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 천치재~ 추월산정상~ 보리암봉~ 보리암

 

 산행 버스는 08.00쯤 들어와서 회원들을 태우고 예정보다 늦은 08.10분에 출발한다.

해운대에서 개최되는 APEC정상회담과 관련한 교통정리 때문에 버스가 미리 대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라와 부산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는데 이 정도 불편쯤이야 참아도 되지 싶다.

 

 버스는 12.05분 천치재에 닿고 도로 건너 공터에서 간단한 입산식을 한다.

90여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라 진행이 조금 더디다.

높게! 찐하게! 깊게! 길게! 강하게!

입산식 구호는 천치재에 울려 퍼진다.

 

 12.15분 입산식을 마치고 입산한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가을 날씨이다.

그 많은 인원이 산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천치재에서 백암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길을

따라간다. 낮은 고개 두어개를 넘고, 고압선 철탑 옆을 지나기도 하고, 또 오르고 내리며 한 시간쯤

걷다보니 고랭지 채소밭인 듯한 넓은 개활지가 나타난다.

 

 임도를 조금 더 따라가니 화물차가 올라와 있고 그 아래 밭에는 작업을 하는 분들이 보인다.

마울님이 문의한 바 오가피 열매 수확 중이라고 한다. 직진하여 조금 가니 급경사 오르막이고

암릉길이다. 많은 인원이므로 정체 구간이 된다. 산에 가자님 따라 옆길로 빠져나갔다가 복귀한다.

추월산 가는 길에 추월한 셈이다. 늦기 전에 보리암에 닿아야 보리암의 절경을 볼 수 있을 텐데---.

 

 오랜만에 산행하는 민계님은 전 보다 걸음이 느린 듯하고, 늘 앞서 가든 산경님과 아도니스님도

오늘은 힘에 부치는 듯 뒤로 처진다. 대간종주를 마치고 지금 이 정맥길을 이미 종주한 손사장님은

천천히 가고 있다. 선암님은 전혀 지친 기색 없이 꾸준히 걷고 있다. 마리님도 대단한 걸음이다.

 

 14.00분 한 봉우리에 올라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간다. 깃대봉(?)인 듯하지만 표시가 없으니 짐작할

뿐이다. (수리봉도 마찬가지로 표시가 없다. 정확한 산 이름이 있다면 관할 행정기관에서 명찰이라도

달아주면 좋을 것이다. 등산지도에도 깃대봉과 수리봉은 표기 안 된 지도가 더러 있다.)

 

 조금 내려가니 선두팀이 군데군데 모여 식사중이다.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하여 도시락을 편다.

수리봉 촛대바위가 나무 가지 속으로 바라보인다. 그 너머 왼쪽으로는 오늘의 마지막 봉인 보리암봉과

그 능선이 멋지게 모습을 들어난다. 식사를 빨리 끝내고 배낭을 메고 일어선다.

 

 잠시 후 갈림길에서 능선길을 따른다. 좋은 날씨이므로 조망을 즐기기 위해서이다. 좌우로 시야가 탁

트인다. 촛대바위 일명 남근석이라고 하는 바위도 그 모습을 확연히 들어난다. 수리봉 오르기 직전

복리암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14.45분) 곧 수리봉에 올라선다. 내려가는 길은 정면의

좌측에 리본이 여러 개가 붙어있다. 내려서면서 뒤돌아보는 경치가 좋다. 정면으로는 담양호가

더욱 가까이 보인다.

 

 종주하는 맛이 나는 능선길이다. 선암님과 산도님을 만나게 된다. 월계리로 내려가는 길을 지나

10여분 가니 추월산 정상이다. 15.35분이다. 미리비님이 다른 산님의 정상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보인다. 늘 좋은 작품을 올려서 가경카페을 빛내 주는 분이다. 정상 표지판엔 ‘추월산 729m,

호남정맥‘이라 되어있다.

 

 정맥길을 버리고 되돌아 나와 보리암봉으로 향한다. 중간에 헬기장을 지나고 산죽 사잇길도 지나고

허리에 밧줄을 매고 있는 바위도 지난다. 좌측으로 뒤돌아보니 지나온 능선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16.00분, 해발 691m인 보리암봉에 선다. 정상 못지않게 조망이 좋다. 담양호 너머 산성산의

금성산성이 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엔 강천산이 어림된다.

 

 철계단을 내려서고 길옆에 이어지는 굵은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선다. 잔돌이 길바닥에 널려있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길이다. 보리암 입구에는 보리암 100m 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김덕령장군 부인의 순절비를 지나 보리암 마당에 선다.

마당에는 울타리를 너무 높게 설치하여 조망이 막힌다. ㅉㅉ

 

 보리암 안내판에는 절의 창건내력과 함께 김덕령 장군의 부인이 왜적에게 쫒기다 이 절벽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고 쓰여 있다. 절벽 옆 바위에 덕령(德齡)이라 새겨진 글씨도 보인다. 16.20분인데 벌써

보리암과 담양호의 일부에도 산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어제가 입동이니 낮이 짧을 때도 된 듯하다.

 

 하산 길옆에는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다. 산행 들머리로 가는 도로변에는 아직까지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는데 이곳엔 벌써 낙엽이다. 한 때는 온 몸을 불살라 고운 모습 보여줬는데 떨어진 잎(낙엽)이 되어

바람에 날리니 관심을 두는 이 없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공수래 공수거' 인가?

그러나 업신여기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낙엽은 눈비에 젖어 썩어서, 새봄에 새잎 나는 밑거름이 된다.

아낌없이 주고 가는 낙엽의 일생을 생각해 본다.

 

김춘곤 사장님이 뒤따라 내려온다. 가경의 선두로 달리는 분인데 오늘은 일행 몇 분과 함께 오느라고

조금 늦게 내려온다고 한다. 17.00분 경 주차장에 닿고 적우님과 산 이야기하며 하산주를 나눈다.

숲 꽃님은 보리암봉을 한 바퀴 도는 여유로운 산행을 했다고 한다.

새보리님도 알뜰 산행을 한 듯하다.

차는 18.10분경 출발한다.

                                                                       2005.11.08 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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