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오산
천왕산(384n), 봉황산(440m), 금오산(323m)이니 높이로 말하면 산 축에 끼이지도 못하지만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과 이름이 같고, 왕을 상징하는 상상의 봉황새를 닮았다고 하며, 금 거북이 바다로 막
들어가는 모습이라고 하니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나들이 삼아 가야할 곳인데,
오늘 많은 비가 오리라는 일기예보가 있었고 아침에도 비가 부슬부슬 내려 갈등이 더러 있었겠지만
산 꾼들은 거의 다 나왔고, 예약한 두 분이 도착하지 않아 빈 좌석 2개인 채로 버스는 떠난다.
미리 취소하여 산에 가기를 원하는 다른 분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복 받을 일일 것이다.
버스는 거의 4시간을 달려 산행 들머리에 도착한다. 돌산읍으로 넘어가는 17번 지방도로 고개이다.
날씨는 예상 이외로 좋다. 비는 오지 않고 시야가 제법 트이기도 한다.
서로 인사하고 서둘러 도로건너 야트막한 능선으로 오른다. 뒤돌아보니 남해 바다가 보인다.
산악회 안내 리본 하나 보이지 않는 오솔길이다. 길바닥이 물기를 약간 머금고 있지만 미끄러질
정도는 아니다. 먼지가 나지 않으니 걷기 좋은 길이다. 그래서 인지 흡사 달리기 하듯 빨리 걷는다.
40여분 만에 헬기장에 오르니, 선두그룹이 쉬고 있다. 표지석은 없지만 아마 천왕산인 듯하다.
남쪽으로 바다가 희미하게 보인다. 물 한잔 마시고 잠시 쉬었다 일어선다.
내리막을 한참을 내려가니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가 나온다. 안개 때문에 봉황산이 보이지 않고
임도를 따라 저만치 쯤 앞서 가는 선두그룹이 보인다. 임도 건너편에 리본이 하나 보이는데 ---,
어느 쪽으로 갈까? 머뭇거리는 순간에 대장이 내려온다. 식사를 하고 가자고 한다. 13.10분이다.
남쪽 비탈에 묘지 한기가 보인다. 모두들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앉는다. 오늘은 선두와 후미의
차이가 거의 없는 듯하다. 식사 중에 후미가 도착하고 식사는 거의 비슷한 시간에 마친다. 마침 한 분이 가지고 온 매실주를 한잔씩 마신다. 힘들게 메고 와서 나누어 마시니 고마울 뿐이다.
커피 한잔 타 마시고 출발한다.
이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명당자리인 것 같다. 풍수란 말은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로 바람을 가두고 물을 얻는 곳이라고 하니 이만한 자리가 또 있을까? 능선에 부는 바람은 간데없고 앞쪽에는 남해의 물이 가득하니 말이다. 그리고 낮선 이들이 찾아와 쉬었다 가니 덜 외로울 것 것이고---
봉황산으로 오르는 길은 안개가 자욱하여 시계가 2~30m쯤 될까? 카메라를 꺼내는 사이에 같이 가든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릴 정도이다. 안개를 피하려고 조금 빨리 걸으면 앞쪽의 안개는 도망가고
뒤쪽의 안개는 뒤돌아보는 순간 이미 따라와 있다. 안개에 포위되어 있는 것이다. 안개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든가? 안개야 친구하자. 안개를 친구 삼아 걷고 또 걷는다.
봉황산은 어디인지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겠고 보이는 것은 길 주변의 앙상한 나무들뿐이다. 가는 방향이 제대로 맞는지 알 수도 없다. 보이는 것이 없으니 독도가 전혀 되지 않는다. 그냥 감으로 가는 것이다.
간혹 방향표시판이 보이면 안심이다. 능선 길을 걸을 때는 안개 속으로 바다가 희미하게 보이기도 한다.
왼쪽 바다에 희미하게 모습을 들어나는 작은 섬은 지도에 표시된 밤섬인 듯하고---.
15.00분 율림치를 휘돌아 넘어가는 2차선 포장도로를 만나고, 도로 건너 휴게소 뒤쪽 산길을 따른다.
산성의 흔적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커다란 바위들이 더러 보이기도 하는 길을 거의 한 시간 쯤 걸은 후 16.00분 금오산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곳에 도착한다.
(이 표지석은 위치 선정이 잘못 되었다고 함)
바람이 세차게 분다. 날려갈 듯하다. 안개는 어느 정도 걷어진 상태이고 회원 몇 분이 보인다.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모습하며 거북이 머리 부분이 다 내려다보인다. 거북이 등에 진 불경 책의 글씨를 의미한다는 무늬 모양을 디카에 담는다. 철계단을 내려올 때는 난간을 꼭 잡아야 할 정도로 바람이 세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조금 전 정상에서 만났든 회원 두 분이 다른 길로 내려오고 있다. 계단을 올라 가
보라고 권한다. 그 곳이 어쩌면 오늘 산행의 핵심이므로 보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하기 때문이다.
16.30분 향일암이다. 해(日)를 향(向)한 절이니 좋은 기도처로 소문나 있고 일출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라고 하는데 향일에는 일본을 향한다는 뜻이 있다고 풀이하는 이도 있다. 이 절은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할 때는 원통암이었으며 그 후 금오암, 영구암으로 불려졌다고 하고 지금 절에서는 영구암(靈龜庵)을 정식 이름으로 내걸고 있다고 한다.- 답사여행의 길잡이에서 -
거북이 목 부분에 해당되는 곳에 커다란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도 차를 못 들어오게 하니 한참을 걸어서 입구에 있는 주차장으로 온다. 17.10분이다. 먼저 산행을 마친 선두팀은 김치찌개를 끓여서 하산주를
한잔씩 했다고 한다. 거의 파장 무렵인데 코펠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양이 군침을 돌게 한다. 산경님이
가지고 온 마양주(?)를 한 잔 한다. 술맛 좋고, 김치찌개 맛도 좋다.
2005. 02. 15 유 산
* 하루 종일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비가 내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다. 안개 때문에 남해바다 그 좋은 경관을 다 보지 못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