 갈림길, 먼저 오신 분들이 식사 중이므로 빈자리에서 도시락을 편다.

조금 후에 후미 팀이 도착하고 식사를 마친 선두팀이 방을 뺀다. 먼저 올라온 산도님은 강송님을

기다리다 늦게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조항산을 향해 출발한다. 길가에는 구절초가 천지삐까리로 피어있다.

말려서 차를 끓여도 좋고, 술을 담가도 좋고, 건강에 이롭다하므로 꽃을 조금 딴다.

꽃은 말한다. "이 몸이 꺽이어 당신이 건강해진다면 기꺼이 응하리라."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고 15.10분 갓바위재에 도착한다.

가경 방향표시판이 두 방향으로 놓여있다. 리디님이 갈등을 하다 대세에 따라 조항산으로 향한다.

조항산이 가까워질수록 대야산과 중대봉이 뚜렷이 모습을 들어낸다.

 

 30여분 올라서 조항산(951m) 정상에 선다. 정상석 뒷면에는

"백두대간을 힘차게 걸어/ 땀 속에서 꿈과 희망을/ 아아! 우리들 산하.

 - 산들모임 산악회-"라 새겨져 있다.

 

 눈을 드니 고모치광산의 생채기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안 보려고 눈을 돌려도 그 범위가 너무 넓어

피할 방법이 없다. 그 장면을 빼고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 상처가 너무 크다.

대야산 동쪽으로 희양산의 암벽이 희미하게 보인다.

 

 16.05분 '백두대간등산로, 조항산 0.6k, 고모치 0.9k'라 쓰여진 이정표에서 대간 길과 이별하고

왼쪽 의상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20여분 후에 조항산 1전망대에 올라 봐도 역시 광산의 채석 흔적을

벗어날 수 없다.

 

 적당히 쉴 곳이 없어 10여 분 후 무명봉까지 내려가서 쉬다가

잠시 후 박대장님. 리디님, 마리님, 강송님등 후미팀이 내려오므로 합류한다.

 

 17.25분 의상지에 도착하여 땀을 씻고 18.20분 옥양폭포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늦게 하산하여 옥 같은 대들보 아래의 옥양목의 파란 물색을 닮았다는 옥양폭포에 갈 시간이 없다.

 

 버스는 18.30여분 출발하고 차안에서 강송님의 뽕잎주와 김사장님의 막걸리를 보태어 하산주를 나눈다.

땀 흘린 산행 후 막걸리가 끝내주고 뽕잎주 맛에 뿅 간다.

                                                                  2005. 09. 20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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